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패션, 만연한 패배주의 떨쳐내야 산다”

지나친 자기 비하적 시각…스스로 고립 자초 금융권 대출 회수하고 금리 올리는 계기 제공 업계에 경종

2016-03-30     정기창 기자

본지가 2003년부터 주최해 올해로 13회를 맞은 한국패션브랜드대상을 계기로 국내 섬유패션업계에 만연한 셀프디스(스스로 자신의 치부나 과오를 드러내거나 깎아 내리는 말, self-dis)에 대해 자성을 촉구하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최근 국내 섬유패션업계는 세계적 불황의 여파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목소리는 사라지고, 유독 우리만 힘들고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은 산업 발전에 독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 같은 불황은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섬유패션 산업이 똑같이 겪는 상황인데 현재 국내 섬유패션업계에 만연한 도를 넘은 패배주의는 고립을 자초하고 현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에 역행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셀프디스 때문에 국내 금융권은 섬유제조업종의 금리를 올리는데서 나아가 아예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윤수영 부회장은 “비전 없는 산업에 투자하는 정부는 없다”며 “업계가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스스로 잘 하고자 하는 노력과 잘 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제일 부자는 토요타도 도레이도 아닌 바로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라며 “섬유는 첨단기술이 필요한 유망한 산업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스스로 비전을 보여야 자금과 인재가 몰리는데 지금 국내 섬유패션 업계에 만연한 자기비하적 신세한탄은 ‘오는 손님 내쫓는 격’이라는 것이다. 스페인 자라(ZARA), 스웨덴 H&M, 미국 포에버21 등 글로벌 SPA기업들이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원가 절감을 통해 세계 섬유패션산업을 주도해가는 모습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영원무역, 세아상역, 벤텍스 같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도해가는 세계적 수준의 기업들이 많은데 지나친 자기 비하 논리는 이 같은 건전한 기업들의 치열한 자구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우리 섬유패션업계는 지난 10년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2010년 이후 수출이 늘고 첨단소재와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이 같은 자구 노력을 통해 “해낼 수 있다”는 자기반성과 발상의 전환을 이뤄내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디자인과 브랜드 경쟁력 육성은 이 같은 어려운 현실에 답을 주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윤 부회장은 “디자인, 브랜드를 기업 경쟁력 강화의 주요 전략으로 추진해 우수한 경영 성과를 창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CEO의 브랜드에 대한 이해와 특별한 경영 철학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개최된 한국패션브랜드대상 수상자들 소감도 이 같은 맥락과 닿아 있다.

3월 중국 상하이 CHIC에 참여했던 ‘르퀸’의 명유석 대표는 “모두가 어려운 시대라고 하지만 확고한 신념과 전략으로 국내외서 이름을 알리는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웃도어 부문을 수상한 젯아이씨 윤재익 상무는 “‘웨스트 우드’는 1분에 500회 날갯짓을 하는 벌새의 정신으로 더욱 높이 도약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