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세계극찬 K패션…신진디자이너 육성에 달렸다
2016-04-17 이영희 기자
매년 서울패션위크를 찾는 바이어들과 해외 프레스들은 한결같이 신진들이 참여하는 ‘제너레이션 넥스트’ 쇼를 환호해 마지않는다. “독창적이고 신선하며 완성도 높은 의상들” 이란 격찬과 함께 “대한민국 패션산업의 미래는 밝다”라고 부러워하기 까지 한다.
서울패션위크 기간에 서울을 찾은 프랑스의 패션매니지먼트 전문학교 ‘모다르’ 학생 20여명은 “서울은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와 같이 역동적”이라고감탄했다. 제너레이션 넥스트쇼와 신진들을 위한 수주공간인 ‘르돔’을 찾은 뒤였다. 인디페어, 패션코드, 코리아스타일위크 등 전시회장에서 신진들이 참여한 부스를 방문하고 나면 대부분의 기성디자이너들은 ‘동기부여’를 크게 받는다고들 한다.
무엇보다 젊고 진지하며 패션산업에 대한 접근방식을 과거의 선배들보다 잘 알고 있다. 대부분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 등지의 패션학교를 졸업하고 현지에서 인턴십을 거쳤으며 문화에 대한 이해와 언어까지, 글로벌 매너를 갖췄다.
이렇게 많은 인재들을 보면서 기성디자이너들은 오히려 이들의 의상에서 영감과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기자는 대형 전시장에 포진해 있는 어마어마한 ‘신진군단’들을 보면서 밝은 미래보다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게 된다.
프랑스 모다르의 빠뜨리스 교장은 “한국디자이너들이 외국시장을 노크하는데 소극적인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이들의 의상을 각 국가의 마켓에 맞게 매니지먼트 해줄 기관이나 전문인력이 절실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해외각국으로 몰아치는 한류물결로 인해 이제는 아시아권 뿐만아니라 유럽의 젊은층들도 한국의 문화와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때, 이 파도에 올라 탈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
그렇다면 신진디자이너의 발굴과 육성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절대로’ 그렇지가 않다. 신진들의 인큐베이팅과 국내외 시장 판로개척, 자립 육성에 이르기까지 ‘계획과 방침’은 있으나 유기적이고도 효과적이지 못한 실정이다.
대한민국 패션산업 미래 밝다?
선진 패션스쿨 유학 인턴십 거친
창의적 실력 갖춘 인재들 넘쳐나
문제는 인재들 인큐베이팅할 컨트롤타워 부재
기관 부처간 실적 따지는 비효율 경쟁 사라져야
서울시와 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진흥원, 서울디자인재단 등 모두 ‘동일한 목표의 사업’을 각기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패션위크의 페어와 패션코드, 인디브랜드페어 등이 비슷한 기간에 각기 다른 주최로 산발적으로 열리는 것이 그 사례이다. 바이어들도 몸만 바쁘고 혼란스럽다.
해외바이어들의 경우 말 할 나위가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규모와 내실있는 페어로 공동기획함으로써 효율과 시너지를 훨씬 더 낼 수 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신진들의 해외전시회 참여 및 쇼룸 확보, 현지 프레젠테이션쇼 참가등에 대한 지원도 여기저기서 중구난방격이다. 신진들은 “정보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경쟁력인데 언제, 어디서 공지가 뜨는지 알기도 쉽지 않다”고들 한다.
신진들이 기업이나 브랜드에 흡수되거나 도매시장에 뛰어들기도 하지만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꾼다면 누구나 제너레이션 넥스트를 통해 꿈의 무대에 데뷔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패션쇼를 위해 대부분 부모에게 손을 벌리기도 하지만 그것도 한 두 시즌이다. 운이 좋아 오더를 받는다 하더라도 경비를 만회하기는 힘들다.
신진들의 연 매출이 5000~6000만원이라면 자신의 연봉은 500~600만원으로 봐야 하는데 화려한 무대의 이면에는 방을 빼서 원단을 사고 밥값을 아껴 단추를 산다는 어려운 현실이 내재돼 있는 것이다. 국내 판로 확보 또한 쉽지않지만 편집샵이나 대형유통에 진입하더라도 이익을 내는 사업구조를 가져가는 것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창작스튜디오와 르돔과 같이 작업공간을 내어주고 샘플작업, 해외전시참가를 지원하는 곳의 도움이 절실하다. 정부 각 기관과 부처가 서로의 ‘사업’과 ‘실적’에 연연해 비효율적 경쟁을 계속 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컨트롤타워’아래 일사불란한 전략, 전술이 시급하게 구사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