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원단도 훌륭한 ‘자원’ 입니다”
자원순환 재활용 캠페인 시행 6개월 어떤 변화 있었나 참여 기업 2배 이상 늘고 서울 전역으로 확대
강서구에는 약 100여개 봉제 공장에 1200여명의 근로자가 종사하고 있다. 지역경제과에 따르면 등록된 공장만 이만큼이고 규모가 작은 영세 공장까지 합치면 최소 약 150여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강서구는 작년부터 봉제 원단조각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약 1년여 준비를 거쳐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관내 거의 모든 봉제공장을 일일이 방문하고 협조를 얻어 지금 원단조각 재활용 사업에 참여한 공장은 약 30여곳이다.
주무 부서인 청소자원과는 재활용 사업 참여 대상자를 기존의 봉제공장에서 세탁소 및 수선점까지 늘려 잡아 총 223개 업체 및 업소를 선정하고 지난 5월 한달간 전수 방문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환경컨설턴트 8명을 지원해 줬다. 컨설턴트 1인당 약 30개 업체를 다닌 셈이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강서구는 처음부터 원단조각 재활용 사업 참여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며 “구에서 파악한 모든 사업자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추가 지원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8명의 컨설턴트 비용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구에 따르면 관내 봉제공장들이 배출하는 봉제 원단조각은 연 600t으로 추산되며 이들이 모두 사업에 참여할 경우 연간 5500만원의 쓰레기 처리 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버려지던 원단조각을 재활용함으로써 소각 및 매립에 들어가는 처리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사업에 참여한 봉제공장들의 종량제 쓰레기 봉투값 절약 효과까지 더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서구 청소자원과 함용설 주무관은 “재활용 사업에 쓰이는 마대자루(200리터)는 비닐로 된 종량제 봉투에 비해 가격은 절반이면서 용량은 2배가 커 실제 봉제공장은 최소 50%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불법적으로 수거해 가던 업자들은 200리터 마대 하나에 6000원을 받았으나 재활용 사업에 쓰이는 마대(면과 화섬 등 소재에 따라 A, B, C 3종류로 나뉨)는 평균 3000원에 공급돼 사업주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강서구의 봉제공장들은 앞으로 원단조각 재활용 사업자인 리텍스(대표 이동춘)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마대를 공급받고 합법적으로 원단조각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강서 마포 구로 등 3개 자치구 참여
올해 초 본지와 경기섬유산업연합회, 서울봉제산업협회가 주관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자원순환 재활용 캠페인이 시작된지 6개월이 지났다. 그사이 기존의 강북구, 성동구, 성북구 외에 강서구, 구로구, 마포구 등 3개 구가 신규로 참여했다. 재활용 사업에 참여한 봉제 공장 역시 250여개에서 500여개 이상으로 크게 늘어 점차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신규로 참여한 3개 구는 모두 중간 집하장을 제공하는 등 재활용품의 원활한 분리와 수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강서구는 마곡동에 있는 중간 집하장에 재활용 원단 조각 보관을 위한 컨테이너와 약 100㎡ 크기의 야적장을 제공했고 구로구와 마포구도 비슷한 규모의 집하장을 마련했다. 마포구는 원단조각이 물에 젖으면 재활용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 비에 젖지 않도록 아예 지붕이 설치된 장소를 제공하는 등 세부적인 사항까지 챙기고 있다.
리텍스 이동춘 대표는 “이들 지역에는 아파트형 공장이 많아 재활용 효과가 크다”며 “중간 집하장이 마련됨으로써 좀 더 효율적인 분리와 수거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 연말까지 원단조각 재활용 사업을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병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각 자치구의 참여도와 성과를 평가해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재활용 사업 주무 부서인 기후환경본부 역시 원단조각 재활용 사업에 성실히 참여하는 구청에 가점을 부여함으로써 각 지자체의 사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작년에는 시범 사업에 참여한 3개 구에 각각 1~1.5점을 가점 배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정도면 성과를 평가받을 때 타 구청보다 약 10% 정도의 가산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구청 별로 일선에서 재활용 사업을 홍보하는 환경컨설턴트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현장 인력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각 지자체 내 사업자들에게 재활용 사업 참여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신규 참여자들을 발굴하는 일을 하고 있다.
■“환경의 가치를 생각한다”
분리·수거된 원단조각의 재활용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재생면이나 원사 등으로 물리·화학적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지만 별도의 가공 없이 원단 그 자체로의 쓰임새도 높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 6월 섬유종합재활용 업체인 리텍스로부터 1.5t의 기름걸레를 구매했다. 차량을 점검하고 수리하면서 기름을 닦는데 쓰는 걸레 조각이다. 리텍스는 봉제공장에서 수거한 원단조각을 분류해 기름걸레로 쓸 수 있는 물건을 따로 선별하고 이를 세탁 후 도시철도공사에 납품했다.
도시철도공사는 리텍스로부터 재활용 기름걸레를 구매하면서 중간 유통 단계를 줄임으로써 비용을 40%나 절약했다. 서울시는 지하철뿐만 아니라 버스 차량 기지 등에서도 재활용 기름걸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를 위해 재활용 원단을 사용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인쇄 및 제본, 문서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킨코스(Kinko’s)는 제본된 책자나 인쇄물을 쇼핑백에 담아 고객에게 준다. 이전에는 기성 쇼핑백 제품을 제공했지만 환경의 가치를 되새기는 의미에서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한 재생면으로 만든 원단백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킨코스는 초기 2000장을 먼저 제작하고 고객 반응을 보아가며 2만장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리텍스와 생산협의를 진행 중이다. 리텍스 이동춘 대표는 “종이로 만든 기존 쇼핑백보다 질기고 튼튼하면서 버려지는 자원을 다시 재활용한다는 측면에서 킨코스외에도 여러 기업들이 원단백 활용을 문의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지침 개정 초읽기
봉제 원단조각 재활용 사업은 최근 환경부가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 개정에 들어가면서 큰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작년 시범 사업을 실시하면서 종로구, 중구 등 일부 구청의 반대에 부닥쳤다. 이들 구는 종량제 봉투 대신 재활용 마대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현장 단속을 실시하는 등 서울시와 봉제공장, 재활용 업체와 갈등을 빚었다.
원단조각이 과연 재활용 물품이냐를 두고 의견이 갈린 것이다. 보통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해야 하는데 이를 수거할 수 있는 권한은 지자체 허가를 맡은 청소대행업체에게 있다. 원단조각이 쓰레기냐 재활용 제품이냐에 따라 이를 수거할 수 있는 권한이 달라지게 된다. 원단조각이 재활용 제품으로 판단되면 관련 법규에 의해 재활용 업체가 마대를 공급하고 수거할 수 있는데 이들 자치구는 이를 쓰레기로 본 것이다.
현행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만으로도 원단조각 재활용은 문제가 없지만 구체적인 원단의 종류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이 지자체의 주장이었다. 그러자 서울시는 아예 관련 법률의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 개정에 나섰다. 개정안은 원단조각을 소재별로 4~5가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분쟁의 소지를 없애버린 것이다. 환경부의 개정 공표가 코앞으로 다가와 전면적인 재활용 사업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가게 됐다.
환경부 공표 후에는 각 자치구들은 폐기물 관련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부 지침만 개정되면 구청 조례는 쉽게 이뤄질수 있어 올 연말 까지는 재활용 사업 구도가 완벽해진다”고 설명했다.
■2016년 자원 순환형 경제사회로
뿐만 아니다. 2016년에는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 시행이 예고돼 있어 재활용 사업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은 매립을 최소화하는 대신 재활용을 극대화해 천연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순환형 경제사회로 전환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재활용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폐기물 처분 분담금제 ▲재활용 시장 창출을 위한 재활용 자원·제품 의무 사용 및 순환자원거래소 운영 근거 마련 ▲업계 지원을 위한 폐기물 종료 인정 제도 ▲재활용 시설 규제완화 특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소각·매립 부담금’ 제도다. 이는 재활용 비용 보다 낮은 소각·매립 비용을 높여 그 차이만큼 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내용으로 돼 있다. 이를 통해 폐기물 처리 가격의 불균형을 해소해 폐기물이 자연스럽게 재활용으로 흘러들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되면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이 크게 올라가 원단 및 봉제 공장을 포함한 모든 사업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재활용 사업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