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Opinion]이철우 머스트비 대표
2006-06-27 한국섬유신문
중가 브랜드의 혁명…‘패션의 전체주의는 끝났다’
97년 IMF이후 고급 패션에 대한 ‘異議申請’이 시작됐다.
마치 개미군단의 반란처럼 알게 모르게 캐릭터 브랜웨어를 컨셉으로 한 중가 브랜드들이 호조를 불러일으키면서, 국내 패션의 기준이 일시에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소재와 디자인, 그리고 패턴등 어려운 말에 신경쓰기 보다는, 현명한 소비의 명분을 찾기 시작한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기존의 전통있는 브랜드 메이커들의 브르조아 계급의 방정식을 계속 고수하고 있는 사이에 일어난, 말 그대로‘아래로 부터의 혁명’이였다.
당시 고급 캐릭터 브랜드로서 인지도가 있었던 머스트비의 경우 엘레강스를 트레드오프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뒤를 이어 발렌시아, 잇미샤, 리안뉴욕 등 막강브랜드들이 합세, 중가 브랜드군이라는 새로운 조닝도 형성됐다.
외국 브랜드 중 자라와 망고 등 처음에는 그 시작이 미약했지만, 끝없는 자기혁신과 소비자들과의 접점모색으로 지금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것과 같은 패턴인 것이다.
그들의 석세스 스토리의 뒤에는 합리적인 패션소비라는 명분과 발빠른 트렌드 에스프리를 주장하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내수에서 수출시장의 주역으로
또한, 이런 중가 브랜드들은 지금까지 딜렉스 패션이 깨지 못한 수출의 꿈을 이뤄주고 있다.
대부분 완사입 수주제로 진출하고 있는 이들 브랜드들이 내수시장 확대의 여세를 몰아 중국시장에서 상당한 물동량을 움직이며 중국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 매장 점효율 1위를 달성하고 중국 파트너측으로도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으므로, 손해볼 것도 별로 없는 좋은 조건들로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들 중가 패션群이 우리나라 패션의 모든 것은 아니다.
또한, 이것은 패션의 또 하나의 선택이고 코드일 뿐이며 지금의 현상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소비자들은 결코 품질이 좋고 가격이 싸다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 이를 위해 생산비를 낮추고 원자재 가격을 낮추는 시스템의 창출과 변화에 대해 끝없이 타협점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중가 브랜드들의 오류는 서로가 제살 제가 깍아먹기 식의 가격경쟁으로 각자가 명확한 컨셉을 유지하지 않으면 시장의 한계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딜럭스 패션이든, 시장브랜드이든 시류에 좌우되지 않고, 정해진 컨셉대로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패션산업 발전의 조건이다.
결국, 패션은 ‘무엇을..’이 아닌, ‘어떻게 입을 것인가’에 달려있는 것이며, 이제 그 주도권은 디자이너가 아니라, 입는 사람들 마음. 그것도 20~30대가 잡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건전한 징후로서 패션의 어원인 ‘팟쇼’, 즉 전체주의는 이제 정말 종말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