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웨어러블ICT와 융·복합시대 “생태계 변화 방향은?”

원단 소재 개발 필수…창의적 연구·투자 병행돼야

2016-01-02     김영관

5년여 전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의 진화론을 발표했다. 최초의 스마트폰이었던 아이폰이 전성기를 누리고 아이패드로 넘어올 즈음이었다. 그는 아이패드 후속 세대로 아이보드(board)를 제시한데 이어 진화의 종착역을 아이매트(Matt)로 제시했다.

발표 당시 그는 아이보드 시대를 2012년으로 예상했고, 아이매트를 2014년으로 예상했다. 2년 주기로 진화론을 펼친 그였다. 하지만 2015년 현재, 우리는 진화의 종착역인 아이매트 시대는 고사하고, 아이보드 시대도 맞지 못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텍 등 국내 유수의 스마트폰 생산 기업을 비롯 애플,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노키아 등 어떤 글로벌 기업도 아이보드를 출시하지 못했다. 몇몇 부품들만이 완전한 플렉시블로 개발된 게 전부였다. 그러나 국내 스마트폰 부품 기업들 상당수가 단일 부품에서 완전한 플렉시블 제품으로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배터리, 케이스는 이미 개발을 완료하고 상품화 대기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부품 중 60~70%가 이미 플렉시블 시대를 대비한 개발이 완료 혹은 그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하 간략하고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이미 스마트폰 생태계 변화 주기에서 2년이나 지각한 아이보드(board)는 언제쯤 출시될까? 아이보드는 100% 플렉시블로 개발, 종이처럼 접을 수 있고 둘둘 말거나 감아서 휴대할 수 있는 제품이다.

크기도 지금의 아이패드보다 최소 6배에서 8배까지 커지고 디바이스 두께는 몇 배 이상 얇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구글에서 스마트 글라스를 내놓은 것 역시 아이보드와 아이매트 시대를 겨냥한 시제품 정도에 불과하다. 이쯤되면 “왜? 섬유패션산업과 전혀 무관한 스마트 폰을 들 먹이냐”고 따질 섬유, 패션인이 있을지 모른다.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웨어러블 ICT 시대와 섬유패션산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입는 아이보드, 아이매트 시대가 중요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섬유 패션이야 말로 어쩌면 중요 핵심 산업으로 자리를 잡을지 모를 일이다. 입는 아이보드, 아이매트 시대를 연상하면 이해가 갈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당연히 100% 입는 보드와 매트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플렉시블 보드와 매트가 휴대와 인체 부착 용이성 등의 이유로 개발될 것이 확실한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패션과 섬유 산업을 떼어놓고는 논할 수도 없는 이치가 됐다.

그렇다면 아이보드 시대에 섬유 패션산업은 어떻게 변화와 진화를 이끌어 낼까? 우선 소재와 패턴이 중요하게 부상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아이보드 시대는 휴대 또는 입는 옷에 패턴형태로 부착하거나 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여성이라면 핸드백 한 면에 아이보드를 패턴으로 부착, 용이하게 휴대할 수도 있다. 남성이라면 허리띠, 밀리터리식 건빵 바지 주머니 등이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예상이 현실화 된다고 가정할 때, 섬유와 패션의 생태계도 그와 비례하는 변화가 불가피한 것은 자명한 순서다. 지금의 디바이스 중량보다 몇 배에서 몇 십배 이상 경량화돼 얇아지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어서 이젠 아이보드를 입거나 하나의 패션 패턴형태로 부착, 휴대할 수도 있을 법하다.

지난 2007년 애플 아이폰 출시 당시 폰 두께가 10~50mm에 달했다. 하지만 그 후 매년 1.5mm씩 줄어들기 시작해 2013년 7.6mm에 이어 지난해 6mm, 올해는 5.3mm로 진화될 전망이다. 아이보드가 2~4년 뒤에 출시된다고 가정할 때 두께는 3mm내외로 예상된다. 휴대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변화다.

진화의 최종 종착역인 아이매트 시대를 향후 5년 이후로 볼 때 두께는 1~2mm 또는 그 이하로 진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얇고 구부리고 접을 수 있는데다 경량화가 실현된다고 가정할 때, 휴대가 편할지 아니면 입는 옷에 부착 또는 패턴 형태 부착이 편할지는 소비자들의 취향과 생산 및 개발자들의 몫이다.

이를 결정할 단서가 있다면 아이보드와 아이매트는 진화 과정에서 더욱 커진다는 사실이다. 아이보드는 지금의 아이패드 6~8개를 합친 크기로 확대 될 것이 확실하다. 아이매트는 58인치 이상의 크기로 대형 스마트TV와 야외용 돗자리와 비슷한 크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 하나가 아이매트 버튼 만큼의 크기가 될 것이다.

입거나, 두르거나 완전한 플렉시블 보드와 매트는 패션의 탈·부착가능한 패턴으로 작용하든지 아니면 휴대를 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디바이스 없이 글라스 하나로 원하는 정보와 통신을 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놓고 있다.

섬유패션의 진화도 생각과 투자, 연구, 노력 없이는 이같은 급물살 시류에 편승할 수 없기에 실현 가능한 상상과 연구를 요구받고 있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도 우주복 소재가 일반 의류에 접목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PCM기술을 접목한 아웃라스트 소재, 발열 스마트 소재, 보온, 발수성을 두루 갖춘 다운을 대체할 소재인 프리마로프 등은 극한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로 개발돼 일부 기술이 일반 의류에도 접목되고 있다. 이밖에도 보온, 투습, 방수, 극한환경 등에 대응하기 위한 유사한 기술들이 속속 개발돼 상용화하고 있다. 사계절 외부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데다 어떠한 환경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술이다.

향후 아이보드, 아이매트 시대에 우주복 원리 또는 더욱 진화된 기술을 활용한 패션소재 개발이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 하나의 헛된 상상에 불과할지 곱씹어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