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신우 디자이너, 아트리더스클럽과 한 자리에

2016-04-27     이영희 기자
“수십번 고민한 작품이 고객의 심금 울린다”
“좋아서 하는 일…패션은 고된행보의 연속”
패션계 거장이자 선배로 토크콘서트 참여
신진·후배 20여명 대상 경험과 조언 ‘감동’

대한민국 패션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거장인 이신우디자이너가 최근 신진, 후배디자이너 및 아티스트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주고받는 토크콘서트를 가졌다. 최근 교대인근 복합문화공간 이음에서 의상, 구두, 주얼리, 이너웨어 등 다방면에 종사하는 디자이너와 MD, 교수, 박물관 학예관, 큐레이터, 패션칼럼니스트를 포함한 ‘아트리더스클럽’ 20여명이 자리한 토크콘서트를 통해 이신우 디자이너는 후배들의 질문을 받고 선배로서 답변을 주는 바람직한 이정표를 제시하며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신우 디자이너는 하이엔드 패션을 브랜드화하고 대중화한 1세대이자 선두주자로서 한국패션산업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디자인계에 투신한 시점부터 회사설립배경, 시대적 요구에 앞서간 브랜드 런칭 의미 등에 대해 담담하게 설명했다.

이신우 디자이너는 “과거에는 디자이너들이 자급자족하며 ‘홀로서기’를 해야 했으나 현재는 패션선진국들이 분업화되어 가는 추세”라며 “디자인과 마케팅이 분리, 전문화돼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획득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디자인작업이 힘들때 마다 그만두고 싶은 적은 없었냐<최은수 국립민속박물관 학예관>는 질문에 “너무 힘들어 그만해야 하지 않나 고민할 때도 있었지만, 반대로 그만두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 물어보면 내겐 최상의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내자신을 돌아보면서 여유있는 마음으로 디자인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고.

타고난 재능과 영감이 작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이디어가 번쩍하고 떠 올라 만든작품들은 당시엔 좋아보였으나 세월이 흐르고 보니 단지 ‘잘난척’ 한 것에 불과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며 “수십번 고민하고 고치는 작업을 거친 의상들은 지금봐도 괜찮다는 느낌이 든다”고 회고했다. “재능이 있다는 것은 사실 위험할 수도 있다” 며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인만큼 진지한 자세와 노력이 뒤따라야 함을 강조했다.

이신우 디자이너는 패션디자인도 순수 예술이며 사회전반적 현상과 문화, 예술에 대한 다방면의 지식이 필요한 만큼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퀄리티도 지키면서 컬렉션을 제대로 보여주기가 힘들고 해외바이어들도 값싼 제품을 원해 갈등할 때가 많다.

방법은 없는가<이수현 ‘런던클라우드’ 디자이너> 란 질문에 이신우 디자이너는 “싼 가격의 시장은 따로 있으며 본인이 마켓을 정했으면 당장은 고되고 힘들어도 고수해야 한다”고 직언하고 “디자이너들의 크리에이티브는 가격으로 매길 수 없지만 하이엔드 쿠튀르를 겨냥한다면 그 시장에 맞게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신우 디자이너는 신념을 갖고 자신의 일에 매진하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하고 본인은 ‘시’나 문학을 읽으면서 힘을 얻었다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잠시 직접 시를 읽어주며 후배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는 79년 파리 프레타포르테에 코트라 주관으로 한국디자이너로서 최초 참가한 일을 회고하면서 당시 해외브랜드들을 보고 문화적, 예술적, 디자인적으로 앞선 작품들에 큰 충격과 자괴감을 가졌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아픈 과정을 거쳐 지속적으로 해외 컬렉션에 나갔으며 유럽의 유명한 작품들을 보며 담금질을 했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샤넬’을 존경하지만 그 만큼 싫어하기도 했다”는 이신우 디자이너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를 개발하고 볼륨화해서 사업확장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런 굴레에 갇혀 획일적이고 흔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샤넬’에게서 느꼈고 이는 디자이너로서의 숙명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컬렉션을 하다보면 한국적인 이미지를 잘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데 ‘가장 한국적’인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이진윤 디자이너>라는 질문에 “처음 해외진출할 때는 가장 한국적인 것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강했지만 그 뒤 몇 년 후부터는 의식적으로 피했다”는 이신우 디자이너. “내가 굳이 한국적인 것을 하지 않아도 외국에서 보기엔 한국적인 정서가 느껴진다. 그러니 일부러 한국적일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에 집중하고 표현하는데 전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신우 디자이너는 두시간에 걸쳐 후배들의 질문에 선배로서 겪은 경험담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또한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 디자이너로서의 삶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 후배들과 교감을 나눴다. 6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패션에 대한 인식변화, 후배들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고도 열과 성을 다한 토크콘서트는 진정 선후배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이신우 디자이너는 “당장 돈을 벌 생각보다 씨를 뿌려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충분히 보여주는 노력을 기울이면 결국은 ‘성공’이란 열매가 열릴것”이란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영희 기자 yhlee@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