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붕 칼럼] 알기 쉬운 패션소재 - 조끼 이야기
조끼 이야기
우리 의생활을 통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조끼다. 본래 우리나라에는 이런 주머니 달린 조끼가 없어 예전에는 쇠부랄 같이 생긴 주머니를 허리춤에 달고 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조끼란 이름도 일본강점기에 일본어 조끼*에서 유래된 용어인데 동아 국어사전에도 “저고리 위에 입는 소매 없는 옷”이라고 풀이 해놓은 것을 보면 이젠 완전히 우리용어로 자리 잡힌 것 같다.
우리에게 먼저 선보인 조끼는 세벌로 된 양복(3 piece suit) 즉 상하의에다 조끼를 갖춘 것에서 시작됐는데 이때의 조끼를 베스트(Vest)라고 하며 조끼가 갖추어진 양복도 스리피스가 아니라 베스티드 슈트(Vested suit)라고 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 때의 조끼는 상의, 하의와 같은 천을 사용하는데 상의는 홑겹(single)이 되는 것이 보통이나 겹자락(double bleast)의 상의가 되기도 한다.
이 조끼에는 깃이 안 달리지만 때로는 작은 깃을 달기도 한다. 양복 조끼에는 작은 주머니가 두 개 혹은 네 개가 달린다. 다만 양복 윗도리에 가려지기 때문에 등받이는 값싼 소재(비스코스 같은 천)를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베스트(vest)라고 하는데 영국식으로는 웨이스트 코트(waist coat), 프랑스에서는 베스트(veste)나 질레 스포르(gilet sport) 라고 한다. 베스트란 용어자체는 인구(印歐)용어인 ‘wes=조각’에서 라틴어인 ‘vestem’ 혹은 ‘vestis=옷’이 되고 그것이 프랑스어가 된 것이다. 한편 웨이스트 코트(그냥 웨이스트라고도 함)의 웨이스트는 허리를 말하며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가슴과 힙 사이 잘룩하게 들어간 부분을 말한다.
조끼는 정장용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낚시용 조끼, 카메라맨 조끼,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데모할 때 가장 요긴하게 쓰이는 유니폼(?)도 조끼다. 핫바지 저고리에다 한국식 조끼를 겹쳐 입기도 하였다. 이 조끼를 만드는 소재는 직물은 물론 니트제품, 가죽 등 자유자재로 가능하며 색상이나 형태도 가지가지이지만 좀 멋있게 만든 조끼를 팬시 조끼(fancy vest)라고도 한다. 니트제품으로 만든 조끼를 니트 조끼(knitted vest)라 하며 니트제품으로 풀오버 베스트(pullover vest) 종류가 많다.
방한용으로는 속을 넣은 우모 조끼(down vest)도 있으며 가장 특수한 것이 방탄 조끼(bulletproof vest)와 유람선의 필수품 구명동의(life jacket) 같은 것도 있다. 정장용 조끼 같은 것을 구색을 갖춘 조끼(assorted vest)라고 하며 단품으로 된 조끼를 단품 조끼(odd vest)라고 한다.
*일본어 조끼 : 일본에도 이런 옷이 없었는데 서양 옷이 들어오면서 양복 상의를 자켓이라고 하던 것이 와전되어 조끼가 됐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