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복수노조간 경쟁 과격시위 주도
무작정 임금인상하면 투자설비 포기 해야 정부 개입은 주권침해로 민감하게 반응
언론과 외신, 그리고 현지 진출한 우리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캄보디아 임금 분쟁은 당초 정치권에서 시작된 갈등이 노동계로 전이돼 급격한 과격 시위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캄보디아 근로자들은 작년 12월부터 최저임금을 현재 80불에서 160불로 2배 인상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캄보디아 노동부와 우리 업체들은 최저임금을 100불 선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협의하던 중 이번 유혈사태가 터졌다. 현재 노측은 100불 인상안을 거부한 상태다.
캄보디아 최저임금은 주변국들에 비해 약 40% 정도 낮은 수준이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미얀마와 더불어 우리 벤더들이 진출할 수 있는 마지막 대안으로 떠올라 의류제조 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현지 근로자 1인당 우리업체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이보다 3배 이상 많아 100불 이상의 임금 인상은 현지 투자 매리트를 감소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놈펜 인근에 봉제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업체 관계자는 “인센티브와 사회보장비, 식대, 출퇴근 비용 등을 회사측에서 부담해 1인당 월 비용은 272불 수준”이라며 “지금처럼 한번에 2배의 임금 인상이 있으면 캄보디아는 경쟁력 없는 땅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일자리가 없어 취직자체가 어려운데 현재 임금 80불도 현지에서는 낮은 급여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한국기업감시는 작년 11~12월 캄보디아 정부가 발주한 ‘노동자문위원회 실태조사작업반’ 보고서에 최저임금을 157~177불로 인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 무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캄보디아는 한 회사내에 복수의 노조가 있어 각 노조들이 근로자들 지지를 얻기 위해 강성 투쟁 위주로 나가는 것도 분쟁이 잦은 원인으로 지적된다. 수년전 캄보디아에 진출했던 모 섬유업체는 노사 분쟁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수십 억원을 투자한 공장을 버려둔 채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노조가 많다보니 사측에 우호적인 노조는 어용으로 매도되는 일도 종종 있다.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저렴한 임금을 보고 들어간 투자업체들이 무작정 임금을 올려주다가는 수십만~수백만불을 투자한 공장을 운영도 못하고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기업들은 해외 유명 바이어들의 규정을 따르기 위해 어느 지역, 어느 기업보다 철저하게 노동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데 이런 사건이 터지면 인식만 나빠진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해외에 진출한 우리 업체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문제에 개입하면 현지국은 주권개입이나 외교권 침해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이다”고 밝혔다.
한국의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우리 업체들이 고가 전략으로 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U턴기업 지원법을 제정, 혜택을 주고 있으므로 과거처럼 저가 물량위주 시장보다는 고가 시장을 공략해 한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