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VS 화섬업계’ 정면 충돌

PX 가격 연동제, 사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불공정 행위

2014-02-01     정기창 기자

국내 화섬 원료를 생산하는 석유화학업체들의 아전인수격 영업 행태가 화섬업계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화섬협회(회장 박경탁)는 최근 PTA 업계가 도입한 PX 가격 연동제가 시장 논리를 역행하고 국내 섬유산업의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태라며 시정을 요구했다.

화섬협회는 “09~11년 3년간 최대 이익을 냈던 국내 (메이저) PTA 업체가 작년 한 해 적자를 이유로 이전 방식과 전혀 다른 PX 가격 연동제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가격 결정방식으로 국내 섬유산업의 생존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동반성장과도 맞지 않는 행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전까지 공급자인 석유화학업체와 수요자인 화섬업체는 수출가와 중국내수 스팟(spot) 가격을 평균해 월말에 PTA 공급가를 결정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모 메이저 공급 업체는 작년 한 해 적자가 났다는 이유로 원료인 PX 가격이 올라가면 PTA 가격을 올리는 가격 연동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하고 이를 강행하고 있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 및 대만, 일본 등 아시아권의 동종 업체들은 아직도 기존의 가격 결정 방식을 유지하고 있어 이 업체가 주장하는 PX 가격 연동제는 사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불공정 행위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이 업체는 PX 가격 연동제를 중단해 달라는 화섬업계 요청에 대해 “(차라리)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시장을 주도하는 메이저 업체가 PX 가격 연동제를 강행할 경우 나머지 업체들도 이 제도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화섬협회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화섬협회는 “만약 PX 가격 연동제가 받아들여질 경우 국내 화섬업계 제조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결국 니트·직물업계 등 섬유산업 전반에 걸쳐 비용을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와 화섬원료 생산업체의 가격 인상으로 화섬을 비롯한 국내 섬유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 이후 오더 부재가 심화되면서 폴리에스터 생산업체인 스타케미칼과 인도코리아페트로켐은 최근 가동 중단에 들어가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된 시장 가격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지만 최근 PTA 업계의 주장은 시장 상황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일정한 수익을 누리겠다는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