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플라뇌르(Flaneur)’ 정순주 대표 - “예술 녹여 실용적 제품 실현”

개성과 감성 물들인 피혁잡화

2014-12-09     김송이

“한국에서는 공예가 산업의 하위 개념이다 보니, 공예를 디자인과 억지스럽게 접목하는 일이 많았어요. 하지만 해외서는 공예의 정신과 가치를 존중하고 있고 패션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장르입니다.”

정순주 대표는 홍익대학교에서 공예를 전공하고 일본에 건너가 염색을 배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염색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작업 준비부터 모든 과정이 몸에 고스란히 배었고, 이는 본격적인 제품 출시와 브랜드 런칭으로 이어지게 됐다. 본인 이름을 딴 ‘순주’를 2009년 런칭해 염색 기법의 패브릭이나 프린트를 사용한 실크 스카프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잡화를 전개했다.

아트샵과 셀렉트샵을 통해 판매하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도 꾸준히 열었는데, 차츰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른 한국 문화와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소재와 기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 대표는 특히 자개 등 전통적인 소재룰 다룰수록 모던한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감옷 등 전통적인 것들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풀어내고자 방법을 모색했다고 한다. 한류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도 감성을 잘 표현한 제품이 드물었고, 한국을 대표할만한 아이템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한국적이면서도 참신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던 바람을 갖고, 제자였던 이정미 작가와 함께 피혁잡화 브랜드 ‘플라뇌르’를 를 런칭했다. 지금껏 해왔던 섬유소재가 아닌 가죽을 염색해 가방으로 만들었다. 실패를 무릅쓰고 가죽에 섬유 소재와 같은 염색 기법을 적용했는데, 소재와 원료를 일일히 조사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샘플을 직접 만들었다. 정 대표는 섬유미술 전문가의 시각으로 가죽을 바라봤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가죽을 염색하는 것은 기본이고, 열을 가하고 구기는 등 스트레스를 줬어요. 콩기름을 비롯해서 갖은 물질을 가죽에 발라보기도 했고요. 샘플 가죽은 정말이지 봄바람에 내놓은 며느리 얼굴이라고 할 만했어요. 그 과정에서 나오는 느낌이 전부 달라 핸드메이드 개성이 다 있는 제품들이 완성됐습니다.”

‘플라뇌르’는 간결한 디자인에 자연스러운 빛깔과 질감이 돋보이는 가죽 가방 제품을 위주로 한다. 사이즈 별로 25만 원대부터 다양한데, 마치 금속이 녹슨 듯한 무늬와 결이 가방 하나하나 다 다르다. 예술적인 느낌이 짙지만 자기만의 개성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 대표는 “공예를 패션, 라이프스타일과 접목시키고 더욱 세련되고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고 싶다”며 “공예가 고리타분하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일부 매니아가 아닌 많은 대중에게 이해받고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