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지 못한 숙제…“한번 더”는 후보 인격 무시
본지, 섬산련 정대의원 단체장 긴급 여론 조사 단체장 10명 중 9명 “3연임 불가, 경선 수용” “선거 통한 여론 수렴은 시대적 상황”
본지는 차기 섬산련 회장 추대와 관련, 업계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 섬유산업을 대표하는 전국단위 협회 및 기관 등 단체장들을 대상으로 구정 연휴 직전인 지난달 27~28 양일간 긴급 여론 진단을 실시했다.
정확한 의견 수렴을 위해 대면 인터뷰 또는 전화를 통해 단체장의 의견을 직접 물었으며 이들은 모두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정대의원으로 정식 이사회 구성 멤버다. 약 20여 단체에서 연락이 닿은 11명 중 10명이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했고 1명은 답변을 거부했다. 섬산련 회장 추천위원인 한국화섬협회, 한국패션협회, 한국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연합회 등 3개 단체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현 노희찬 회장의 3연임 반대와 경선을 통한 차기 회장 선출이 적합하다는 의견(무응답 1곳 제외)이 90%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9명은 현 노희찬 회장의 3연임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이들 단체장 중 9명은 노희찬 회장 3연임을 반대하고 경선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명은 3연임에 찬성했고 경선여부에 대해서는 1명이 중립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경선여부에 중립 의견을 낸 단체장은 “나중에라도 경선 또는 추대 형식으로 후임에게 자리를 물려준다”는 조건을 전제로 해 사실상 경선에 반대하는 단체장은 한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예상과 달리 질문에 답한 단체장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 섬유뿐만 아니라 타 단체의 장이나 임원으로 활발히 활동했던 모 단체장은 “그동안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3연임은 다른 곳에서도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다. 후보자가 없다면 모르지만 능력있는 쟁쟁한 후보자가 4명이나 되는데 이를 두고 3연임을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성과를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연임은 가능하지만 후보자가 4명이나 있다면 경선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단체장은 “현재 일부에서 노희찬 회장이 3연임을 하면서 중간에 차기 회장을 추대 형식으로 다시 뽑자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시간 낭비이자 중복이 아닌가. 여기에 차기 회장이 3년 임기를 못 채우면 임기말 쯤 다시금 연임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2월24일 개최되는 섬산련 정기총회에서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단체장은 “그동안에는 민감한 사안이 없어 이사회나 정기총회에서는 의례적으로 안건을 통과시켜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건 상정시 거수나 무기명 투표로 찬성과 반대 의견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막강한 권한과 막중한 임무에도 불구, 허술한 정관으로 문제가 야기된 추천위원회 구성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모 기관장은 “후보자 등록도 안된 상태에서 어떻게 회장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회장 추천과 관련된 섬산련 45조11항은 (허술해서) 상당히 불만이며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섬산련 차기 회장 추천위원회와 관련된 문제는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섬유패션단체 관계자는 “추천위에 문제가 있다. 만장일치 결정을 못했다면 3차로 회의를 마무리하고 총회 경선으로 가야지 3연임을 거론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문제를 풀다 못 푸니까 한번 더 하세요…하고 3연임을 결정하는 건 후보들 인격을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비난했다.
현 노희찬 회장의 3연임이 불가하다는 대세론속에 우리 업계가 이제는 선거를 통해 업계 여론을 수렴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모 단체장은 “경선으로 좋은 후보자를 선정하면 되는데 과거의 관례에 사로잡혀 굳이 단일화 추대만 주장하는 것은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는 구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