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섬유산업 생태계 “이대로는 안된다”

‘원가절감·생산성 향상·품질 고급화’ 모두 놓쳐

2014-04-19     김영관

15일 오후3시. 한국섬유개발연구원 3층 소회의실에 대구경북지역 스트림별 실무 전문가들이 모여 국내 섬유산업의 현주소를 긴급 진단하고 주력 품목군의 생태계 변화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이대로는 안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차별화 원사부터 사 가공, 염색, 후가공이 뒤따라야만 후발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차별화 원사도, 사 가공도 소비시장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현재로선 역부족이라는 의견이었다. 잰 걸음에 머문 차별화 원사개발, 사 가공은 90% 이상의 국내 가연기가 정본품 생산용이어서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 게다가 노후화된 가연기로 최신설비로 무장한 중국을 따돌리기는 커녕 오히려 추격을 허용한 상태란다.

제직 설비는 신규 도입대수가 늘어나 흐름을 타고 있지만 생산성과 품질에 미치는 영향만 클 뿐 제품 차별화와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염색은 한술 더 뜬다. 노후도가 이미 한계를 벗어난 설비가 즐비하다. 게다가 설비 및 공정 레이아웃은 주먹구구식으로 일관해 생산성은 바닥을 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섬유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한 섬유산지 단체장은 “염색공단의 전 염색공장을 재편해 설비와 공정 레이아웃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만큼 대구지역 염색업체들은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품질 고급화와는 거리를 둔 환경에 놓여져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한국을 등 뒤에서 추격하고 있는 후발국과 그들을 따돌리고 섬유 선진국을 바짝 추격해야 할 한국의 레이스는 오히려 점점 간격이 좁아만 가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섬유산지의 현재 먹거리는 폴리에스터 강연 감량직물과 ITY싱글스판니트, 복합 교직물 등 3대 품목. 나일론직물과 면직물은 각각 수출금액과 경쟁력에서 현재의 먹거리 범주에서 논외다. 그런데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오늘의 연명에 급급한 산지의 현주소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전문가 회의는 섬유산지의 먹거리 제품개발과 주력 제품군의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것. 그리고 리딩 기업들의 앞서가는 개발력과 차별화를 통해 산지의 기반을 고도화 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피할 수 없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