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컬화하면 세계 最高 섬유생산 기지로 탈바꿈”
5일 개성공단 방문단 오더 주문 증서 교환 ‘의산협·개성공단기업협회’ MOU 체결
“생산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었던 (북측) 근로자들은 지난 사태를 뼈저리게 느끼고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진지한 자세가 확연했다. 북측도 우호적이었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였다. 만약 재직·염색·봉제·후가공에 이르는 버티컬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면 우리 기업도 기꺼이 투자하겠다.” (고경찬 벤텍스 대표)
“라인에서 대량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돼 있어 부러웠다. 개성공단은 대량 저가 제품, 국내는 소량다품종 고가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선의의) 경쟁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박경모 서울의류봉제협동조합)
지난 5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한국의류산업협회(회장 최병오) 회원사 의류패션기업인 42명은 공단생산 라인을 둘러 보고 향후 일감 수주를 약속하는 오더 증서를 교환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돌아왔다. 이날 방문은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6개 공장을 둘러보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애로사항과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방문단 대표로 개성공단을 다녀온 최병오 회장은 “개성공단은 매우 만족스러운 생산시설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기존 오더 물량을 확대키로 결정했고 향후 지속적으로 오더수주 상담을 위한 개성공단 방문을 협회 차원에서 추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날 최 회장은 즉석에서 개성공단기업협회(회장 한재권)와 MOU를 체결할 것을 제안해 앞으로 오더 수주를 활성화하고 우리 패션업의류업체들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디엠에프 최동진 대표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패션의류 기업인·관계자들의 개성공단 방문이 정기적으로 이뤄지길 희망한다”며 “직접 눈으로 보면 개성공단의 경쟁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일감 부족이었다. 실질 가동률이 40~50% 수준인 상황에서 공단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의류패션 메이커들의 관심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벤텍스 고경찬 대표는 “세계적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성장 배경에는 도레이라는 회사의 기반이 큰 힘이 됐다. (도레이는 첨단 원사뿐만 아니라 고기능성 의류봉제 제품 생산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패션 메이커들이 남북 경협 중단 사태 당시 거래를 중단하거나 클레임을 거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더를 끊지 말고 기다리고 인내하며 배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개성공단 제품을 미국,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마이스터高와 협력하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개성공단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방문단의 한 기업인은 “국내 의류 제조는 다품종·소량생산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고부가가치화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개성공단은 국내에서 불가능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측 봉제의류 업체들과 선의의 경쟁으로 각자 특화된 분야에서 장점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의류봉제협동조합 박경모 회장은 “이번에 개성공단을 가보니 저가 품목은 우리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느꼈다. 병원이나 기업체 같은 단체복 같은 분야에서는 일부 경쟁할 수 밖에 없지만 개성공단은 저가 대량생산, 우리는 고가 소량생산으로 서로 공생하는 관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성공단 방문시, 간담회 자리에서 경영난에 처한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에 대한 우리 업계 미담이 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북 관계 경색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으로 패션의류 메이커들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 거래를 중단하고 클레임을 제기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을 때 슈페리어는 오히려 당시 거래하던 협력업체 사장들을 만나 금일봉을 전하며 생산을 독려하고 격려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슈페리어 김성열 부회장은 “당시 공장들이 하도 어렵다고 해서 거래선 2곳을 선정해 열심히 일하자는 뜻으로 격려금을 전달했다”며 “앞으로도 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오더량을 계속해서 늘려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의산협 회원사로 개성공단을 방문한 한 참석자는 “당시 브랜드 업체들이 보인 자세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며 “브랜드사와 생산업체들간 상생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날 이 일을 처음알았다”며 “큰 감동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