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점 못찾고…대형벤더·에이전트, ‘법정소송’ 전운
납기 지연과 바이어 가로채기 논란 대립
국내 대형 의류벤더기업이 對美 의류 수출 무역업체인 중소 에이전트와 소송에 휩쓸리게 됐다. 현재 양측은 타협점을 찾지 못한채 마주 보고 달리고 있어 자칫 법정소송으로 비화되는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
의류벤더인 M사와 에이전트 P사는 작년 11월, 올 1월말 납기인 대미 니트의류 수출 계약에 합의했다. 그러나 납기가 2개월 이상 지연되고 이 과정에서 M사가 P사를 배제하고 미국 바이어와 직접 거래를 하면서 분쟁의 빌미가 마련됐다.
M사는 1월말 납기 시한이 지나자 에이전트인 P사를 통해 여러 차례 납기를 연장, 지난 3월 중순경 총 25만장 중 우선 8만4000여장을 에어(항공 운송)로 보냈고 이때 1억원이 넘는 운송비 손실을 입었다. 그리고 최종 입고가 끝난 후 미국 바이어로부터 에이전트 커미션을 제외한 수출대금을 직접 받았다.
P사는 “M사가 납기를 지키지 못했고 중간에 에이전트를 배제한 채 바이어와 직접 거래를 트는 일(일명 ‘박치기’)은 상도의상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에이전트 커미션도 받지 못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C사장은 “처음 계약과 달리 첫 납품이 이뤄진 3월부터 M사가 대화를 거부하고 미국 바이어와 직접 거래를 함으로써 상도의를 무너뜨린 것은 물론, 우리 회사의 고객인 바이어를 채간 꼴이 됐다”며 소송을 준비 중이다.
반면 M사는 P사에도 납기 지연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고 바이어와 직접 거래하게 된 원인은 에이전트로서 일을 원활하게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M사 관계자는 “에이전트가 작업 컨펌(confirm)을 늦게 하는 등 업무처리가 미숙해 딜리버리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 “초기 계약의 근간이 된 L/C는 (납기가 지연됨에 따라) 이미 기한이 끝난 무용지물이 됐다”며 “에이전트가 벤더와 바이어의 중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직접 거래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에이전트 커미션과 관련해서는 “미국 바이어로부터 수출 대금을 받을 때 이를 제하고 받았으므로 이는 바이어측에 요구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P사는 미국 바이어로부터 “이게 당신들의 비즈니스 방식이냐(박치기), 거래 내용이 수시로 바뀌는데 이것도 그런 것이냐”는 항의를 받았다며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M사에 있다는 주장이다. M사는 “L/C 없이 거래할 경우 대금을 못받을 우려가 있어 미국 통관 후 딜리버리 전에 바이어가 대금을 지불하면 물건을 주겠다고 했고, 바이어가 이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로 양측은 큰 손실을 입었다. M사는 납기 지연으로 인해 잔여 납품 물량 역시 에어로 보내야하는 등 약 1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 P사는 커미션을 포함, M사의 공장이 있는 인도네시아 1개월 체류비, 미국 출장비 등 총 5만 달러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P사는 납기지연을 이유로 3월초 M사 오너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고 이어 나머지 부분에 대한 책임도 법정 소송을 통해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벤더 업계 관계자는 “벤더와 에이전트는 정확한 계약서 없이 L/C를 근거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종종 문제가 생긴다”며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 타협하지 않는 한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국내 의류 수출 업계는 10년 넘게 제자리 걸음하는 낮은 수출 단가에, 날로 강화되는 해외 바이어의 컴플라이언스 규정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또 국내외 NGO들의 사회적 책임과 글로벌 스탠다드 준수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등 삼중고에 빠져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