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만 되도 일 할 곳 없다”

패션업계, 사업부장 연령대 갈 수록 낮아져…베테랑급 유휴인력 늘어

2014-08-27     이영희 기자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브랜드사에서 활약해 온 K씨는 기획에서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업무를 두루 거친 50대 초반 베테랑이다. 현재는 중국 브랜드사에서 총괄 디렉터로 근무하고 있다. 국내에서 일하고 싶어 여러 브랜드사에 이력서를 보내 타진했지만 녹록치 않았다. 이유는 “연령대가 근무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국내 유명 여성복브랜드에서 진캐주얼까지 영업 및 사업부장을 맡아 온 L씨는 전 직장에서 퇴사를 권유받은 이후 최근까지 1년째 직장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이유는 K씨와 같다. 이탈리아에서 유학했고 해외 지사 및 정보회사에 몸담아 온 K씨 역시 이 같은 노하우를 더 이상 활용하고 활동할 곳이 없다.

최근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베테랑급 전문가들은 일할 곳이 없다. 대형 브랜드사들의 본부장급은 대부분 40대 초중반 이고, 경영혁신을 앞세운 중견기업들은 파격 인사로 연령대를 더욱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패션기업의 경우는 아예 임원직급을 연차적으로 권고퇴직시키고 젊은 팀장, 부장급으로 인력을 구성했다. 중소기업 대표는 “요즘 경기가 어렵고 이익이 나지 않다보니 임원직급의 연봉만 줄여도 숨을 쉴 정도”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갈수록 현업에서 활약하는 전문인들의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탄탄한 실력을 갖춘 베테랑들의 설 곳이 없다. 모 대형브랜드사의 관계자는 “본부장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교체되면서 시장전개에 있어 주기적으로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것이 감지된다”면서 “전문가집단의 효율적 활용과 정보공유로 패션업계 발전을 저해하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시스템 마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패션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든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에 노하우를 갖춘 노련한 전문인력들의 효과적 활용이 필요하다.

반면 패션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모 오너는 “경영이 어려운 가운데 고연봉의 임원들이 많을 경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고 갈수록 마켓에서 젊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원하는 만큼 젊은 피를 수혈하는 방법도 검토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패션업계가 효율적 인재 활용방법을 강구해야 하겠지만 당사자들도 눈높이를 낮추는 등 자발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