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S/S 서울패션위크 여성복 컬렉션 리뷰 - 의외의 양면성이 주는 새로운 여성성 부각

2015-10-24     나지현 기자

여성복 컬렉션은 2030세대를 아우르는 스트리트 감성을 녹여낸 캐주얼 룩과 스포티즘 무드를 적극 반영한 위트있고 자유로운 유니섹스룩 등 남녀의 경계가 무너진 룩킹이 많이 보여졌다. 몇 시즌 째 지속적으로 많이 선보이는 네오프렌은 코튼, 실크, 레이온, 에나멜, 오간자, 시스루 등 다양한 패브릭과 소재의 자유로운 믹스로 새롭고 재기발랄한 룩을 제안했다.

디테일은 배제하고 한결 심플해졌으며 의상 전체에 유머와 위트를 담아낸 강렬한 프린트로 대신하는가하면 스타디움 점퍼, 백팩, 스웨트셔츠와 더해진 더욱 여유로워진 실루엣, 과감하고 거친 프린트에 여성적인 스커트로 반전의 묘미를 더하는 등 매니시와 페미닌, 아방가르드와 미니멀리즘 등 서로 다른 것들의 조화와 의외의 양면성이 주는 새로운 여성성의 표현은 다양한 선택이 공존하는 패션의 극단을 맛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했다.


■ Kiok
디자이너 강기옥은 데님과 오간자, 네오프렌 소재를 다채롭게 활용해 스포티하면서도 경쾌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엄마와 딸의 패션 배틀’이라는 테마로 진행된 쇼는 ‘데님의 재발견’이라고 할 만큼 다채롭게 믹스, 조합한 아이템들이 등장했다.

특히 올이 풀리거나 원단이 헤어진 듯 한 디테일의 디스트로이드 기법을 다양하게 사용해 캐주얼하면서도 스트리트 감성을 한껏 녹여냈다. 스타디움 점퍼와 맨투맨, 워싱 데님 백팩, 루즈한 배기팬츠, 박시한 오버롤 등 경쾌한 무드가 가득했으며 아티스틱한 패턴과 레드, 블랙, 로열 블루, 핫 핑크 등의 포인트 컬러로 트렌디하면서도 위트있는 쇼를 완성했다.

낮의 풍경과 야경의 실사를 블로킹 처리해 프린팅 한 네오프렌 미니 드레스가 등장하는가하면 스포츠삭스, 슬립온과의 매치로 자유로운 하이엔드 스트리트 웨어룩을 완성, 거장의 노련함을 과시했다. 영 한 감성을 강렬하고 역동적으로 전달한 쇼는 오리지널리티가 확실한 컬렉션 전반의 흐름을 완성했다.

■ Jain Song
송자인은 도시의 일상에 자연의 건강함을 조화롭게 녹여내는 디자이너로 인간의 삶과 자연의 조화로움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모던하고 심플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의 여성복을 제안한다.

2015 S/S 컬렉션은 ‘Moony Sunday’를 컨셉으로 뉴트럴 계열의 컬러로 특유의 소녀적이고 목가적인 감성을 담은 아이템들로 쇼를 채웠다. 따사로운 햇빛에 바짝 말린 새하얀 코튼과 막 다린 듯한 빳빳하고 순결한 린넨, 너울거리는 여성스러운 레이스까지. 밤의 고요한 어둠 속에 빛나는 보드라운 찬란함들을 그대로 스트리트 데이웨어로 선보였다.

여유있는 실루엣과 나긋나긋한 분위기의 크로쉐 소재, 화이트 컬러의 자수 레이스는 살랑이는 소매의 튜닉 톱, 타이트한 파워 숄더 미니 드레스와 더없이 로맨틱하게 어우러졌고, 미디스커트는 티어드 태슬 디테일의 스웨트 셔츠와 감성적인 조화를 이뤘다.

스트라이프 패턴의 누비 소재 점프수트와 날렵하게 재단한 레드 테일러드 수트, 필로우를 연상시키는 클러치, 전원풍의 핀 스트라이프 수트도 인상적이었다. 전반적으로 서정적이고 여성스러운 컨셉의 쇼는 후반부 등장한 푸르츠 프린트로 극적인 생기를 불어넣었다.

■ Kwak Hyunjoo
2015 S/S 곽현주 컬렉션을 관통한 테마는 ‘눈물’이었다. 기쁠 때나 슬플 때 흐르는 눈물은 인간에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는 것에서 시작해 ‘눈물’에 대한 이야기를 초현실주의적인 시선으로 표현했다. 쇼의 메인 모티브가 된 ‘눈물’은 모델들이 착용한 커다란 네크리스와 이어링, 눈과 비가 눈물처럼 내리는 모습을 그래픽으로 형상화한 프린트, 팔꿈치에 눈물 모양으로 섬세하게 박은 크리스털, 카툰 프린트 등 다채로운 변주로 위트있게 활용됐다.

몇 시즌 전부터 패션계 전반에 강타한 스트릿 감성과 캣워크의 힙합 감성을 여성스러운 소재와 실루엣으로 자유롭게 믹스하고 새롭게 선보였다. 깊은 슬릿의 머메이드 스커트와 바이커 재킷의 매치, 네오프렌 소재의 다양한 활용, 장식적인 지퍼 디테일과 스타디움 점퍼 등이 그 주인공. 또한 클래식하면서도 경쾌한 체크 수트와 스웨트 셔츠에 매치한 풀 스커트, 베이비 블루와 핑크를 믹스한 데님 룩 등도 곽현주의 재치와 감각을 엿볼 수 있었던 스타일링이었다.

■ Miss Gee Collection
‘여성의 옷은 여성스러울 때 가장 아름답다’는 패션 철학을 바탕으로 도회적인 세련미를 절제된 감성으로 표현하는 디자이너 지춘희는 여성이 가장 아름답고 우아할 수 있는 룩을 제안한다. 2015 S/S 컬렉션은 기품 있고 우아한 숙녀들이 등장하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기.승.전.결이 뚜렷했다.

쇼의 시작을 알린 깊은 슬릿의 매혹적인 화이트 컬러의 타이트한 드레스와 반짝이는 네크리스, 블랙 케이프를 얹은 미니 드레스와 골드 톤 테슬 주얼리. 모델의 워킹에 따라 찰랑이는 드롭 이어링과 뱅글 등은 화려한 빛을 반사하며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더했다.

전체적으로 톤 다운된 차분한 컬러에 블루, 옐로우를 포인트로 사용해 고요하고 정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고 쇼 중간 신비로운 정원으로 초대하 듯 오간자 소재 프린트 아이템들은 리얼웨이와 런웨이를 오가며 여성이라면 누구나 입고 싶은 황홀한 룩을 제안했다.

어깨 라인을 타고 흐르는 꽃봉오리 모티브의 컬러 블록 셔츠와 타이트하거나 여성스럽게 퍼지는 풀 스커트, 튜닉 스타일의 블루 톱과 플리츠 와이드 팬츠 등은 깔끔하게 떨어지는 실루엣과 최소한의 봉제선과 스티치를 사용한 군더더기 없는 룩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부드러운 컬러 톤과 여성스러운 실루엣은 더 없이 우아했으며 피날레를 장식한 마카롱 컬러 드레스의 향연은 미스지 특유의 드라마틱한 페미닌 무드를 보여주며 이번 여성복 컬렉션의 대미를 장식했다.

■ PartspARTs IMSEONOC
파츠파츠는 옷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 디자인 방식부터 패턴, 생산 방식에 이르기까지 독창적인 프로세스를 개발한다. 단 하나의 소재를 사용해 소재의 낭비와 생산과정을 최소화해 0% Waste 디자인 철학을 추구한다.

이번에는 ‘Back to Origin’이라는 테마를 주제로 미니멀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매 시즌 하나의 소재에 집중하는 그녀는 이번에도 자체 개발한 광물성 파이버 소재를 주로 사용한 의상들로 쇼를 채웠다. 어깨와 소매의 유려한 곡선 라인을 살린 아방가르드한 재킷과 베스트, 바닥에 닿을 듯 긴 길이와 직선적인 실루엣이 돋보이는 트렌치 코트와 맥시 드레스가 모노톤으로 선보여 미니멀하면서도 웨어러블하게 제안됐다.

특히 처음 의복 문화의 시작이 한 장의 천에서 다양한 스타일링으로 변주되어 발전해 온 것처럼 한 장의 플랫한 소재가 가장 진보적이고 스타일리시하게 표현되기 위한 접근 방식으로 우아하고 소프트하게 연출했다. 때로는 레드, 블루, 그린 등의 원색과 어우러져 심플하면서도 의외의 포인트를 주는가 하면 동양적 모티브의 프린트와 모던하고 절제된 컬러로 세련되면서도 아방가르드한 룩을 선보였다.

■ KYE
최근 몇 년간 크게 부상하며 세계에 코리안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계한희 카이의 컬렉션은 강조된 체인형상과 입체적인 벌 모양의 패턴이 어우러져 모던한 감성과 섹스어필한 패션을 보여줬다.

인간의 삶에 대한 화합과 연결을 ‘꿀벌’이라는 메인 모티브를 통해 의상에 투영하고 벌의 소멸이 곧 지구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생태계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전달했다. 렌더링 기법으로 만들어 낸 정교한 체인 디테일과 웹 패턴, 꿀벌 스케치, 섬세한 레이저 커팅 등을 통해 각광받고 있는 디자이너로서의 기량을 뽐냈으며 구슬 캐비아 프린팅, 레더 본딩 등 새로운 기술을 시도한점 도 눈에 띄었다.

또한 화이트 셔츠와 블루 니트, 농구 팬츠처럼 짧은 길이의 와이드 팬츠 등 특유의 스포티하고 캐주얼한 아이템들도 다채롭게 선보였다. 장식 조각의 자수와 화려한 컬러의 캐비어 인쇄를 활용한 타이트한 실루엣의 롱 드레스, 시스루 스웨트셔츠와 레이어링한 크롭트 톱과 플레어스커트 등 이전 컬렉션보다 한결 여성스럽고 로맨틱해진 스타일링도 돋보였다. 특유의 과감함과 단순한 형태에 디테일을 강조해 절제된 유머감각은 하이 스트리트 패션을 표현해 동시대의 젊은 감성을 자유롭게 보여줬다.

■ TheKam
이번 시즌 디자이너 감선주가 영감을 받은 것은 보드라운 엄마의 살결, 여름날 까슬거리고 시원한 파자마와 홑이불, 혼자 즐겼던 낙서, 외갓집 등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이 주는 가치와 즐거움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인견과 린넨 등 편안하고 나긋나긋한 몸에 감기지 않는 소프트한 소재들을 사용해 여유로우면서도 슬림한 실루엣을 만들어 냈다. 세일러 칼라의 미니 드레스와 엠파이어 드레스, 깨끗한 화이트와 도회적이지만 익숙한 먹색 컬러, 파우더리한 핑크는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청화백자를 모던하게 풀어낸 옵티컬 프린트와 아주 여린 스킨 톤의 블라우스와 스커트 등은 낭만적이면서도 우아했다. 퓨어한 컬러감과 여유로운 실루엣이 만들어내는 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