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버티컬 시스템, 투자 대안 각광”

2015-06-11     정기창 기자

TPP, 베트남·EU FTA 연내 타결 전망
韓 기업들 대미 수출 효과 저울질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이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협상이 진행됨에 따라 해외 의류 생산 기지로 베트남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對美 수출용 베트남산 의류 제품은 17.5%에 이르는 관세가 낮아져 단계적으로 완전 철폐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200억 달러에 이르는 베트남 섬유·의류 수출 산업은 미국 시장에서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고 작년에도 88억 달러를 수출, 14.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베트남에서 수입하는 의류 제품도 작년에만 37% 증가, 중국에 이어 2대 주요 교역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코트라(KOTRA)가 베트남 산업무역부(MOIT) 통계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TPP 발효시 2017년 베트남의 대미 섬유류 수출은 250~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대미 수출 효과 선점을 위한 관련 기업 투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MPI)에 따르면 TPP 협상 시작 이후 섬유산업에만 3억5000만 달러 이상의 외국인직접투자가 이뤄졌고 앞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자본이 추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 의류기업들도 이미 투자를 했거나 TPP를 계기로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세실업은 2012년 말 베트남 현지 염색공장 인수를 마무리 짓고 2013년 1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한세실업은 올 연말까지 염색 캐퍼를 7만kg/일 수준으로 증설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투자가 완료되는 내년 하반기에는 최종적으로 14만kg/일 규모를 갖추게 될 예정이다.

TPP 협상이 진행됨에 따라 주변국에 신규 투자를 계획하는 의류 기업들은 베트남 투자를 심도있게 검토하는 모습이다. 인도네시아에 단독 투자 형태로 진출한 모 의류제조 기업 대표는 “인도네시아에 기존 설비외에 신규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며 “TPP의 파급 효과를 보아가며 베트남 투자를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인도네시아 한국봉제협의회 배도운 회장은 “인도네시아 임금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많은 기업들이 임금이 더 싼 인도네시아 농촌 시골지역이나 베트남을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임가공 형태의 봉제가 아닌 편직 및 염색 산업은 베트남 정부에서도 외국인 투자를 환영하는 부분이다. 섬유·의류 원부자재 해외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산업 특성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버티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얀 포워드(yarn-forward)’ 원산지 규정이 확정될 경우 베트남에서 생산된 섬유·의류 제품은 원사에서 제직에 이르는 모든 공정이 TPP 회원국 내에서 이뤄져야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베트남 의류제조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가 저렴한 인건비의 장점이 상쇄되고 있지만 주당 46시간의 근로시간을 감안하면 주변국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 이점으로 작용한다.

TPP외에 올 연말을 시한으로 협상중인 베트남·EU FTA 역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EU는 미국에 이어 베트남의 2대 수출 시장이다. 협상이 타결되면 이 지역에 대한 의류 수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