毒이 든 聖盃 ‘조세특례제한법’ 부설硏 발목 잡다
높은 세액공제율 즐기다 ‘세금폭탄’ 된서리 섬유·패션업체, 연구원은 전공불문 멀티플레이어 국세청, R&D분야 연구인력 연구전담 규정 엄격 적용 양측 인식 충돌…피해는 업체 몫
“우리 회사 연구인력은 전공에 상관없이 능통한 외국어 구사가 기본입니다. 시장조사는 물론 바이어 상담까지 병행해야 해요. 또 자기가 팔 물건에 대한 트렌드 파악과 동시에 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내놓는 아이디어까지 내야 합니다. 공대생만을 연구인력으로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닌가요?”
이는 부설연구소를 운영하는 대부분 섬유·패션업체 CEO가 보는 연구인력 가치관에 대한 골자라 할 수 있다. 섬유·패션업체로서는 이를 당연한 룰로 삼는다. 그런데 이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세무조사서 연구인력 규정위반 지적을 받아 세금폭탄을 맞는 된서리가 그것이다.
R&D분야 세제혜택 대상은 반드시 공대생이어야만 하는가? 각 중소기업들의 부설 연구소 연구인력에 대한 세무당국의 세무조사 잣대가 너무 원칙론으로 흐른다는 불만스런 여론이 터져 나왔다.
특히 세무당국이 기업체에 세무조사에 나가면 이 분야 R&D규정을 앞세우기 때문에 대부분 대응책을 찾지못한 채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 세법규정에 따르면 연구인력에 대한 세무당국의 세액공제율은 최소 25%부터 최대 30%에 이른다.
연구인력에 대한 높은 세액공제율이 되레 기업에 ‘독이 든 성배’가 되는 부메랑 효과를 낳았다. 세무조사 때 소명을 제대로 못할 경우 세금폭탄 배제조차 쉽지가 않다. 이는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겪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년전부터 섬유·패션업계는 물론 각 산업계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구소 설립바람이 거세다. 연구소 설립바람은 우리 산업 자체가 선진국 형으로 탈바꿈하는 길라잡이 역할 뿐만 아니라 기업마다 미래성장 동력원 발굴과 고용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또 정부나 세무당국 역시 연구인력에 대한 세제헤택을 통해 기업들의 연구소 설립을 지원해 왔다. 단적인 예가 조세특례제한법이다.
그런데 이게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기업들이 이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단적으로 연구인력이 아닌 사람까지 인력으로 등재시켜 세제혜택을 보는 경우다. 이는 한마디로 탈세다. 세무당국이 원리원칙 하에 발본색원해 이를 환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문제는 이 때문에 선의의 피해기업이 속출한다는 데 있다. 대부분 섬유·패션기업은 중소기업 범주에 속한다. 재정상 연구소 운영 자체가 만만치가 않다. 그런데 트렌드가 바뀌었다. 정부과제사업 수행에 참여하고파도 자체 연구소가 없으면 아예 배제를 당한다.
또 신규 바이어 개척에 나설라치면 대부분 자체 연구소 유무를 묻는 경우가 많다. 수출 비즈니스 활성화 차원에서도 연구소 설립은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문제는 연구인력에 대한 시각차다. 대부분 섬유·패션업체가 생각하는 연구인력은 흰 가운을 입고 비이커만 만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능통한 외국어 실력은 연구인력으로 꼽는 최우선 사항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무엇을 팔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시장조사에 나서고, 변화하는 시장트렌드 체크가 기본 업무다. 또 바이어와 상담하는 비즈니스업무까지 병행한다. 한마디로 연구인력은 멀티플레이어라 할 수 있다. 직능별로 인력을 배치하는 대기업과는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 이는 섬유·패션업체가 연구인력을 굳이 공대생으로 제한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그렇지만 세무당국의 생각은 이와는 다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고유권한이다. 또 세무조사의 골자는 탈세유무 판단이 주요 업무다. 만약 과도하게 공제를 받았으면 적법한 법절차를 밟아 환수조치를 취한다.
문제는 매년 세무조사 대상 업체가 워낙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탈세유무 판단 기준으로 세법규정을 엄격히 들이댈 수밖에 없는 상태다. 특히 연구인력에 대한 세액공제는 연구에 전담하는 인력에 한해 적용이 가능하다는 R&D규정을 앞세운다. 섬유·패션업체로서는 속수무책이라는 한계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세특례제한법은 기업들의 세제감면을 통한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인 만큼 기업들은 법이 정한 원리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부분 세무조사가 10년 이상 넘게 기업활동을 한 상태서 이뤄지기 때문에 첫 단추를 잘못 꿴 경우 공제금액에 대한 환수조치는 기업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나 현 세법 하에서 원리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해당업체가 고스란히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某 세무사는 “최근 공제감면 범위가 확대되면서 분명 소득이 발생했는데도 세무당국이 세금을 부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며 “꼭 이 때문만은 아니나 연구소 연구인력에 대한 세무당국의 엄격한 잣대는 왈가불가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원리원칙을 지켜야 세금폭탄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최근 세무당국은 기업들의 QC활동까지 엄격히 세법의 잣대를 들이대 조사를 펼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