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추구 ‘DNA’…日 도레이를 세계적 기업으로
‘원사·원단·염색·봉제’ 유례없는 일관 비즈니스 모델 성공…탄소섬유, 전략적 사업 확대
사카키바라 회장, 13일 제주 섬유패션 CEO 포럼 특강
쌀알 1개 크기의 나일론 칩을 늘리면 달까지 닿을 만큼 늘어나는 극세섬유와 사람의 머리카락 보다 얇은 1장의 필름 안에 무려 2000개의 층을 쌓은 나노 적층 필름. 이는 모두 극한을 추구하는 DNA가 녹여진 일본 도레이의 집념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도레이그룹은 연간 500억엔의 연구비와 3500명의 연구인력을 가진 세계 최대 종합화학 기업이다.
올 1분기 연결기준 1조5923억엔의 실적을 올렸고 이중 순수 섬유사업 매출은 6322억엔으로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도레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에 단순한 소재기업에서 벗어나 원사, 직물, 봉제까지 아우르는 유례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매년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1년에만 1억장이 팔리며 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킨 유니클로의 ‘히트텍’은 도레이가 계열을 초월한 글로벌 개방형 비즈니스를 통해 원사에서 편직, 염색, 봉제까지 해 공급한 역작이다.
지난 13일 섬유패션 CEO포럼 <관련기사 8면>강연에 나선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사진>은 “1만엔짜리 와이셔츠에 원사만 납품했을 때는 13엔만 우리 몫이다. 그러나 예를 들어 3000엔짜리 유니클로 의류에 직조, 염색, 봉제까지 해 납품하면 이중 1000엔이 우리 몫이 된다”며 일관된 개발·공급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킨 사례를 설명했다.
일본에서 원사와 원면을 생산하고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방적과 염색, 봉제를 거쳐 이를 미국 및 유럽, 러시아 등지에 수출하는 형태다. 사카키바라 회장은 “기존의 섬유, 플라스틱·화학이 주축인 기간 사업과 더불어 탄소섬유 등 전략적 확대사업으로 성장을 견인하고 환경·엔지니어링 등 중점 육성·확대사업으로 미래 수익의 핵심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도레이의 탄소섬유사업이다. 사카키바라 회장에 따르면 보잉사는 이미 모든 비행기 구조재에 탄소섬유를 적용, 1대에 약 30t의 탄소섬유가 쓰이는 등 올(all) 탄소섬유 비행기 시대가 도래했다.
이를 통해 연비를 20%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고강도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창문이 커지고 내부 공간이 넓어지며 습도를 높일 수 있어 더욱 쾌적해지고 있다. 도레이는 당초 항공기를 핵심 용도로 탄소섬유를 개발했으나 점차적으로 단가가 떨어지고 가공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자동차용이라는 새로운 성장 가능성 시대를 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