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동시다발 임금 분쟁, 韓 벤더 경영난 가중

캄보디아·방글라데시 수십명 사상자 발생 의류봉제 기업들 집중 타겟, 현지 여론 악화

2015-01-15     정기창 기자

연초부터 우리 벤더기업들이 진출한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지역에서 현지 근로자들 최저임금 문제를 둘러싼 다발적인 분쟁으로 인명 사고가 발생하는 등 큰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2월24일부터 최저임금 2배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이 시작된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의 최저임금 시위는 1월3일 현지 정부의 유혈진압으로 5명의 사망자와 수십명의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캄보디아 임금분쟁은 작년 12월 미국계 금융 회사 칼라일그룹이 인수한 약진통상 앞에서 벌어진 시위로 사건이 확대돼 인권단체들로부터 노동탄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등 심각한 상황으로 번졌다.

한국의 인권·노동·환경·공익법 단체들이 연대한 해외한국기업감시(KTNC WATCH)는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이 한국 업체 보호를 현지 정부에 요청한 뒤 평화적인 시위가 유혈사태로 번졌고 ▲여기에 약진통상 등 우리 업체들이 연루됐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해외한국기업감시는 지난 10일 캄보디아 노동자 유혈진압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었다. ▲한국대사관과 기업 요청으로 군부대가 투입돼 희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즉각 중단하며 ▲우리 정부가 캄보디아 대사관과 기업들이 인권을 존중하고 국제 기준을 준수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외교부는 우리 대사관은 시위 초기에는 일반적 차원에서 보호를 요청했으나 유혈 사태가 발생해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이 더욱 위협받게 되자 경계 강화를 요청했고 강경 진압을 요청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약진통상 앞 시위에 대한 캄보디아 공수부대의 진압과 관련해 우리 대사관 및 약진통상은 이 사안에 개입한 바 없다고 밝혔다.

현지 진출한 한국 업체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주들어 사태는 진정국면을 맞아 근로자들의 정상출근이 이뤄지고 있으나 현지 언론과 인권단체들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향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 1월9일에는 영원무역의 방글라데시 계열 공장인 KSI(Karnaphuli Shoes Industries Ltd)에서 시위대들 중 1명이 사망하고 10명 내외가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원무역은 “다수의 이웃마을 불량배들이 공장에 침입해 내부를 파괴하고 집기와 2~3000족의 수출 대기중인 신발을 약탈해 갔다”며 “불미스러운 사태가 일어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이번 시위는 근로자 혜택을 파기한다는 루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는 매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잦은 폭력시위가 벌어지는 등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업계는 뚜렷한 대응책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의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인건비가 상승하면 이 비용이 제품가격에 반영되는데 지금 같은 급격한 임금상승 요구는 우리 업체들이 현지에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는데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가 합의점을 찾으려고 해도 현지 정부나 여론은 내정간섭을 문제삼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문제 조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업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복수 노조를 허용하고 있어 한 회사에 5~6개의 노조가 선명성 경쟁을 하며 분쟁을 과격하게 이끄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