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口有言] 박수칠 때 거취 정하는 게 도리 아닌가
노 회장 3연임 추대
업계는 들러리 선 꼴
“경선만이 탈출구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차기 회장에 현 노희찬 회장을 3연임 추대했다고 밝혔다. 섬산련은 지난 20일 열린 회장 추천위원회 3차 회의 결과, 본인의 강력한 고사에도 불구 추천위원들이 노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노 회장의 3연임 취임은 오는 2월 24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정기총회를 앞두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의안상정으로 추대수순을 밟는다. 섬유패션업계가 섬산련 회장 추대사상 유례가 없는 3연임 회장을 맞이하는 순간에 놓였다.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나. 역대 회장 추대사상 차기 회장 후보군이 막강 진용이었지만 재임한 현 회장을 3연임의 대안으로 밀어부쳤다. 섬유패션업계에 노 회장만한 인물이 없었다는 뜻도 있지만 노 회장은 스스로가 “3연임 안한다”고 했다. 노 회장은 설령 궁색 하더라도 그 말에 명확히 답해야한다.
3연임 안한다는 말을 던져놓고 왜 회장 추천위원회에 들어갔나. 또 유력한 후보의 사퇴까지 종용했나. 그리고는 3연임 회장을 맡게 됐다. 섬유패션업계가 당연히 의혹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당초 3연임을 받아들이면 ‘이는 안된다’는 업계의 십자포화를 두려워했던 것인가. 그래서 3연임 않겠다며 한발짝 물러난 뒤 스스로 회장 추천위원을 맡았나. 그리고 1, 2차 추천위 판을 업계의 난상토론과 불협화음의 장으로 변질시켰나.
의도였다면 자연스럽게 뜻대로 됐다. 3차 회의 역시 후보 단일화는 이뤄질 수가 없었다. 추천위원들 모두 유례가 없었던 경선의 부담에 발목이 잡혔다. 노 회장의 3연임 카드가 자연스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노 회장은 왜 김웅기 카드를 끄집어 냈을까. 김웅기 회장은 추대라는 전제조건이라면 섬산련 회장을 맡겠다고 했다. 그는 애시 당초 섬산련 회장은 생각지도 않았던 인물로 알려졌다. 그런데 노 회장의 권유에 발을 넣었다. 명분은 스트림간 협력에 기인한 것 같다. 삼일방직과 세아상역은 원·하청관계다. 김웅기 회장 역시 마다할 수 없지 않았냐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이 카드는 3연임으로 가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업계는 이번 차기 섬산련 회장 추대를 놓고 이해 안되는 면이 많다고 평가한다. 왜 경선이 문제인가가 그것이다. 또 회장을 하겠다는 리더가 넘쳐났는데 굳이 시간을 벌겠다며 이들의 뜻을 외면했는가다. 답은 노희찬 회장의 3연임 과욕으로 귀결됐다는 업계의 여론으로 나타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했다. 단독 후보를 찾아 회장으로 추대하는 형태는 과거의 관례였다. 그러나 현실은 이게 아니다. 회장 하겠다는 후보가 넘쳐났다. 당연히 단독 회장 추대는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사안 자체가 아니다. 후보자 모두 스스로 회장 적임자라 생각하는데…. 과거의 관례를 현재나 미래 쪽에 꿰맞추는 것은 궤변이다. 회장 후보 대다수가 경선을 원하는데 관례를 내세워 깬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러면서 2연임한 회장을 3연임 회장으로 추대했다.
추천위 결정에 대한 회장 후보 대부분의 의아함과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노 회장이 당당히 3연임 하겠다고 밝혔으면 회장 후보로 출마도 않았을텐데…. 무슨 망신이냐는 의미다. 한걸음 더 나아가 모두 노 회장보다 못하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후보들은 3차 회의를 앞두고 1, 2차 회의에서 나타났듯 어차피 만장일치 추대가 어렵다면 경선방식으로 후보를 뽑은 후 업계 대화합 차원에서 추대 방식을 밟는게 순리라 말한다.
3연임에 대한 노 회장 스스로의 생각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앞으로 부담스러운 짐으로 항상 남을 것이다. 아직 총회까지는 한 달여 시간이 남았다. 섬산련 이사회가 노 회장 3연임 카드를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회장 추천 위원들 역시 1, 2, 3차 회의 내용과 결과를 놓고 향후 상당한 부담과 책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