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갖춘 신진들, “국내서 뿌리내리기 힘들어”
2015-09-26 이영희 기자
‘르돔’ 신진육성 이정표 되려나
“해외전시회에 가면 한국디자이너들에 대한 외국바이어들의 선호도가 부쩍 높아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 온 백화점 바이어들은 해외디자이너 상품을 바잉하느라 저희 쇼룸에는 발길 조차 하지 않아요” 최근 유럽전시회를 다녀 온 신진디자이너가 전하는 현실이다.
국내 신진들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해외전시회에서 호평은 물론 현장에서의 오더수주도 속속 이뤄내고 있다. 해외유학파 디자이너들이 탄탄한 실력으로 국내에서 활동 러시를 이루고 있지만 한국의 유통현실 상 내수보다는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는 국내 백화점이나 대형몰들이 외국처럼 홀세일시스템이 아닌 위탁운영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바이어들이 해외전시회를 찾는 것은 그나마 외국브랜드제품들을 수입, 바잉하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현지에서 유명세가 사그러들어도 국내에 도입돼 소위 ‘명품’으로 포장해 성업중인 사례도 많다.
최근 편집샵이 확대되면서 대기업유통이 해 내지 못하는 ‘인큐베이팅’과 ‘큐레이팅‘ 역할을 수행, 그나마 핫 한 신진들과 기성들의 숨통을 트여주고 있을 뿐이다. 동대문패션비즈니스센터 1층에 지난 25일 문을 연 ‘르돔’은 이러한 고달픈 신진디자이너들의 인큐베이팅은 물론 해외시장개척에 물꼬를 튼다는 목표를 수립해 관심이 모아진다<관련기사 PDF 7면>.
감각있는 신진 16명의 내년 봄여름 의상을 전시해 바이어들로부터 수주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해외전시회 참가도 지원, 실질오더가 일어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르돔의 2층에서 패턴과 샘플제작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다.
관계자는 “서울컬렉션기간중에 바이어상담차 전시공간이 필요한 신진들도 신청을 받아 의상을 전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더불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바이어들도 우리 신진들의 디자인에 관심을 가져줌으로써 글로벌경쟁력을 구축하는데 지지기반이 돼 주길 바란다”며 르돔을 찾아 줄것을 당부했다.
‘르돔’의 오픈과 때를 같이해 패션업계는 “정부 각 부처간 협의와 조율을 통해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체계적이고 일관된 신진디자이너 육성책이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 ‘르돔’도 철저한 전문화와 중장기 전략 수립을 통해 지속적인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