유통과 상생 요원? 중견패션社 고사(枯死) 직전

“아무리 팔아도 수익 안나는 구조, 생존 어떻게?!” “M&A 매물 늘고 해외기업에 다 내어줄 판”

2014-01-25     이영희 기자

“외형이 600~700억 원대 되는 중견기업이면 대부분 M&A를 생각하고 있을 정도이다.” 20년 동안 백화점을 주력으로 여성복을 전개해 온 A사는 최근 극심한 딜레마에 봉착했다. 현재 백화점과 아울렛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데 2013년 들어서면서 소폭 이익은 커녕 적자를 면치 못할 상황에 처했다.

아무리 매출 상위를 해도 회사유지는 고사하고 대형유통사 먹여살리기 밖에 안되는 현실에 부닥쳐 신년 벽두부터 결론없는 대책 회의만 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공정위에서 대형유통점의 불공정관행 개선을 요구했고 언론에서는 ‘상생경영’이니 수수료 인하를 기사화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어덜트여성복 수수료는 38%인데 불황이다 보니 할인과 세일을 종용하고 저가 기획상품을 계속 투입시키라고 한다. 평소 20~30%, 정상세일때 30~40%(백화점 카드고객 특별할인도 있다), 중간관리 15%에 각종 물류비와 제반비용을 포함하면 아무리 많이 팔아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매장에 투입한 물량을 100% 소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50%만 소진한다고 보면 남은 50%를 본사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판매해야 본사 직원의 월급과 세금 등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결국 백화점 수수료와 경비를 제외하면 브랜드사들이 가져갈 돈이 없다는 참담한 분석에 도달한다. 실례로 지난해 부도가 난 부인복 브랜드들은 이러한 악전고투속에서 더 이상 지탱할 힘이 없었을 것이란 판단이다.

또 하나의 복병은 본격 봄 판매기를 앞두고 제안되는 ‘인테리어’ 부분이다. 표면상으로는 백화점이 인테리어를 자주 하지 않고 만약 층간 이동에 따라 진행될 때는 일정부분을 부담해 주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업계는 “그렇지 않다. 약자의 입장에서 퇴점당할까봐 눈치를 봐야 하는데 어떻게 배상을 해 달라는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겠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일”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인테리어를 2년에 한번씩하면 최소 2000~5000만원이 드는데 재고는 업체가 전면부담하고 판매분의 수수료만 챙기면서 인테리어 비용까지 모두 떠넘기는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백화점에서 이익을 못 내면 배수를 올리라고 한다. 그러면 수수료 역시 오르고 소비자부담만 가중되고 결국은 신뢰마저 잃는다”며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외형 600~700억원대 여성복기업들이 상당 수 창업투자에 회사M&A를 의뢰해 놓은 상태”라는 B사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에서 각자 알아서 생존하라는 방식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아울렛도 마찬가지다. 아울렛은 원래 합리적 가격대를 메리트로 출발했기 때문에 이익률도 낮은 편. 그런데 지난해 이랜드계열의 유통사를 필두로 대형아울렛들이 수수료를 기존 17~18%에서 28%까지 높였다. C사는 24개 매장에서 9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수수료가 한꺼번에 평균 5.5%가 인상되자 더 이상 이익을 추구할 수 없게 됐다. “연간 4억5000만원~5억원의 순이익을 아울렛 유통이 가져가는 형국이니 기업은 큰 데미지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관련업계는 “정부나 단체, 협회가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은 좋지만 내수기업이 모두 사라지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면서 “현실성 있고 실질적인 현황조사와 불공정사례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