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공단 ‘섬유메카로’
2000-10-07 한국섬유신문
황해도 해주만 남쪽 강령군 일대 서해안공단이 국내 섬
유산업의 제2의 메카가 될 것인가.
우선 서해안공단 개발을 놓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이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의 면담에서 긍정적인 반응
을 보인 점은 이를 사실화하는 것 자체는 별 무리가 없
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최악의 경제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북한의
상황을 놓고 볼 때 북한당국이 더 이상 개방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을 가정할 경우 서해안공단 조성은 빠른 시일
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서해안공단 조성사업은 남북분단 이래 최대의 협
력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남북 모두에게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
되는 一擧兩得의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사업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일단 서해안공단 조성은 북한의 경제난을 덜 수 있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산업인프라를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조성하게 되고 공단에서 생산된 생필품을 직접 공
급받게 돼 만성적인 생필품 부족현상 해소도 기대된다.
현대가 북측과 합의한 공단규모는 2천만평. 여의도 8배
에 이르는 대규모이고 공단조성 사업비용만도 100억 달
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공단 완공 후 예상되는 연간 수출규모도 최소 200억
달러 이상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고용효과만도
22만명에 이른다는 전망이다.
이같은 서해안공단 조성 가시화는 지난해 10월 정 명예
회장이 김위원장에게 이 계획을 제안한지 꼭 1년만의
일이다.
정몽헌 현대 회장도 이번 방북에 앞서 공단을 착공하면
우선 일부 공단부터 조성 1년내 제품을 만들어 낼 계획
이라고 말한바 있다.
서해안공단 조성의 의미는 특히 섬유산업에 있어서 시
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섬유산업은 80년대 말부터 생산설비 해외이전이
이루어져 왔다.
우선 의류 등 봉제제품을 중심으로 한 설비이전에서 지
금은 직물 등 미들 스트림 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다.
또 설비이전 주 대상지역도 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를 비롯 중남미·아프리카 등
인건비가 저렴한 후진국을 대상으로 집중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생산설비 해외이전 가속화는 국내 섬유산업의 空
洞化와 함께 부메랑 효과를 증폭시키면서 섬유수출 경
쟁력 강화의 걸림돌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최근 국내 섬유수출이 뒷걸음질을 면치 못하고 있
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그러나 북한에 공장을 건설할 경우 현지고용 인력의 임
금은 숙련공이더라도 월 90∼150달러, 비숙련공은 월
50∼80달러면 충분하다는 것이 대부분 투자 희망업체들
의 생각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국내 섬유산업이 임금상승과 인력난
그리고 제품생산 노하우의 해외유출로 어려움이 가중되
고 있는 판에 기술력과 저임을 바탕으로 풍부한 노동력
을 이용할 수 있는 북한과의 제휴는 섬유산업을 경쟁산
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호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현대는 적극적인 對北사업 추진과 관련 지난해 8월부터
현대종합상사를 통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입주신청 의
향서를 받고 있다.
우선 서해안공단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 설비이전이 용
이하고 투자규모가 크지 않은 경공업을 위주로 850여개
중소기업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다시말해 시범적으로 조성할 1공단에는 국내서 가격경
쟁력을 상실한 경공업분야 공장유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현대측은 현재 200여 입주신청업체 가운
데 섬유·의복·완구·가방·양말 등 섬유관련 업체가
전체 신청업체의 70%를 상회하는 140여 업체에 이른다
고 밝히고 있다.
만약 현대가 서해안공단 조성과 함께 입주신청 의향서
를 받는 것을 본격화하면 상당수 섬유·의류업체들의
공단입주 신청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섬유·의류업체들의 경우 유휴설비 이전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을 원활히 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값싸고 질좋은 북한의 노동력을 사
용 국제적 가격경쟁력을 갖춘 섬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
는 인프라 기반을 갖춘다는 측면에서 그 의의는 더욱
배가될 전망이다.
국내 섬유업체들의 북한생산은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
다. 그러나 남북경협 등은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본격
적인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업체보다는 대우·코오롱상사 등 종합상
사를 중심으로 OEM 방식의 제품생산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같은 측면에서 현대의 서해안공단 조성은 국내 섬유
관련 업체들의 해외생산 패턴을 본격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 천년을 앞두고 찾아온 勿失好機
의 찬스를 卓上空論의 遇로 놓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전상열기자 syjeon@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