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학 박사, 미싱사로 일하다] 5. 동대문패션봉제시장, 할 일이 많다

2015-04-01     편집부

동대문시장은 한국의 거대한 섬유패션시장이다. 동대문시장이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한 첫 출발은 먼저 동대문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특색 있는 동대문만의 문화와 네임밸류가 있어야 한다. 이로 인해 패션봉제도 더 활기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유행이 돌고 돌아 패션의 주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명확한 컨셉을 잡은 브랜드 런칭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거대 패션시장인 동대문에서 이를 과감히 시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브랜드개발은 중저가 혹은 고가로 나뉠 수 있다. 먼저 소비층 타겟을 정하고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브랜드를 기획하고 런칭하는 것은 의류학, 패션마케팅전공자들의 전문분야다.

두 번째, 동대문패션시장이 할 일은 디자인 개발이다. 대학시절 패션디자인경진대회가 있으면 밤을 새서 준비했던 기억이 남는다. 지방대학 재학생들은 대회가 있는 당일 새벽에 버스를 대절해 서울로 올라왔다. 수상자들이 거의 내정돼 있다는 말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밤새며 준비했고, 재료를 구하기 위해 전국을 다니고, 아이디어를 찾으러 다니던 그 때가 참 그립다. 요즘도 동대문 두타에서 한번씩 경진대회를 하며 디자이너의 꿈을 펼치는 장을 만들기도 한다.

오전에는 동대문종합상가에 디자이너들이 많다. 막내 디자이너들은 작업지시서 한 장 들고, 그 옷에 들어가는 부속을 찾아다니며 사고, 옷을 만들어 주기로 의뢰한 공장을 오간다. 그래서 이리저리 다니는 활동량에 비해 많이 먹지 않으니 살이 저절로 빠져 지금은 피팅모델도 한다는 그녀는 한번씩 외국 출장다니는 디자이너선생님이 희망이라고 말한다.

동대문패션은 고급봉제이여야 한다. 내가 현장에 있어보니 일하는 사람들의 기술은 참으로 좋다. 어떻게 하면 가다(옷의 태)가 예쁘게 나오는지를 잘 알고, 그 방법도 알고 있다. 그러나 동대문에서는 공임단가가 비교적 낮기 때문에 장수를 먼저 빨리 뽑아야 한다. 두 번 박아야 하는 것을 한번으로 박고, 두 번 손이 가는 것을 한번으로 하여 옷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지금 중국시장이 저임금과 많은 노동력으로 동대문을 앞서려고 한다.

우리는 고급기술을 가지고 있다. 동대문패션시장이 나아갈 방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고급기술에 맞춰 조금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동대문패션봉제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동대문 브랜드가 있어야 하고, 디자인이 있어야 하고, 고급스러운 옷이 있어야 한다. 기업차원에서 할 수 있는 큰 덩어리를 소상공인들은 할 수 없다.

동대문에는 창신동의 봉제공장들과 밀리오레, 두타 등의 도소매시장이 있다. 섬유패션시장의 미래를 본다면 섬유패션산업을 총괄하는 큰 테두리를 처음에는 정부가 해야 한다. 동대문 봉제산업을 살리기 위해 많은 단체와 많은 정부지원을 받고 있지만 장기적이진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