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권혁성 변리사(특허법인 이노) - “다윗과 골리앗 싸움 ‘지재권 분쟁’ 새지평 열었다”

2015-09-03     전상열 기자

“지식재산권 분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법률시장은 세계 각국과 FTA가 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완전 개방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앞으로 특허, 상표,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 전 분야에 걸쳐 무차별적인 분쟁을 예고한 것이죠. 제소자 대부분이 글로벌 대기업이라는 것도 명심해야 합니다. 피소를 당하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는 뜻이죠. 지금부터라도 각 섬유패션업체가 분쟁에 대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합니다.”

본격적으로 지식재산권 시대가 열렸다. 한마디로 특허, 상표, 디자인 등 유무형의 자산이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시대다. 그렇지만 국내 섬유패션시장은 그 심각성을 느끼기에는 아직은 거리가 멀다. 대부분 당해 보지 않아서다. 지난달 27일 만난 권혁성 변리사(특허법인 이노·44)의 말은 이를 실감케 하는 데 더도 덜도 아니었다. 그는 기자와 만나자 마자 “지식재산권 분쟁은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르고, 인화성과 파괴력이 크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권 변리사는 요즘 섬유패션분야 지식재산권 분쟁의 승부사로 주가를 높인다. 그는 지난해 미국의 글로벌 의류기업 컬럼비아스포츠웨어가 한국 아웃도어 기술 강자 벤텍스를 상대로 제기한 ‘히트(패터닝된 열 관리재료) 특허소송’에서 1·2심 연거푸 승소를 이끌어냈다. 그것도 단순한 승소가 아니었다. 컬럼비아스포츠웨어의 특허를 무효화시키는 완승이었다.

특히 이번 분쟁의 승소는 각별한 의미가 뒤따른다. 아웃도어의 기능성을 높이는 핵심기술로 알려져 온데다 열악한 국내 법률시장에서 일궈내 앞으로 일어날 지식재산권 분쟁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더 이상 다윗과 골리앗만의 싸움만은 아니라는 뜻과도 통한다. 권 변리사를 만나 지식재산권 분쟁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컬럼비아 상대 1·2심 완승 이끌며
섬유·패션 분야 승부사로 떠올라

선제적 권리확보와 철저한 분석으로
미리 특허 장벽 회피전략 세워야


-이번 벤텍스와 컬럼비아간 특허분쟁의 쟁점은
“이번 소송은 컬럼비아 특허(옴니히트)의 무효소송과 컬럼비아 특허에 기초한 벤텍스제품(메가히트RX)의 침해소송 2가지로 진행됐다. 무효소송은 컬럼비아 특허가 이미 소멸된 영국 특허 이상의 기술적 진보가 있는 기술인가가 쟁점이었다.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은 진보된 기술이 아니라 봐 연거푸 특허가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다. 침해소송은 아직 1심에 계류 중이다. 벤텍스 제품이 컬럼비아 특허와는 차별화된 것이란 점과 컬럼비아 특허가 무효이므로 권리주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1·2심서 연속 승소했다. 어떤 각오로 임했나. 그리고 국내 섬유분야에 이 같은 사례가 있었나
“소송시작 전 경고장 단계에서부터 컬럼비아 특허는 소멸된 영국특허 이상의 기술적 진보가 없다는 판단아래 특허소송 자체가 부당하다고 봤다. 또 침해를 인정받기 위한 소송이 아니라 소송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예상했다. 벤텍스에 소송은 대리인에게 맞기고 위축되지 말고 공격적으로 영업력 확대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소송 중이었지만 벤텍스 제품은 미국 등에 계속 수출을 이어갔다. 그러나 일부 발주포기 등 영업적 손실도 뒤따랐다. 현재 벤텍스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소송 검토에 들어갔다. 1·2심 연속 승소 사례는 많지가 않다. 대표적으로 ‘얀 공급기 장치’와 관련 메밍게르-이에르오 게엠베하와 국내 중소기업간 분쟁, ‘염용해성 무기 섬유’에 대한 더 몰간 크루시블 캄파니와 KCC간 분쟁, 화이버 비젼 엘피와 코오롱글로텍간 ‘고열강도결합섬유’ 분쟁을 들 수 있다.”

-이번 승소가 한국섬유산업에 던지는 의미는
“벤텍스의 승소는 글로벌 기업의 특허분쟁시 대응방법에 대해 큰 시사점을 던졌다. 우선 종래 단순 모방만을 하던 기업들에게는 특허분쟁을 통해 제품 판매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 더 나아가 기업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 이른다는 메시지가 됐다. 반면 벤텍스처럼 종래 기술을 뛰어 넘는 진보적 아이템 도출과 함께 신규 제품 출시 전 철저한 사전분석을 통해 회피전략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특허분쟁 시 선제적으로 적극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한 사례다. 통상적으로 특허소송은 시작돼야 그때부터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게 관행이었다. 이 때문에 거래처에서는 바로 발주를 끊는 조치를 내린다.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영업적 손실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향후 섬유패션분야 지식재산권 분쟁, 어떻게 보나
“전 산업에 걸쳐 특허, 디자인, 상표, 저작권에 이르기까지 지식재산분야의 분쟁은 증가하는 추세다. 섬유패션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디자인분쟁은 심각한 상태다. 영국 버버리사는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버버리 디자인을 침해했다”며 소송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최근까지 제기한 소송만(민형사 사건을 제외하더라도) 67건에 이른다. 약 3년 후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될 경우 글로벌 로펌들이 자국 글로벌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섬유패션분야 글로벌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선점할 의도로 지식재산권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지식재산권 분쟁과 관련 국내 섬유업계에 당부할 말은
“분쟁으로부터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권리확보와 철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미리 장벽이 되는 특허들의 회피전략 수립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특허청은 출원비용지원 등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섬유업계에서는 인지부족 등으로 활용도가 낮은 상태다.

다른 기술분야 기업들이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하는 것과는 대조가 된다. 그렇지만 벤텍스는 이를 적극 활용한 케이스다. 앞으로 섬유업계의 적극적인 활용이 요청받는 이유다. 또 기술개발과 관련, 각 대학을 비롯 KOTITI 등 공공기관에서 개발한 우수한 기술이 많다. 자체 개발능력 제고도 요청받지만 개발된 기술을 이전받아 적극적으로 상용화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우수한 기술의 이전과 상용화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앞으로 각오는
“2000년부터 변리사로 활동해 왔다. 디스플레이, 전자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섬유 관련 업무를 대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앞으로 이태리와 일본처럼 국내 섬유기술이 세계에 일정부분 포지셔닝하는 그 날까지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


특허법인 이노는 현재 40여명의 인력을 보유한 강소특허법인으로 명성이 높다. 10여년 이상 경력을 자랑하는 특허법원 판사출신 변호사, 특허청 출신 변리사, 섬유전공 변리사 등 8명이 주축이 돼 2009년 출범했다. 특히 섬유, 화공 전공자만 10여명에 이르는 섬유전문 특허법인으로 지명도가 높다. 이번에 벤텍스의 완승을 이끈 이민형, 권혁성 변리사 팀이 주축 멤버다. 이노는 기본적인 출원외에도 R&D기획, 제품기획, 사업화를 위한 부설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지식재산에 대한 전주기적 care system을 자랑한다. 섬유패션분야 소송은 코오롱, 도레이케미칼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다수의 섬유중소기업들을 대리하여 진행해 왔다. 권 변리사는 성균관대학교 섬유공학과(89학번)를 졸업한 섬유공학도다. 박사과정도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