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 “제자리 걸음”
서울패션위크가 뚜렷한 방향성을 갖지 못하고 일관된 정책 부재로 십수년간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한 달도 되지 않는 준비 기간에 축소된 예산과 공간으로 주최측과 주관사, 디자이너 모두가 행사를 무사히 치러내는 데 급급할 수 밖에 없었다. 서울패션위크를 주최하는 서울시, 올해 주관을 나눠 맡은 이노션과 디자이너연합회, 패션업계 전문가의 의견 조율을 통해 서울패션위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굳건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서울컬렉션과 제너레이션 넥스트, 서울패션페어가 열린 여의도 IFC몰은 출입구가 협소해 혼잡을 빚었다. 닷새간 서울컬렉션과 제너레이션 넥스트가 2층과 54층에서 번갈아 열렸는데, 각층의 객석이 충분한 인원을 수용했으나 쇼 직후 관객이 몰려 엘리베이터가 혼잡을 빚었다. 한남동 블루스퀘어는 굵직한 이름의 디자이너들이 참가했던 탓인지 공간이 다소 협소하게 느껴졌다. 짧은 런웨이와 불편한 좌석 배치, 환풍이 잘 안되는 점 등 관람 환경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장소 이원화에 대해서는 나쁘지는 않았으나 이동의 불편함과 촉박한 일정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서울 패션의 수준이 제고된 것이 사실이나 아직까지 서울 패션 컨텐츠가 선진 패션도시에 비해 질과 양에 못 미치고 있어, 서울 패션의 모든 것을 국내외 프레스에게 행사 기간내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구성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IFC와 블루스퀘어, 패션페어와 그 밖의 많은 서울 패션 관계행사의 소통과 협조가 필요하다.
서울패션페어는 IFC 6층에서 70여 업체 80여 브랜드가 참여했고 행사 주관은 패션 인사이트가 맡았다. 참여사 숫자와 페어 공간 등 양적으로는 크게 나아졌으나, 참여 브랜드간의 수준과 감성이 들쑥날쑥해 바이어와 프레스에게 크게 매력적인 내용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각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감성을 살리지 못한 페어 구성과 행사의 색깔을 만들지 못한 업체 선정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한 패션쇼가 열리는 장소와는 다른 층에서 열린데다 당초 1층에 예정됐던 행사가 6층으로 장소를 바꾼 것이 홍보가 되지 않아 서울패션위크 방문객의 관심도가 낮아지게 된 원인이 됐다.
페어 참가 브랜드들에 의하면 부스의 깊이가 1m가량 얕은 편이어서 둘러보기에는 다채로워 보일 수 있으나 부스 안에서 바이어와 수주 상담에 집중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공간이었다는 평가다. 희망 브랜드에한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도 가능하게 했으나 별다른 표시나 구분이 없어 방문객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다. 일부 브랜드에서는 시즌에 앞서 일반 소비자 대중에 컬렉션 디자인이 공개되고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도매가격이 공개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셀럽 인기 편승한 디자이너 쇼
관객들 병풍취급 고질병 여전
2013 F/W 서울패션위크는 여느때보다 대중들의 관심이 컸다. 유독 셀러브리티와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던 몇몇 디자이너 쇼는 VIP 초대권을 소지하고 있어도 입장이 어려웠다. 예매사이트, 정식 VIP티켓을 제외한 서울패션위크에서 제작된 VIP티켓은 입장하지 못하기도 했다. 쇼가 끝나고 해당 디자이너가 직접 혹은 SNS를 통해 사과의 말을 전하거나 티켓에 전화번호를 써서 제출하면 다음 쇼에 지정석으로 우선 초대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스타 디자이너들의 쇼일수록 출품작보다 셀러브리티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주객전도 현상을 보였다. 올해도 여전한 고질병이다. 연예매체들의 경우 쇼장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안중에도 없이 연신 플래시 세례와 카메라 셔터를 경쟁적으로 눌러댔다. 그들 주변에 앉은 관람객들은 눈부신 플래시에 얼굴을 가려가며 병풍 노릇을 해줬다.
각 디자이너의 진행팀 역시 시행착오로 절반이상의 쇼가 10~15분, 심지어 30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좌석 배정도 원활치 않아 불편을 가중시켰다. 프레스석은 사진기자들이 밀집한 런웨이 맨 끝에 위치한 공간이 전부였다. VIP, VVIP라 적힌 좌석은 참석자 명단이 불투명해 가뜩이나 어두운 쇼장에서 혼란만 야기시켰다.
/김송이 기자 songe@ayzau.com
/김효선 기자 sun@ayzau.com
■ 현장 인터뷰 | carrie K(서울패션페어 액세서리 브랜드)
싱가폴 쇼케이스 참가 독창성 부여
‘carrie K’는 이번 서울 패션 위크 싱가폴 디자이너 쇼케이스에 참가한 액세서리 브랜드다. 뻔하고 심각한 것들에 대한 파괴를 원해 누군가에게는 미완성이고 일상적인 것에서 아름다움을 창조 해내고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브랜드 컨셉이다.
클립, 못, 옷 핀 등 사소한 것과 특히 이번 시즌은 ‘잭슨폴락(Jackson Pollock,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물감을 튀긴 듯한 형태 등 예상치 못한 것들이 소재가 된다. 브랜드 디자이너<사진>는 “저는 평범한 광고회사 직원이었는데 어느 날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지하게만 살아가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 안에 내재돼 재밌는 요소를 끌어내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었어요”
팔찌, 목걸이 등 액세서리는 거의 양면으로 제작돼 두 컬러로 착용하고 다닐 수 있고 금으로 제작된 보타이 등 남녀노소 다 착용 가능하고 시대가 흘러도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심지어 상품 케이스마저 일반 상자가 아닌 언뜻 보면 사전으로 보일법한 상자를 사용한다.
싱가폴, 일본, 태국, 한국 매장 및 온라인 샵에서 (// www.carriekrocks.com/CarrieK/Stockists.aspx)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혜승기자 seung@ayzau.com
■ 현장 인터뷰 | 롱 응웬(Long Nguyen, 해외 프레스)
“해외 초청 줄이는 것 성급, 서울 더 알려야”
그간 해외 프레스로 여섯 번 정도 서울패션위크에 방문했다. 쇼가 진행되는 곳이 두 곳이다 보니 이동하는 데 불편이 따르고, 여러 쇼를 골고루 보기 불편해졌다. 이틀째는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에서 주관하는 블루스퀘어에 큰 쇼가 있어 이곳으로 왔다.
런던이나 파리의 패션위크는 정부 개입과 간섭이 없이 해당 지역의 패션협회에서 스케줄 등 거의 모든 것을 총괄한다. 뉴욕만은 벤츠 같은 큰 스폰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스폰서가 유치하는 장소에서는 신진 디자이너들만 쇼를 하고 대형 디자이너들은 각각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쇼를 하고 있다. 뉴욕과 서울 경우 바이어와 프레스는 유명 쇼를 보는 것을 우선할 수 밖에 없고 신진들의 탤런트를 볼 수가 없다.
해외 바이어와 프레스가 크게 감소한 것도 눈에 띄는데 초청과 지원이 줄어든 탓인가? 서울패션위크 기간은 주요 4대 컬렉션이 끝나고 우리 프레스들이 업무에 집중할 시기라 지원이 없다면 방문하기 어렵다. 전세계 곳곳에 중요한 패션위크가 많은데 일주일 씩 서울에 체류하는 것도 힘들다. 수출보다 한국 내수를 타겟으로 한 브랜드가 많아 보다 효율적으로 서울 패션을 취재하고 싶은 해외 프레스의 사정도 감안해 주최측과 주관사가 배려하길 바란다.
/김송이 기자 songe@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