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뜬 채 마진 뜯기고…“섬유산업, 원高에 울었다”

금융위기 속 수출부진…재고 늘자 감산說 확산 업계 곳곳서 경영난…제 3의 구조조정 알리나

2014-11-01     전상열 기자

“수출가격을 지켜내는 것도 힘이 드는 데 원화 가치가 빠르게 치솟으니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ㄱ직물업체 K사장)

“직·편물 수요업체의 수출경기가 바닥상태에 있다 보니 원사 재고만 쌓여갑니다. 이달부터 원사 감산이 불가피할 것 같아요.”(모 화섬사 원사 영업 관계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섬유 전 스트림에 걸쳐 강하게 압박하면서 업계 곳곳마다 경영난을 호소하는 파열음이 잇따르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줄도산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자칫하면 97년 IMF 금융위기(1차 구조조정), 2005년 WTO체제 복귀(2차 구조조정)에 이어 제 3의 구조조정까지 예고한다.

줄어든 수출물량에 가격마저 깎이고 여기에 원화 가치는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 10월10일 딜리버리 20일, 결제시점 10월31일 기준으로 소량 다품종 런닝 아이템 수출 오더를 받았다 치자. 이날 원-달러 환율은 1073.8원이었다. 그런데 결제시점 10월31일 원-달러 환율은 1060.7원을 나타냈다. 21일 만에 손 놓은 채 달러당 13.1원 손해를 봤다. 그나마 10월 23일 1050원대에 진입한 환율이 9일 만에 이에서 벗어나 손해를 줄였지만 앞으로 환율 하락은 섬유업체에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섬유업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을 거치면서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수출경기 침체 때문에 몸살을 앓는 섬유업계에 원화가치 상승세가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지난 9월 섬유류 수출 실적은 이를 웅변해준다. 9월 섬유류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8.6% 감소한 11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뒷걸음질 수출은 섬유산업 전반에 적신호를 불렀다. 부족한 가공물량 탓에 공장마다 가동을 멈춘 설비가 늘어나는 추세다. 가동률 저하가 근본문제로 본격 부상한 것이다. 원사업체가 먼저 신호를 보냈다. POY 재고량이 급속히 늘어나자 감산설이 고개를 들었다.

재고 증가는 원사가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화섬업체마다 11월 원사가격은 10월에 반영하지 못한 나머지를 인상하는데 급급하다. 상황은 폴리에스터·나일론 원사 거의 비슷하다. 직·편물업체 역시 동일선 상에 놓였다. 수출가격을 지켜내는 업체는 그나마 나은 경우다. 대부분 섬유 수출업체가 깎인 가격의 수출에 목을 맨다. 미국 경기가 다소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의류 등 소비심리 회복 속도는 더디다. 직·편물류 수출이 부진한 근본 이유다.

현재 환율은 중장기적으로 세 자릿수를 나타냈던 2008년 초 수준으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세 자릿수 환율 상황에서의 살 길은 품질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더 이상 가격경쟁력에 매달려서는 섬유산업의 미래는 보장받을 수가 없다. 섬유산업이 또 다시 사활의 시험대 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