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코오롱FnC ‘쿠론’ 석정혜 이사 - 세일·할인 No! 자존심 지키며 승승장구

2014-03-15     김송이

유통업계 불황극복 대안으로 떠올라…“쿠론은 이제부터”

면세점 수주회 참가·생산설비 강화

코오롱FnC(대표 박동문)의 패션잡화 ‘쿠론’이 방돔 전시 참가에 이어 오는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면세점 박람회에 참가한다. 세계 각국의 면세점 바이어가 참가하는 이 전시는 참가자격이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소위 ‘러브시즌’이라고 불리는 2~3월 사은품 없이 월매출 최고액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해 유통가에서도 “쿠론이 대안”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올 정도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쿠론’ 석정혜 이사를 만났다.

- 아직 결과를 판단하기에는 섣부르나 3회 연속 참가한 파리 방돔 전시 및 해외 유통에서의 성과가 궁금하다.
방돔 행사 이전에 싱가포르 ‘쿠론’ 매장을 오픈하고 싶다는 제의를 한 기업이 있었는데, 파리에서 미팅을 가졌다. 수주액도 늘고 있지만 무엇보다 해외 고객층이 다양해지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

5월 12일부터 16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세계면세품박람회(TFWA ASIA PACIFIC)에도 참가하게 됐다. 해마다 두 차례 프랑스 칸느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세계 유일의 면세품 박람회로 패션과 뷰티, 향수부터 주류와 식품 등 각 품목의 명품 브랜드가 참가한다.

이 행사는 단지 상품력만 갖고서 참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면세점 입점은 물론 해외 수주 실적과 판매까지 평가 된다. 각국 면세점 바이어들이 참관해 ‘쿠론’이 해외 면세점에도 입점할 수 있는 기회다.

- 최근 인천 부평 전용 생산 공장에 자체 기계화 시스템 및 설비를 지원하고 인력을 강화했다. 규모와 내용은 어떠한가.
나도 해외 출장으로 바빠 2월 말 방문한 뒤로 한참 들러보지 못했다. 900평 규모로 지하에는 가죽 창고가 있으며 근무하는 직원이 60~70명 가량 된다. 식당과 휴게공간도 꾸몄고 냉난방 시설도 갖춰 쾌적하다. 환경 개선을 통해 공장사람들의 의식을 바꾸고 싶었다. 이곳 직원들은 설령 보는 눈이 없더라도 깔끔하게 흰 가운을 입고 일한다. 일 하는 자신을 사랑하고 보살피고, 자존감을 갖고 품격을 지키게끔 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본인 기술과 실력이 최고라는 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인정해주는 이가 없다는 것에 다소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본인의 실력이 최고임을 자부하지 결코 남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보니 젊은 사람들도 이 일에 관심이 없다. 생산 현장에 있는 직원들을 살펴보면 그나마 50대가 젊은 축에 속한다.

- ‘쿠론’ 기획과 유통, 마케팅 외에 생산 환경 개선까지 생각이 닿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쿠론’을 런칭하기 전부터 공장 사람들하고 스스럼이 없었다. 나는 교육기관이나 패션기업이 아니라 생산현장에서 브랜드를 준비하고 디자인을 기획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죽 수급, 재료 아웃소싱, 공장과 사람들을 잘 알고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

만약 회사에서 디자이너로만 근무했다면 일해도 필드에 대해 아는 게 없었을 지도 모른다. 예전 발로 뛴 경험을 토대로 ‘쿠론’은 소재 및 자재 유통과 시장 등 중간 과정을 단축해 스피디하게 진행을 할 수 있었고, 그 것이 지금에 와서는 브랜드의 큰 자산이자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직원들과 함께 신설동을 들르면 “이곳 내 나와바리”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공장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신문지를 펴놓고 사람들과 함께 백반을 먹거나 하는 내 행동을 보면서 사업부 다른 직원들도 공장 사람이나 관련 업체를 존중하는 생각과 자세가 자리 잡힌 것 같다. 본사에 그분들을 모두 불러 식사를 대접하기도 하고, 매니저 교육 워크샵에도 공장 사람들과 불량이나 품질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그것이 ‘쿠론’의 문화고 힘이다.

- ‘쿠론’은 국내서 올해 50개 매장 500억 원 목표를 세웠는데, 2013년 1분기가 지난 현재 국내 유통 매출 및 현황은 어떠한가.
3월에만 6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연초에는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안팎에서 프로모션 기획 및 진행 상황을 물어오더라. 그때마다 “우리는 안 한다”로 일관했다. 세일은 물론 기념품 하나 증정하지 않았는데 2~3월 최고 매출액을 올렸다. ‘쿠론’은 이미 고객들에게 노 세일 브랜드로 인식을 굳혀가고 있다. 그 같은 프로모션을 벌이면 한시적으로 재고를 줄일 수는 있어도, 결국은 브랜드 가치를 갉아먹는 일이라고 여겼다.

백화점에서도 매대 행사를 요청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런칭한 지 2년밖에 안된 신진 브랜드인데, 당장의 실적을 위해 브랜드 관리를 말라는 이야기냐”며 세일즈를 잘 모르는 ‘막가파’인 내가 나서서 버럭 성을 냈다.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육성해서 상생하며 서로 윈윈 할 생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러한 부딪힘도 있지만 백화점에서도 작은 매장이 박스형 매장으로 리뉴얼 되는 등 각 매장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2010년경 ‘쿠론’을 런칭했지만 무척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패션 업계와 시장을 알았으면 엄두도 못 냈을 것 같다. 런칭 초기 백화점 첫 매장을 오픈하기 무척 힘이 들었는데, 이제는 “쿠론이 대안이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브랜드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백화점 외에도 유통을 다각화 하려고 하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계속해서 탐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