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S/S 서울패션위크 남성복 컬렉션 리뷰 - “스타일, 소재, 디테일 등 남녀 경계 무너져”

‘세련되고 모던하게 VS 스포티한 캐주얼룩킹’ 대별

2015-10-21     이영희 기자
2015S/S 서울컬렉션에서의 디자이너들이 제안한 남성복은 세련된 클래식의 모던한 해석과 경쾌하고 활동성 넘치는 스포티한 느낌의 캐주얼룩킹으로 대별된다. 소프트한 실루엣에 블랙과 그레이 등 다소 불투명한 사회,경제 현상을 대변하듯 어두운 일면도 있었으나 파스텔톤의 화사한 색상이 셔츠와 팬츠, 코트전반에 활용돼 새로운 시즌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는 듯 했다.

대체로 신체를 구속하지 않는 편안한 스타일이 중심을 이뤘지만 오버사이즈의 자켓과 코트류 등의 등장도 주목할 만한다. 팬츠의 경우 그 어느때보다 자유롭다. 와이드 팬츠의 등장과 함께 롤업, 쇼트한 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길의 바지가 주목받고 있다. 부드럽고 세련된 전통적인 남성복의 소재에 이어 시폰, 저지, 니트와 기능성 원단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쓰여졌고 다양한 두께의 스트라이프, 부활한 도트, 사각과 사선 등 모티브가 어우러져 차별성을 추구한다. 어느때보다 슈즈와 아이웨어, 백 등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활발했다.

더불어 종합예술답게 패션쇼에 흥을 더해 소통하는 묘미에도 초점을 뒀다. 이주영디자이너는 파워풀한 락음악에 로커이자 뮤지컬배우인 신성우가 등장하기도 했고 고태용의 무대에서는 고교시절로 돌아간듯 마치 일진들의 귀환을 보고 있는 듯한 연출과 힙합음악이 흥을 돋웠다. 강동준 디자이너 역시 워킹하는 모델들이 카메라맨과 VIP들을 직접 찍는 현장감 넘치는 쇼를 보여줬고 정기고의 공연으로 갈채를 받기도 했다.

■반하트 디 알바자(VanHart di Albazar)
개막쇼 답게 클라라를 뮤즈로 내세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색감에 정제된 클래식안에서 다양한 웨어러블 의상들을 선보였다. 이번 시즌에는 이탈리아 미래주의 화가 자코모 발라에서 영감을 얻어 강렬한 색감을 제안했다. 블랙&화이트를 믹스한 프린트 자켓과 오간자 블루종 등 세련된 비즈니스 룩에 어울리는 웨어러블한 스타일로 시작해 블루, 그린, 오렌지와 브라운, 버간디 등 화려한 색상들로 경쾌함을 더했다.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장형철 디자이너는 여행을 모티브로 활동성, 실용성을 함께 추구한 컬렉션을 제안했다. 다양한 도트 프린트를 이용한 롱코트와 자켓, 쇼츠, 트위드 소재 자켓이 돋보였다. 화이트, 스트라이프, 블루의 빅 슬리브리스 셔츠와 롤업 팬츠의 매치도 편안하면서 감각적인 스타일링을 도왔다.

■슬링 스톤(SLING STONE)
박종철 디자이너는 Red Carpet of Heaven을 테마로 50년대부터 70년대에 이르는 빈티지한 스타일을 화이트와 블랙 등의 모노톤으로 모던하게 재해석했다. 넉넉한 실루엣의 하이 네크라인 자켓과 롱코트등 다양한 스타일의 아우터가 대거 등장했고 도트패턴과 핫 피스로 포인트를 준 톱을 매치해 시선을 끌었다. 깔끔한 스트레이트 라인의 슬랙스 팬츠와 스니커즈로 정제돈 스타일링을 연출했다.

■그라운드웨이브(GROUNDWAVE)
김선호 디자이너는 여성이 남성복을 입었을때의 느낌, 남녀의 경계를 허무는 모호함을 어필했다. 남성복으로는 드물게 전체 런웨이를 모두 여성모델로 선택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강렬한 효과를 줬다. 헝클어진 헤어에 빅 사이즈 셔츠와 헐렁한 실루엣의 와이드 팬츠, 오버롤즈를 입은 여성모델들이 런웨이를 누볐고 오버사이즈의 블루종과 데님 코트도 눈에 들어왔다. 화이트와 블루의 양말에 슬리퍼를 매치해 스포티함을 더했다.

■문수 권(MUNSOO KWON)
권문수 디자이너는 한강과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건축적 디테일, 그 위를 나는 연에서 영감을 얻고 모티브를 찾았다. 한강 변 코트에서 막 나온듯한 모델들이 네오 프렌 소재 톱과 베이스를 저지, 스웨트셔츠, 짧은 트레이닝 팬츠 등을 입고 등장해 역동성을 강조했다. 레깅스와 농구 팬츠, 화이트 턱시도 자켓을 걸치거나 스타디움 점퍼에 와이드 팬츠를 매치하는 등 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아이템을 믹스했다. 자켓의 옆, 뒤, 소매에 연꼬리를 형상화한 스트랩을 다는 등 보는 재미를 추구했다.

■라인 오어 써클(Line OR Circle)
박성철 디자이너는 Ready, Steady, Go라는 캠페인 슬로건을 내걸었다. 파스텔톤의 가볍고 경쾌한 컬러와 몸에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부드러운 소재와 내추럴한 실루엣의 의상들을 선보였다. 스카이 블루와 레몬 옐로의 롱코트는 소프트하고 경쾌함 넘치는 아이템으로 주목받았다. 모델들이 피날레에 슬로건 프린트 티셔츠를 입고 나와 이번 쇼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비욘드 클로젯(beyond closet)
고태용 디자이너는 1000여석의 무대를 고교때 교실의 추억을 연상하듯 꾸몄다. 교실문을 열면 일진들이 불량스럽게 걸어나오는 것처럼 연출해 유쾌한 런웨이를 이끌어 냈다. 자유분방한 고교생들에게서 따 온 ‘B.C School gang을 표현하기 위해 레드, 그린, 네이비와 스트라이프, 체크 등 비욘드 클로젯의 기본이 되는 클래식, 프레피한 룩의 요소는 유지하되 스트리트 감성을 더한 스타일링으로 눈길을 끌었다. 패치워크 처리한 레더 자켓에 타이를 매치하고 서로 다른 굵기의 컬러 배색 스트라이프 패턴을 걸쳐입고 스웨트셔츠에 힙합 무드의 빅 체인 골드 네크리스를 하는 등 관람하는 패션피플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이정기 서울(LEEJUNGKI SEOUL)
1970년대 클래식하면서 젠틀한 스타일을 볼 수 있었던 이정기의 클래식. 스칼렛 레드, 퍼플 핑크 등 비비드한 색감의 피트되는 수트와 옵티걸 패턴을 활용한 자켓& 솔리드 팬츠, 메탈릭한 턱시도와 과감한 볼드 프린트자켓 등 새로운 스타일이 제안됐다. 때로는 점잖은 컬러를 선택한 다음 자켓의 양면과 뒷면을 서로 다른 패턴으로 믹스하거나 자켓 라펠에만 골드나 실버를 배색하는 등 묘미를 줬다.

■송지오(SONGZIO)
‘나무’를 주제로 그 형태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남성적인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그래픽 작업을 하고 오간자, 무슬린 실크등 소재에 직접 프린트를 했다. 이 프린트는 블랙, 화이트, 그레이등을 기본으로 네이비, 레드 오렌지등 다양한 컬러의 톱과 자켓, 무릎아래 또는 위를 덮는 와이드한 쇼츠들과 어우러지도록 했다. 송지오 특유의 룩을 보여주는 화이트와 블랙의 쓰리 피스 수트, 쇼트 슬리브자켓, 시어한 니트와 와이드 팬츠의 스타일링도 주목받았다.

■재이호 (jayho)
화려한 도시의 건물 사이의 비좁은 골목에는 우리 삶의 희노애락이 서려있다. 이 공간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 이재호의 2015 S/S 컬렉션은 도시의 감성을 표현하는 모노 톤과 빛이 바랜 듯한 소프트 컬러가 주조를 이뤘다. 소매 뒤를 세로로 길게 커팅한 점퍼, 벽돌을 연상케 하는 그물 스커트, 허리 라인을 컷 아웃한 실크 드레스, 거리의 모습을 프린트한 스웨트셔츠 등 전체적인 실루엣과 디자인에 도시의 다양한 면을 녹인 신선한 시도가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