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백화점 마켓 테스팅에 패션기업만 녹아난다
국내 한 유명 백화점에선 작년 남성 컨템포러리 캐주얼 조닝을 남성복 전용 플로어에서 골프 아웃도어 공간으로 옮겼다. 그 결과 대표 리딩 브랜드도 매장 매출이 40%씩 빠지고 매출 상위권에서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밀려나며 체면을 구겼다.
한 브랜드 매장 매니저는 “플로어를 바꾸면서 타격이 크다. 소비 심리가 전체적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판매군까지 달라지니 손님 유입률이 확연히 줄었다”며 “올해 매출은 예년에 비해 많이 떨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해당 백화점 바이어는 “새로운 조닝을 개발하기 위해 시도한 일”이라며 “남성 상품 수요자가 확대되면서 좀 더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기 위해 플로어를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하락에 대해선 “국내 남성 컨템포러리 시장이 워낙 안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플로어 이전의 영향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남성 전용 조닝은 오랜시간 동안 남성 정장 브랜드와 셔츠, 트렌디 캐주얼이 집합해 있는 장소로 군림해 왔다. 남성 소비자들은 물건을 살 때 여성만큼 발품을 팔지 않기 때문에 넥타이와 셔츠, 정장, 액세서리 등이 한 곳에 모여있는 경우가 많다. 명품 및 화장품, 수입 액세서리는 1층, 여성복은 2·3층, 스포츠 브랜드는 6·7층이라는 고정된 시각이 소비자에게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매출 하락의 원인이 플로어 이전이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으나 소비 성향을 따져 보면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건 상식이다.
국내 백화점은 기본적으로 1년에 두번씩 정기적인 자체MD를 통해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제공한다. 하지만 조닝 자체를 이동시키는 현상은 드물다. 파격적인 시도로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데 실패하면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로 악순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매장 변화를 낮설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특히 고객이 많이 모이는 환경에서는 변화 순응 속도가 더욱 더디다. 현재 국내 패션 시장은 오랫동안 침체기를 달리고 있다. 패션의 엘도라도로 불렸던 백화점도 예전의 명성을 잃었다. 이에 백화점은 파격적인 MD구성과 플로어 이전을 통해 기존엔 없었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끊임없이 고민해 내고 새로운 대안을 창출해 내는 그들의 노력은 박수를 보낼 만하다. 하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지속적인 마켓 테스팅 속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패션 브랜드의 입장도 반드시 고려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