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PV S/S 소재 트렌드 - 후직 중량 바람 거셌고 수채화 프린트 자카드 넘쳐났다
마이크로 인기여전…새소재 3.5Layer 스트레치 대두
안동진 영텍스타일 전무는 지난 2월 초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레미에르 비죵(PV)을 다녀왔습니다. 그는 전시회가 끝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PV를 통해 나타난 최근 섬유소재 트렌드를 분석·요약했다고 합니다.
국내 최고 섬유소재 전문가 답게, 현장을 보는 날카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핵심만 요약된 내용은 트렌드 정보만 전문으로 다루는 여느 컨설팅 회사 수준에 못지 않습니다. 본지는 독자 및 업계 관련 업체들의 제품 개발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안 전무의 기고문 원본을 그대로 싣습니다.
그는 ‘과학에 미치다’ ‘머천다이저를 위한 섬유지식’ ‘Textile Science 4.1(영문판)’ 같은 전문 서적만 4권을 쓴 저술가로도 유명합니다. 각종 언론의 주요 필진으로도 활약한 바 있어 여론을 반영한 업계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이 분야 몇 안되는 소재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통상 기사문은 영문을 한글로 바꿔 표기하지만 생생한 현장감을 위해 원문에 쓰인 영문은 한글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실었습니다.
/정리=정기창 기자 kcjung100@ayzau.com
‘3D·Print·Micro·Bonding’… 4개 키워드 주목
▶ 3D : 3중지 원단 후직화·중량화 바람 선도
‘발렌시아가’가 그의 컬렉션에서 최초로 선보인 이래로 거의 4시즌째 이어지고 있는 3D라는 트렌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다. 계속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있는 대개의 원단들은 반드시 3D라는 모티프와 연결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기라도 한 듯 저마다 기를 쓰고 3D를 향하고 있다.
그로 인하여 파생된 Micro Trend는 Bonding, Neoprene의 재발견, 3D Print(3D Printer와 혼동 마시길), 3D Jacquard, Embossing, Seersucker, Crinkle & Yoryu에 이르고 있고 심지어 3차원 Mesh(Air Mesh)의 등장으로 Active wear는 그 영역을 상당 부분 확장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원래 3차원 Mesh의 용도는 신발이었기 때문이다.
전통의 2중지는 전·후면의 컬러를 다르게 만들어 Reversible로 사용하거나 두꺼운 원단을 만들기 위한 용도가 주목적이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부족하여 3중지가 출현하고 있다. 3중지는 오로지 3D를 위한 용도이다. 중간에 들어가는 충전재로 기존의 패딩이 아닌 부피가 크고 함기율이 높은 원사 즉, 실을 사용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재미있는 것은 3D가 S/S 원단들의 후직화/중량화 바람을 몰고 왔다는 점이다. 그 동안의 3D는 주로 고밀도 세번수의 후직이었지만 그에 대한 반발로 10수 이하의 태번수를 사용한 Chunky한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3D라는 강한 트렌드의 영향으로 대개의 원단들이 S/S 소재로써 너무 두꺼워지면 안 된다는 통념을 넘어 아예 두려움조차 떨쳐버린 듯하다.
Chunky는 또한 자연스럽게 Slubby한 마 소재를 사용하여 Rustic으로 흘러간다. 보통 때와 다른 점은 어마어마하게 Heavy한 Chunky라는 점이다. 이제는 어떤 소재든 2차원 평면이라는 한계에 머물러 있는 즉, 높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은 Old Fashion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 Print : 실제 그린 듯한 수채화 프린트 알려
원래 S/S는 프린트가 대세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프린트를 대신할 정도로 많은, 대담한 패턴의 자카드들이 범람하고 있었고 그 이유는 역시 3D이다. 자카드 원단을 구성하고 있는 모티프들은 2차원 평면이 아닌 손으로도 느낄 수 있는 3차원 높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출시된 프린트들은 모두 일제히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것은 Water Color(수채화)이다.
디지털의 대중화로 대개의 프린트들은 전통의 프린트들이 표현하기 까다로웠던 점묘화 기법(Stipples)으로만 연출 가능한 수채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모티프간의 경계가 뚜렷한 기존 프린트에 식상한 디자이너들이 경계가 모호하고 번진듯한 느낌이 나는, 마치 실제로 화가가 그린 듯한 프린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명확한 선으로 된 프린트가 디지털(Digital)적이라면 아이러니하게도 수채화 프린트는 매우 아날로그(Analogue)적인 표현이다. 아날로그적인 패턴을 찍기 위해 디지털 프린터가 동원되어야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수십 가지 컬러의 단순한 선으로 된 프린트가 2D라면 단 4가지 원색으로 수만 컬러를 창조하는 영롱한 점(dot)들의 세계인 수채화 모티프들은 단연코 3D라고 할 만하다.
모티프들은 매우 크고 컬러들은 채도가 낮은 무거운 것들이 많다. 특이한 것은 얼마 전까지 유행하고 있던 네온컬러의 퇴조이다. 그러나 아직 디지털 프린트는 고가이므로 현실에서는 이를 흉내 낼 수 있는 전사프린트(Heat Transfer)가 당분간 높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사프린트의 한계는 승화성(Sublimation)이 있는 분산염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폴리에스터 원단에만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S/S에는 친수성인 쾌적한 면이나 레이온, 린넨 같은 셀룰로오스 섬유들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따라서 그에 대한 소재 기획자들의 강력한 희망에 대한 응답으로 반응성 염료를 사용한 Cool Transfer 기법이 개발되었지만 아직은 니트에만 적용되고 있고 견뢰도도 불안한 단계이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프린트에서 이뤄야 할 오랜 숙원이 하나 있는데 그건 둘 이상의 소재가 사용된 원단의 본염(Dyestuff Print)이다. 두가지 소재가 한 원단에 사용되면 염색에서는 둘 이상의 염료를 사용하여 다단계 염색을 하면 되지만 프린트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리 없이 Pigment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또는 비중이 많은 어느 한쪽 면만 프린트하여 희미해진(Faded된) 결과를 Effect라고 주장하는 궁색한 방법 밖에 없었다. 물론 이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군복 같은 고도의 견뢰도를 요구하는 소재는 Pigment를 사용할 수 없다. 이때 사용되는 염료가 반응성 염료와 분산염료가 혼합된 셀레스트렌(Cellestren)이라는 염료이다. 하지만 아직은 고가이며 작업이 까다로워 대중화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 Micro : 20d(데니어) 넘어서는 세번수 원사
지구상에 이전에 존재한 적이 없던 Powdery라는 새로운 감성을 만들어낸 마이크로의 인기는 20년이 되도록 식을 줄 모른다. 화섬 업계들이 계속 새로운 Powdery를 창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섬유가 아무리 가늘고 섬세해져도 사람의 피부가 느낄 수 있는 감각은 한계가 있으므로 기술이 뒷받침 되더라도 마냥 더 가늘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는 없다. 또 그에 따라 약해지는 견뢰도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를 반영하여 최근 Y사에 100% Nylon에서 Micro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물건이 나왔다. 기존의 0.1~0.01d 굵기인 분할사나 해도사만큼 fine한 섬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Nylon이라는 독특함으로 인하여 예상 외로 많은 디자이너들과 소재기획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중이다. 현재 마이크로의 원사 굵기(Fiber가 아닌)는 30d가 한계이다. 이제 20d나 그보다 더 가는 원사가 개발될 것이다. 물론 약한 인열강도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그때는 우리를 놀라게 하는 또 한번의 도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마이크로는 30d의 Slim version과 메모리(Memory) 효과와 마이크로 효과가 중첩된 Memory Micro 그리고 천연섬유를 표방하는 브랜드들을 위하여 면과의 교직인 일명 Triblend라고도 하는 NPC Micro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타난 첨단 마이크로는 고수축 복합 원사를 사용한 Extreme Micro이다. 전혀 Peach 가공 없이 오로지 분할만으로 거의 벨벳에 필적하는 긴 Pile(?)을 형성하는 놀라운 Shuma라는 이름의 소재이다. 손맛은 역시 이전에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던 독특한 감성을 경험하게 해 준다.
▶ Bonding : 한층 진보한 신축성 3.5레이어 각광
소재의 다양성을 이룩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태어난 최초의 복합소재는 혼방이다. 혼방은 두가지 이상의 원료를 슬라이버(Sliver)상태(방적할 때 중간 형태인 밧줄모양)로 섞어서 방적한다. 이후 방적사가 완성된 후 또는 직전에 섞는 Siro같은 형태도 출시되어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원사가 아닌 전혀 성분이 다른 두가지 원단을 앞뒤로 접합하는 Bonding은 매우 간단하고 저렴하게 이전에 존재한 적 없던 새로운 소재를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유일한 한계는 감당하기 어려운 두꺼운 소재가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한계는 3D라는 Trend로 인하여 그간의 패션에서는 불가능한 영역까지 자유롭게 관통하고 있다. Bonding의 장점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거의 한계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기발한 새로운 소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니트와 우븐을 접합할 수도 있어서 마치 식물의 DNA를 갖고 있는 동물인 키메라(Chimera)처럼 내구성 약한 니트를 Outerwear나 Outdoor소재로도 사용 가능한 놀라운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S/S의 Bonding은 경량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니트와 우븐 특히 Tricot, Mesh, 심지어 Rachel을 우븐과 결합한 소재들이 대세이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Outdoor에서 사용하는 2.5 Layer의 진화이다. S/S는 패딩없이 원단과 투습방수(Breathable) 필름을 라미네이팅한 Wind Breaker 소재가 일반적인데 뒷면의 film을 감추기 위해 그 위에 Print를 적용한 원단을 2.5Layer라고 한다.
이보다 적극적으로 필름 위에 Mesh를 붙여 아예 필름이 보이지 않게 만든 원단은 뒤에 폴라플리스를 붙인 soft shell처럼 3Layer가 된다. 이런 원단을 하드쉘(Hard shell)이라고 부르는데 이 조차도 10d mesh같은 극세번수 소재를 Backing으로 사용하여 Hard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soft한 소재가 나오고 있다.
가장 최신의 소재는 바로 3.5 Layer이다. 3 Layer인 Hard shell의 Mesh쪽에 프린트한 원단이 그것이다. 그것도 필름 위에 단조로운 Mono tone으로 찍었던 작은 사방연속 무늬가 아닌 대담한 엔지니어링 스트라이프나 Argyle 패턴 등을 face원단의 컬러와 매치하여 적용하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Bonding의 가장 큰 특징은 Stretch 이다. 최근의 Super stretch Trend를 반영하여 대개의 Bonding 원단들이 Stretch 가능한 소재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적용으로 Knit가 원래 태생인 Active wear에서 Bottom이나 코트 같은 Outer를 넘어 Suit의 영역까지 위협하고 있는 중이다. 한 이태리 업체는 한쪽에 Wool Suiting 전통의 글렌체크(Glen Plaid)를 프린트한 네오프렌 소재를 Blazer로 만들었는데 봉제라인에 적절한 Welding을 사용하여 매우 Cybertic하고도 첨단의 느낌을 갖게 하는 매혹적인 수트를 창조하였다.
Moncler에서 padding으로 Blazer를 만들어 모두를 놀라게 한 것과 비슷하다. 나는 예측을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장담하건대 앞으로 이런 스타일의 Blazer가 대단히 유행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이 제품이 사람을 두근거리게 하는 쇼핑이라는 아드레날린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게 된 보수적인 50대의 구매욕구를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