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 섬유산지 15년째 내리막길, 특단의 대책은?

고부가 산업으로 가는 길…“하이브리드 섬유 개발에 달렸다”

2016-02-11     김영관

습식 부직포(wet-raid) 기술 국산화 가시화…전지분리막 수처리 필터 등으로 상업화 기대
대구경북 직물류 4대 품목이 후발국들의 맹추격으로 큰 위협을 받고 있다. 폴리에스터직물, 화섬복합 및 교직물, 면직물, 니트직물 등은 여전히 섬유산지의 주력 품목군으로 자리 매김하면서 지역 섬유류 수출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이들 품목군들이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서 대량 생산되면서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가격 싸움에 밀려 점차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벌써 15년째 내리막 길이다. 세계 최대 화섬산지라는 명성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전성기 대비 수출액이 1/3 토막 난 대구섬유 산지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구 섬유산지 업계는 갈팡지팡이다. 그러나 섬유 선진국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봄으로써 대구 섬유산지가 가야할 길을 찾아볼 수 있을 법하다.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태리, 미국 등 섬유 선진국들은 차별화된 고급 의류용 직물에서 산업용, 의료용, 특수섬유 등으로 여전히 섬유강국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또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섬유 후발국 등은 한국산 직물류를 빠르게 잠식하면서 세계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추세다. 선진국과 후발국들의 틈바구니 속에 갇힌 대한민국 섬유 산업이다. 글로벌 섬유산업 생태계에서 가장 빨리 대처하고 국격에 걸맞는 직물류를 개발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섬유산지에서 준비해왔던 가장 유력한 품목은 전 산업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섬유. 이를 통해 중·저가 의류용에 편중되어 있는 섬유산지를 중·고가 직물류를 생산하는 섬유산지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국내섬유산업은 후발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준 선진국 대열에 올라갈 것이란 예상이다. 야드 당 1.5~3달러 대에 머물러 있는 국내 섬유산업을 4~10달러대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 될 경우, 대구경북 섬유산지를 비롯 국내섬유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높은 부가가치로 과거 90년대 말 최고의 전성기에 버금가는 섬유부흥기도 누릴만한 기회를 안고 있다.

■ 산업에 옷을 입히자
첨단 산업에 옷을 입히는 새로운 기능과 성능을 갖춘 융합소재. 이른바 하이브리드 섬유.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이를 위해 공정부품용 하이브리드 섬유개발 및 산업화 사업을 신청, 내년부터 사업 추진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에 앞서 섬개연은 지난 2013년 9월 ‘산업융합기반구축사업’에 선정, 2018년 8월까지 총 5년간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굵직한 선진형 고부가치 섬유 개발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추진, 국내 섬유산업을 고부가치화 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이미 추진 중인 산업융합기반구축사업이 활발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습식 부직포(wet-laid) 하이브리드 소재 개발이 빠른 성과를 보이면서 성공적인 추진을 예고하고 있다. 습식 부직포 하이브리드 소재 개발을 일차적 타깃으로 정한 산업융합기반구축사업은 항공, 우주, 전기, 전자, 자동차, 스포츠, 환경, 토목, 건축, 산업자재, 포장, 기계부품 등 용도전개 맞춤형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소재들은 개발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산업기반은 크게 미흡한 게 어제 오늘의 현실이다

사업추진 1년차인 지난해 기반구축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전지 분리막과 각종 필터를 개발해내 시험 적용을 거쳐 완제품개발 완료 및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산업용 섬유 R&D본부 복진선 본부장은 “미래 먹거리 섬유개발과 국내 섬유산업 생태계 적응을 위해 반드시 성공 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기반구축 단계인 1차년부터 흐름이 좋아 3년차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속속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 대상은 전 산업용 복합소재로 정해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습식 부직포 하이브리드 소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무엇을, 어떻게?
습식 부직포 하이브리드 소재 개발이 1차 목표다. 이미 섬유 선진국들이 지향하는 섬유로 높은 공극율, 고 균제성, 등방성 등의 특성에 힘입어 전자, 반도체 산업의 전지 분리막, 수처리 필터, PCB 보강소재 등을 비롯한 엔지니어링 부품소재 등으로 활용도가 크게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산업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제품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유기 고성능 섬유 습식 부직포’ 개발은 국내에서 전무한 실정으로 일본, 독일, 대만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수소결합, 라텍스결합, 열적결합, PVA바인더 섬유 등 습식 부직포 결합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연차적인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응용 가능 제품들로는 수술포, 부직포 필터, 인쇄회로 기판, 전지 분리막, 산업용 필터 등 무궁무진하다.

특히 습식 부직포는 향후 웨어러블 ICT시대에 대비한 핵심기술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 기기의 경량화, 박막화, 고내구성화에도 대비하고 있다. 고성능 중합기술, 방사기술 등 원천 소재기술과 최적 고분자 수지포뮬레이션, 프리프레그 제조기술, 고집적화기술, 미세화기술 등 제품 모듈화 기술에 이어 전기, 기계, 내열성 등 신뢰성 확보기술 등 4대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파급효과 및 시장성
국내에서 소요되는 전량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국산화 개발에 따른 수입대체 효과와 원가절감은 그야말로 지대할 것으로 수요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필요와 수요에 의해 중요 핵심기술로 꼽히고 있는 선상구조 섬유소재 수중 분산능 기술과 랜덤 배열의 동방성 wet-laid 형성기술, 형태안정성 가공기술, 다층구조의 보강, 격리 구조체 개발 등은 국내 관련기업 및 대학, 연구소 등에서 속속 개발 결실을 보이고 있어 국산화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 같은 준비된 기술기반을 바탕으로 반도체, 전기, 전자 등 수요산업의 모듈화 기술을 융·복합함으로써 20~30%에 이르는 기술 선진국과의 격차를 없애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담고 있다. 복진선 본부장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향후 4~5년 이내에 따라 잡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반도체, 전기, 전자산업 부품용 고성능 습식 부직포 시장은 연평균 8%대의 성장성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전자 제품의 소형화, 경량화 추세에 따라 성장률은 더욱 가파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연성 PCB 시장 역시 연평균 20%대의 초 고성장을 보이고 있어 관련 업계 및 학계연구기관들이 다투어 연구에 몰두 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