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 본지 김동률 기자, 염천교 우회로 직접 비교 측정 해보니… 서울역고가 ‘공원화’…“당장 교통지옥 부른다”
서울시의 ‘7017 프로젝트’로 서울역 주변 서부지역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 지역 상공인들은 “서울고가를 폐쇄하면 염천교 우회로 외에는 실질적 대체도로가 없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교통정체로 인해 일거리가 줄어들어 생계에 큰 타격이 있다”는 입장이다.
본지는 실제로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 직접 택시를 타고 취재했다. 비교구간은 동대문 밀리오레에서 만리재 육교로 정하고 경로는 서울고가 통과, 염천교 우회로 2개 구간으로 측정했다. <사진 : 동대문 동화상가앞에 오토바이 퀵서비스 기사들이 몰려 있다.>
지난 2월6일 금요일 오후 5시가 조금 못미친 시각. 동대문시장에서 시장물건을 주로 배달하는 퀵 서비스 기사들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이들이 많이 모여 있다는 동화상가 앞을 찾았다.
길게 늘어선 오토바이와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은 하나 둘씩 짐을 싣고 있었다. 이중 퀵 서비스 경력 20년차 라는 고몽규씨에게 서울고가 폐쇄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거 미친짓이야”라는 다소 격한 대답이 돌아왔다. 서울고가를 막으면 전부 염천교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러면 15~20분 걸리던 시간이 2배 정도 더 걸린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오후 5시부터 본격적으로 배달을 시작하는데 퇴근시간이기 때문에 교통정체가 심하다”며 “자동차도 염천교로 모두 몰릴 것이고 아무리 오토바이라고 해도 20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왕복 40분 정도 더 나오는데 빨리 다녀와야 하는 일의 특성상 그쪽 방향은 기피할 수 밖에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잠시의 시간도 아까운 듯 오토바이에 싣고있던 짐에 끈을 마저 묶고 서둘러 출발했다.
동대문 밀리오레 앞에서 5시20분쯤 택시를 탔다. 택시운전경력 6년차 맹광재씨는 서울 고가가 막혔다는 가정하에 ‘한국은행사거리→숭례문 오거리→염천교→만리재’ 코스를 추천했다.
“우회로가 염천교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차량이 그쪽으로 몰려 교통 정체가 엄청날 것이다. 염천교 정체는 회현사거리, 퇴계로 5가까지 이어진다. 회현사거리는 평소에도 남산 3호터널 방면 차량들의 꼬리물기로 상습교통 정체구간이다. (염천교로 향하는) 숭례문쪽 좌회전은 신호가 짧아 교통정체가 더 심한 구간이다.”
그는 “서울고가를 폐쇄하면 일대 교통정체가 극심할 것은 뻔한데 대책도 없이 시행 하겠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 손님이 그쪽으로 가자고 한다면 어쩔 수 없이 가긴 하겠지만 어떤 기사가 막히는 길로 가는걸 좋아하겠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염천교 우회 코스는 총 4.54km, 요금은 7300원이 나왔다. 걸린 시간은 22분.
이번엔 반대로 택시를 타고 기존의 서울고가를 통해서 DDP(동대문 디자인 프라자)까지 가기로 했다. 택시경력 15년차 임용재씨 역시 앞서 말한 택시기사와 대부분 답변이 일치했다. 다만 임씨는 “서울 고가를 폐쇄한다면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피해가 심각 할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잘 다니고 있는 고가를 왜 폐쇄한다고 해서 이런 논란을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만리재 육교에서 5시45분 승차해 DDP까지 도착 시간은 6시10분. 25분이 걸렸고 이동거리는 4.21Km, 요금은 7800원이 나왔다. 오히려 염천교 우회로가 시간이 3분 정도 더 빨랐다. 임씨는 “퇴근 시간에는 같은 거리라도 1~2분 차이로 막히는 정도가 달라 늦을수록 시간이 더 걸린다”며 “많은 차량들이 서울 고가를 선호한다는 얘기도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7017 프로젝트’는 찬반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주변환경 개선이냐, 생존권 박탈이냐’라는 양측의 의견대립을 떠나 매일같이 서울시내를 오고가는 운수업 종사자들은 공통적으로 ‘교통지옥’을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