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진화하는 百 甲질…패션 업체만 죽는다
2016-04-27 정정숙 기자
롯데백화점이 본점 2층 영패션 매장 일부를 오픈형 MD인 보더리스 매장으로 꾸몄다. 합리적 소비를 내세우는 소비자들이 브랜드에서 상품중심으로 구매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 트렌드존의 ‘시에로’, ‘유니크누드’, ‘모슨에디션’ 등이 두달 전에 먼저 보더리스 매장으로 바뀐데 이어 ‘나인걸’, ‘스페이스5.1’, ‘라움 에디션’, ‘슈퍼콤마B’ 등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신진 디자이너 편집샵 ‘파슨스’과 ‘비트윈’ 등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PB(Private Brand) 편집샵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제는 보더리스 매장으로 바꾸면서 입점 업체와 협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보더리스 매장은 백화점측이 집기를 포함해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한다. 브랜드 매장은 브랜드 컨셉과 집기를 포함한 인테리어와의 조화가 필수다. 그러나 기자가 본 보더리스 매장은 입점 브랜드 컨셉과 인테리어가 제각각으로 브랜드 특성에 맞지 않았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 데 매장 수납 문에는 실밥이 터져 있었다. 어떤 브랜드 옷은 화이트가 많은 데 집기 컬러는 알록달록해 브랜드 아이텐티티와 맞지 않았다. 그나마 백화점이 운영하는 PB브랜드는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뤘다.
또다른 매장 매니저는 “협력업체들은 대략적인 조닝 위치만 알았다”며 “집기 구성 등 최종 MD가 끝난 후 브랜드 매장을 보고 통일성 없는 인테리어 때문에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는 “PB 브랜드는 인테리어와 집기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어느 정도 브랜드에 맞게 꾸민 것 같다”며 백화점의 일방적인 MD에 의혹을 증폭시켰다.
상생협력 미명아래 백화점은 매출 이익이 높은 PB 브랜드만 챙긴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는 백화점이 진화된 갑질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장기 불황으로 머리를 맞대도 쉽지 않은 때다. 협력업체의 소리를 듣고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유통사가 소탐대실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