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터치] 이춘식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원장 - 섬유상품 베끼기 근절 문화 확산
대구경북섬유신문화창조협의회 결성
2013년도의 국내외 경기가 전년 보다 더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룸에 따라 섬유업을 하는 경영자들도 올해 경영계획 수립에 있어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는 등 경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여러 대내외적 악조건 가운데서도 작년도 수출 부분에 있어 비교적 선방한 화섬분야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중단없는 연구개발 투자로 기술력이 급진전되고 있는 화섬직물산업은 향후 섬유산업을 선도해 나가야 하는 미래지향분야 중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는데 실제 넓고 풍부한 시장이 상존하고 있고 아직 상당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서 노력여하에 따라 충분한 성장추진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트림간, 분야별 상생의 기반 위에서 긴밀히 협력만 기할 수 있다면 섬유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발전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독자적으로 고유한 자기 상품을 보유하고 있느냐, 또 그에 대한 열정과 협력기반이 얼마나 강하고 든든한지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 오래전 대구경북섬유산지에서 착수되고, 그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2008년 2월 28일, 업계, 학계 등 300여명의 섬유인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경북섬유산업의 오랜 숙원이자 최대 현안 중의 하나인 섬유상품 베끼기 풍조 근절을 위한 ‘대구경북섬유신문화창조’ 선포식이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서 개최됐다.
‘지역 섬유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정성과 정열이 가미된 창조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구심체를 만들려는 행사였다. 선포식 후 구성된 협의회(대구경북섬유신문화창조협의회)는 지난 4년간 한번의 거름도 없이 매월 둘째주 수요일 저녁 7시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서 정례모임을 가지고 있는데, 회원참여와 조직운영은 전적으로 기업의 자발성과 자율에 맡기지만 자체적 운영규율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어 출석율과 열의가 매우 대단하다.
모임에는 기업대표 및 이에 준하는 책임자가 모여 자기들이 개발한 제품을 발표하고 이 제품이 독자적인 개발제품으로 판단되면 ‘창조섬유’로 인정을 한다. 협의회 회원업체들은 이 제품을 모방 또는 카피하지 않겠다는 확인을 해준다. 물론, 비회원사업체가 협의회에서 인정한 “창조제품”에 대해 모방을 하는 경우에는 모든 회원사가 공동으로 대응하여 개발업체를 보호해 주려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한때 지역 섬유산업에는 ‘섬유직물상품의 첫번째 개발자는 다 망하고 두 번째, 세 번째가 흥한다’는 자조적인 푸념이 회자될 정도로 그릇된 기업문화가 팽배한 적이 있었다. 이는 섬유상품, 특히 지역의 주종상품인 직물제품의 경우 제품의 기획에서 설계, 생산에 이르기 까지 일련의 생산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공정이 복잡다단하게 분업화 되고 상품이나 기술의 노출도 거의 일상화, 보편화 돼 있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기도 했다. 또 대구경북지역이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는 동종업종 밀집지역이고, 자금력만 있으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여건도 한 몫을 했다.
2013년 1월 기준 30여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섬유신문화창조협의회의 회원사에는 ‘Cretex인증서’와 현판을 수여함으로서 참여에 대한 자긍심 고취와 동질감 부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어렵지만 아름다운 섬유산업 문화정착’을 위해 자발적인 헌신을 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09년부터 매년 창조제품개발성과발표회를 하면서 회원사가 개발한 제품을 중심으로 PIS, PID 등 각종 섬유전시회에 참여함으로써 대구경북섬유의 새로운 존재감을 서서히 확산해 나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성과의 한 예로 2011부터 일본 동경에서 개최되는 ‘Japan Creation’에 참가해 좋은 평가와 함께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고, 앞으로 프랑스, 미국 등 국제적 섬유페스티벌 참여도 적극 검토해 나가고 있다.
현재 수출시장에 있어 국경의 개념도 엷어지고, 점차적으로 시즌성도 희박해지는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창의적 아이덴티 도출 등으로 전장을 정면 돌파하는 방법 밖에 달리 다른 도리가 없을 것 같다.
우리 섬유산업은 그간 무수한 고난을 헤쳐가며 오늘의 위상을 확보했다. 이를 잘 지키고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현재 ‘강남스타일’의 열풍이 국제 의류패션분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우리 것을 이용한 새로움에 대한 갈증과 해소가 불안한 섬유경기 전망에 밝은 희망을 안겨주는 한 동인으로 승화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