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억대 몸값 ‘울상’

남성복 업계, 모델료 천정부지 ‘부담증폭’

2014-11-15     김송이

“남들 다 하는 스타 마케팅, 불경기지만 그나마 안 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패션 경기 침체가 전망됨에 따라 의류업체들이 허리끈을 조이는 반면, 남성복 빅 모델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2014 S/S 화보를 촬영해야 할 11월 중순까지 모델을 결정하지 못한 브랜드 마케팅팀이 울상이다. <사진 : 서울패션위크 백스테이지에서 취재진과 포토그래퍼에게 둘러싸인 모델 이수혁. 연예인과 달리 국내외 패션위크와 잡지를 통해 활동하는 전문모델은 패션 디자이너 및 모델 관계자들의 평가와 열광적인 ‘팬덤’의 인기가 높다. 반면 서울 외 지방 가두상권 점주나 일반 고객들에게 어필하기에는 대중성이 부족하다고 평가가 엇갈린다.>

전국에 다수 매장을 전개하고 고객 연령층이 폭넓은 기성 브랜드는 고민이 더욱 크다. 남성복 브랜드 A는 2013 F/W 라이징 스타 모델출신 연기자 2명을 내세워 스타 마케팅 효과를 봤다. 이 브랜드는 서울과 경기 외에도 지방 각지에 1백 여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시즌 초반 소수 열혈 팬만을 가진 두 모델을 보고 못마땅한 점주들도 많았다.

관계자는 “조인성, 이민호 등 대형 스타 모델을 선호했던 지방 점주 대부분 신진 스타 모델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중반 이들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만족도도 높아졌다”며 “연말이 되자 두 명 각각 몸값이 400~500% 올라 억대를 부르는데 다음 시즌까지 기용할 수 없어 부담이 더 크다“고 말했다.

사업부 내에서도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는 녹록치 않다. 전국 백화점과 가두점 유통별 브랜드 2개를 전개하고 있는 패션기업 B는 백화점에는 패션모델, 가두점에는 유명배우를 기용했으나 내년까지 연장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마케팅실은 “패션업계에서 잘 알려져 있는 김원중, 이수혁, 김영광 등 스타일이 좋은 유명 모델을 10여 명 리스트로 작성해 추천했는데, 중장년 사업부 임원들은 이들 이름이나 얼굴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 설득하기 힘들었다”고 어려움을 말했다.

또한 “입대 전이거나 복무 중인 젊은 남성 연예인들이 많아 스타 모델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신진급 연예인들에게도 제안이 잦아지자 덩달아 몸값을 높게 부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모델의 기용 따라 팬들 연령과 구매력도 큰 차이를 보여 팬 사인회나 행사 매출에도 영향을 준다. “빅 모델은 중국과 일본 중장년 여성 팬들의 고가 선물 공세와 제품 구입이 이어지고, 10~20대 팬이 많은 신진 모델은 젊은 층으로부터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으나 매출에서는 눈에 띌만한 효과가 없다”며 각각의 장단점을 말했다.

이에 따라 해외 모델을 기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브랜드 C는 연중 해외 모델을 기용하면서 시즌 중반 닉쿤, 유승호 등 스타 화보와 마케팅을 교차시켜 감도와 인기를 다 잡았다. 이 브랜드는 스타 마케팅에 앞서 웹사이트 회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통해 구체적인 남성 연예인 선호도를 조사했다. 관계자는 “브랜드 런칭부터 쭉 같은 해외모델을 기용해 제품 콜라보레이션까지 진행됐다”며 “내년 상반기는 아트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며 하반기 헤비 아우터가 나올 시점에 스타 마케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캐릭터, 어반캐주얼 남성복을 선호하는 수도권 20~30대 남성 고객들이 스타의 얼굴보다 브랜드 감도를 중시함에 따라 해외 모델이나 2명 이상의 다수를 기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류의 꾸준한 인기로 아시아 팬 고객몰이까지 가능함에 따라 늦가을까지 남성복 마케팅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