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용 섬유 원부자재 과세’ 전방위로 확산

2015-12-20     정기창 기자
인천공항세관 이어 부산세관도 일률 소급 적용
한국 섬유산업 글로벌 경쟁력에 심각한 손상

샘플용 섬유 원부자재 과세가 인천공항세관뿐만 아니라 부산세관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법도 똑같았다. 부산세관 역시 인천공항세관처럼 매출 규모가 큰 상위 업체들을 대상으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과세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PDF 12월11일자 3면>

섬유류 원부자재를 취급하는 A社는 지난 11월말 부산세관으로부터 그동안 면세 적용을 받던 수입용 섬유 원부자재에 대한 과세 처분을 받고 12월 초 절반을 납부했다. 지난 2년간 실적을 소급 적용해 이 업체에 부과된 과세액은 약 2억5000만원. 회사측은 샘플용 원부자재에 대한 과세의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회사는 결국 앞으로는 모든 샘플용 제품에 대해 정식 통관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A사 대표이사는 “세관에 불려가 무려 7시간을 조사받았다. 중소기업은 사장이 직접 현장에서 뛰어야 하는데 이 시간을 붙들려 있으면 회사 운영에 차질이 온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돈을 내고 말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관련 원부자재를 취급하는 업계 상위사들은 일률적으로 지난 2년치 샘플용 원부자재에 대한 과세처분을 받았는데 A사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는 정식통관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 문제로 정부 당국과 마찰을 빚을 경우 돌아오는 불이익이 무섭기 때문이다. 모 업체 관계자는 “만약 (부당 과세에 대해) 항의를 할 경우 회사 전체가 위험해 질 수 있어 (정부 입장을) 전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요 해외아웃소싱업체들은 한국의류산업협회를 위주로 공동대응하는 등 발빠르게 나서고 있지만 이들 업체는 규모가 작고 대응력이 약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인천공항세관은 샘플용 원부자재 과세를 200여개 업체까지 늘릴 계획이었으나 업계가 반발하자 상위 16개사에 대해서만 관세를 부과하고 현재는 중지된 상태다.

업계는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산업구조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경우 우리 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심각한 손상이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류산업협회 관계자는 “한·중 FTA 등 영향으로 섬유산업 경쟁력 강화가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 같은 조치가 이어질 경우 앞으로 우리 오프쇼어(offshore) 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잃고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부당 이득을 얻는 것으로 비춰져 기업 이미지에 타격이 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모 기업 관계자는 “수출 기업의 특성상 모든 세원이 훤히 드러나 있어 대부분 기업은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며 “낼 돈을 안내는, 마치 돈 몇 푼 아끼려는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아가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병오 한국의류산업협회장은 지난 18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정상외교활용 및 경제성과 확산 대토론회’에서 샘플용 원부자재 부당 과세에 대해 시정을 건의할 예정이었으나 의제로 채택되지 못했다. 의산협은 앞으로 대한상의,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바로잡아 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