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붕 칼럼] 알기 쉬운 패션소재 - 고즈(gauze) 직물에 얽힌 옛 이야기

2014-07-01     편집부

고즈(gauze) 직물에 얽힌 옛 이야기
우리는 사직물과 여직물을 구분하고 있는데 영어로 표기하면 모두 고즈가 된다. 이것을 독일어로는 가제(Gaze)라고 한다. 어르신들이 지금도 병원에서 외상 치료후 고즈를 대고 붕대를 감아주고 나면 가제로 감았다는 말을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사(紗)직물이란 용어도 영어의 sheer에서 온 것인지도 모른다. 고즈란 이름의 원천은 중동지구 팔레스티나 지방의 지중해를 끼고 있는 옛 도시 가자(Gaza)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가자 지구는 이집트에서 시리아로 가는 가도의 요충지로, 고대로부터 이 지역을 점거하려는 쟁탈전이 심한 곳이었고 지금도 수시로 이스라엘과 마찰을 빚고 있다.

아랍어로 이 가자란 말은 갓자(Ghazza)라고 발음하는데 이 지명의 의미는 ‘요충지’ 혹은 ‘강하다’란 뜻으로도 사용된다. 고대 히브리어로는 ‘성으로 둘려 쌓인 요새’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그 당시야 어디고 모두 그러했듯 경비를 철저히 하는 성곽도시였었고 규모가 대단히 컸던 번영의 땅이었던 것 같다.

이 가자 지구의 역사를 들추다 보면 나오는 것이 구약성서 판관기 14-16장에 등장하는 나바르인 ‘삼손과 데릴라’이야기다. 삼손은 BC13-11세기에 이스라엘 단부족의 전설적인 영웅으로 태어나 숙적 페리시테인들을 많이 무찔렀다.

블레셋(phillstine) 여자 데릴라와 사귀는 동안 그녀의 꼬임에 빠져 삼손의 대단한 힘의 원천이 머리카락에 있음을 알려준 것이 잘못돼 그녀의 배신으로 눈을 잃고 체포되는 불행을 겪는 스토리가 나온다. 서기 1250년 경에 제작된 마카이오프스크 성서에 실린 ‘삼손과 데릴라’의 그림에서 머리카락이 잘리는 줄도 모르고 데릴라 무릎에서 잠든 삼손의 모습이 유명한 그림으로 남아 있다.

눈을 잃고 손발은 쇠사슬로 묶인 체 연자 방아만 돌리고 있던 삼손이지만 다시 자라난 머리카락의 힘으로 재차 괴력을 지닌 삼손으로 되살아난다. 다곤 신전의 기둥을 흔들어 축제에 나왔던 군중 3천명과 함께 사라져간 삼손의 스토리는 카미유 생 상(Camille Saint Saens)작곡의 오페라로, 밀턴의 장편 서사시 ‘투사 삼손’이다. 미국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삼손과 데릴라’란 제목의 영화 등으로 잘 알려진 이야기 인데 이런 삼손과 인연이 있는 가자의 명산품이 바로 고즈란 것이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