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 바로보기] VM과 VMD (2)
Visual(V)과 Merchandising(Md)을 합쳐 Visual Merchandising(VMD)이 된다는 식의 일본식 논리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국제적 약어 표기기준에서는 보통명사의 약어를 만들 때 소문자(d)를 임의로 빼서 대문자(D)로 바꾸지 않는다. 이때 dising이란 어떤 의미를 대표하지 못하는 토막말일 뿐인데 d를 대문자 D로 내세운다면 엉뚱한 단어를 연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VMD의 D가 Display나 Design의 약자인줄로 혼동하는 사례가 없지 않다. 영어약자표기에 대한 상식을 잘 알고 있는 분들에게서 오히려 더 혼동의 여지가 클 수도 있다. 이런 혼란의 여파로 철자 사이에 점을 찍어 V.M.D.로 잘못 표기하는 사례가 또 이어지기도 한다.
일반적인 영어 약자에서는 철자사이에 생략된 점을 찍을 수도 있다는 상식이 통하지만, VMD는 상식적인 기준으로 만들어진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가운데 점을 찍을 수가 없다. 참고로 V.M.D.는 수의학박사(Doctor of Veterinary Medicine)를 의미한다. 따라서 비주얼머천다이저가 본인 명함에 V.M.D.로 표기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기도 하다.
만약 회사나 단체, 카페 이름과 같은 고유명칭의 경우라면 사용자의 취향과 선택으로서 인정될 수 있겠지만, 업계나 학계가 공식적 용어로서 사용할 때라면 국제적인 용어를 올바로 알고 전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본식 영어 VMD를 국제적인 용어 VM으로 바꾸는 것은 잘못된 용어사용의 습관을 고치는 단순한 일이다. 기존에 VMD라는 용어로 사용했던 책이나 논문들의 내용에 어떤 지장을 주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렵거나 걱정스러울 일이 아니다. 모르고 사용했던 VMD의 기록은 그대로 우리의 흔적으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발전하는 세계적 VM관련정보를 접할 때 VMD라는 일본식 용어를 발견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신중하게 과거의 습관에 대해 검토와 방향전환에 나서야한다고 본다. 그것이 오류였음을 알게 된 시점부터는 당연히 고쳐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결정이라고 본다.
훗날 우리가 VM이 아닌 VMD를 굳이 고수하면서 해외에까지 전파한 사실에 대해 어떤 평가가 나올까? 일본의 입장에선 한국의 자발적 충성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런 충성심 같은 건 추호도 없었다. 단지 정보를 몰랐다거나, 귀찮아서 방치했거나, 혹 남의 권유로 고치면 자존심이 상하게 될까봐라고 대답해야할 것 같다.
그러나 누구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보가 없었다는 대답도 IT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을 이유가 못 될 것 같고, 일본과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귀찮아서 쓰던 대로 그냥 썼다면 그것도 부끄러운 무관심의 오점으로 남을 것 같다.
몰라서, 혹은 귀찮아서, 혹은 남들 눈치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는 용어 바로잡기에 긴 시간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이유를 앞세워 긴 세월을 충실히 일본식 VMD를 쓴다고 해도, 세계가 VM을 VMD로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복잡한 혼란을 키우지 않고 거시적 관점으로 후진국들이 글로벌화에 적응하기 쉽도록 배려할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국제적 기준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VMD는 VM으로 바뀌어야한다.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