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이해운 코오롱패션머티리얼 대표이사 부사장 - 진정성 앞세워 고객지향 맞춤형 비즈니스 펼친다

2015-01-26     전상열 기자

경기는 시계 제로…“더 이상 물러 설 곳 없다”
동종 업체에 뒤지는 비즈니스 자세론 경쟁 못해
‘死卽生’ 각오…새 소재로 새 시장 창출 승부수

“무엇보다 진정성의 자세를 다잡으면서 고객들에게 다가서려 합니다. 더 이상 구태의 비즈니스 자세로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코로롱패션머티리얼 임직원 모두에게 강하게 이의 실천을 앞장서 생활화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와 유가하락, 저 엔에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 섬유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여기에 한·중FTA 발효가 맞물려 나간다. 올해 섬유경기는 당장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시계 제로로 치닫는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천길 끝 낭떠러지다.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은 그 정점에 서 있다. 그래도 자만에 빠져 있을 것인가?

지난 21일 경기도섬유종합지원센터에서 만난 이해운 코오롱패션머티리얼 대표이사 부사장은 결전을 앞둔 장수마냥 비장한 각오를 다잡았다. 이 날은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이 서울경기지역 섬유경영인들을 초청해 올해 경기상황과 경영정보를 공유하는 전통의 신년세미나가 열리는 날이었다. 2013년 말 코오롱그룹 인사에서 한국 섬유산업의 종가라 불리우는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의 최고경영자에 올랐던 자긍심은 이제 死卽生의 강한 배수진으로 새로운 면모를 알렸다.

그는 이날 강한 자성을 골자로 한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의 환골탈태에 큰 의지를 나타냈다. 독하게 동종 업체보다 뒤지는 비즈니스 자세로는 더 이상 경쟁할 수 없다고 직격탄까지 날렸다. 그렇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니라 했다. 새로운 용도의 소재로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승부수로 내걸었다. 올해가 수요자 맞춤형 공급의 원년이라는 뜻을 담았다. 이해운 대표이사로부터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의 변화를 들었다.

-지난해 실적이 궁금하다.
“전년도에 비해 매출이 줄었다. 경기 탓도 있지만 이를 근본 이유로 삼아서는 않된다. 일차적인 문제는 우리 내부 시스템의 적응력 문제라 본다. 직물부문의 선전과 원사부문의 추락은 지표가 된다. 현재 원사부문의 판매부진은 심각하다. 2년 연속 매출부진을 예고한다. 이는 단지 코오롱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손 놓고 있으면 모두 ‘공멸의 늪’에 빠질 뿐이다. 이에서 벗어나야 하는 게 당장 과제로 떠올랐다.”

-원사부문 무엇이 문제인가?
“모든 존에 걸쳐 공급과잉 상태다. 여기에 저 엔에 힘입어 일본의 경쟁력이 회복세를 탔다. 당장 가동을 중단한 폴리에스터·나일론 라인이 늘어났다. 세운 라인은 앞으로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재가동은 여의치가 않을 전망이다. 새로운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그동안 아웃도어 쪽으로 시장영역을 확대했지만 이제 이마저 동력을 잃어가는 상황을 맞았다. 패션분야나 비패션 분야를 겨냥한 새로운 수요창출이 요구받는다.”

-그렇다면 코오롱의 타개책은 무엇인가
“장기적으로 질적 고도성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올해는 이 발판을 구축하는데 역량을 집중시켜 나갈 방침이다. 당장 수익보다 안정적인 매출구도 확립에 비중을 두는 이유다. 중국의 증설바람은 거세지만 운휴설비 또한 만만치 않다. 유가 하락에 따른 중동 산유국의 원단 구매력도 떨어질 게 자명하다. 이제 원사 시장은 구조적인 늪에 빠져들었다. 성장 중심에서 내실 위주로 안정구도를 확립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자성을 바탕으로 한 강한 고객지향 비즈니스 강조에 나섰다.
“단적으로 말해 코오롱은 고객에 가깝게 다가서지 않았다. 대기업이라는 자만과 관행에 빠졌다. 새로운 원사 규격이나 기능 개발도 경쟁업체에 비해 뒤졌다. 비즈니스 툴 자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었다. 과감한 인적쇄신과 함께 맞춤형 공급 생활화를 주문했다. 우리가 변해야 고객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100여 협력업체 탐방에서 얻은 결과다.”

-수요업계와의 협력체제가 궁금하다.
“지난해 100여 업체 탐방을 통해 협력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해 왔다. 100여 업체 모두를 당장 협력업체로 보지는 않는다. 확실한 협력관계를 통한 상생의 눈높이를 맞춰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코오롱은 메이드 오더 창출에 앞장서고 기술력이 높은 업체를 상생의 파트너로 발굴하는, 밸류체인 극대화가 궁극적인 목표다. 상생은 무조건 손잡고 가는 게 아니다.”

-새로운 개념의 클러스트 탄생이라는 뜻인가?
“그 뜻은 부인치는 않는다. 다만 아직은 코오롱의 힘이 부치기 때문에 차곡차곡 그 외연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는 뜻이다. 섬유분야 클러스트 대명사는 일본 도레이사가 꼽힌다. 좋은 원사를 완벽하게 갖췄고 클러스트를 이끌어나가는 힘 또한 대단하다. 한국 섬유산업의 생존은 클러스트의 유무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스트림 전체를 아우르며 활용해 나가는 게 과제다. 당장 클러스트 실현은 어렵지만 어느 업체라도 시작해야 할 ‘발등의 불’이다.”

-한국섬유산업에 화섬산업의 위상은?
“스트림간협의회 회의에 나가보면 벤더들의 역할에 무게가 실린다. 이제 화섬산업의 업계 영향력은 크게 줄었다. 경쟁력 기반의 본질은 연구개발에 달렸다. 연구개발에 힘 쏟아 새로운 제품과 좋은 제품을 공급해 나가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