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체공학적 지퍼 특허 정영기 氏 - 지퍼, 과연 지금 모습이 최선일까?

2014-01-25     정기창 기자

일상생활에서 불편함 없이 쓰고 있는 지퍼(zipper). 바지나 점퍼 등 거의 대부분 옷에는 꼭 한 개씩은 달려 있는 필수 부자재다. 처음 개발된 1890년대 이후 100년 이상 지금의 모습이 계속 유지돼 왔는데 과연 이게 최선일까?

경기도 가평의 군부대에서 군무원으로 있는 정영기(56·사진) 주사보는 약 2년 전인 2011년 2월, TV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청바지를 샀다. 그런데 배송돼 온 신품은 지퍼가 고장나 있었다. 반품해 새로 받기가 귀찮아 이걸 고친다고 이리저리 만지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작년 3월 정식 특허로 등록된 90도 직각 손잡이가 달린 인체공학적 지퍼가 개발된 계기다. 정씨가 개발한 지퍼는 기존 제품과 달리 손잡이가 지퍼 줄과 90도 각도로 빗겨 달려 있다. 또 손잡이만 돌리면 지퍼를 잠그거나(록킹, Locking) 해제할 수 있어 보다 견고하고 지퍼를 열고 닫는 속도가 기존 제품보다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바지 지퍼의 경우 대부분 사람들은 손잡이가 바지 천과 지퍼 하단부 사이에 껴 이를 빼느라고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 손잡이가 위 아래 방향이 아니라 바지를 옆으로 가로지르듯 90도로 빗겨 있어 이런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의문이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지금의 지퍼 기능에 아무런 이의(?)가 없고 편하게 잘만 쓰고 있는데 과연 이 신형 지퍼가 더 좋다고 할 수 있을까?

개발자인 정씨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지퍼를 쓰고 있는데 직접 개발한 지퍼를 청바지에 붙여서 써 보니 훨씬 편했다. 주변 사람들도 더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단순 동작이니까 못 느끼지만 지퍼를 열고 닫기 위해 손목을 90도 각도로 꺾어야 한다. 손목과 팔이 피로할 수 있고 개폐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보완된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작년에는 부산 테크노파크에서 지원금을 받아 금형 제작까지 뛰어들었지만 현업을 소홀히 할 수 없어 지원금을 반납하고 기존 업체와의 협업을 구상중이다. (작년까지 정씨는 부산의 군부대에서 근무했다.) “공직에 있다보니 수익 사업을 하는데 제한이 있었고 사업자 등록증 같은 것도 필요해 사업화까지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신제품이나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에 소홀한 지퍼 업계가 새겨들을만한 이야기도 했다. “특허를 낼려고 조사해 보니 세계 시장은 일본과 중국 업체들이 지배하고 있더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지퍼 특허 대부분을 일본의 YKK가 갖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국내 지퍼 시장은 매우 폐쇄적이고 업체들은 진보적이지 않더라. 자본과 기술을 추가해 신제품을 개발하면 영업이나 마케팅, 디자인 측면에서 남들보다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나.”

그는 여성용 청바지나 날로 기능성을 더해가고 있는 아웃도어 점퍼 등에 사용하면 장점을 뚜렷이 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 국내 업체와 함께 일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