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사람. 삶] 천호균 쌈지 대표

2006-10-20     한국섬유신문
한국패션계의 ‘앤디워홀’ 새로움에 대한 이해·존중·사랑이 창의력 출발점 끊임없는 아트마케팅·다양한 영역 확대 타고난 리더쉽…1000억이상 매출 거뜬 “디자인은 상이(相異)한 사실을 이해하는 마인드와 새로운 것에 대한 사랑, 끊임없는 관심에서 출발합니다. 어떤 업체에서는 디자인보다 질서나 규칙을 중시해 이탈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삐딱하게 몸을 꼬고 앉은 천호균 대표. 자세는 꼬여있을지 몰라도, 디자인에 대한 그의 철학은 대쪽같고 확고하다. 남방과 가죽조끼, 그 위에 대충 동여맨 마젠타 머플러. 게다가 솎아놓은 듯한 머리. 어디 하나 밸런스를 찾을 수 없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는 일쯤에는 이골이 났을 터. 그를 두고 퀘스천마크를 찍어내는 일도 여간 대수롭지 않다는 식이다. 정제되지 않은 노출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그의 사무실에서 가식적이지 않은 그의 진가가 묻어난다. 쌈지 대표답게 곳곳에 아티스틱한 작품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천 대표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통해 ‘쌈지’ 디자인의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젊은 작가들을 지원해주고, 그가 얻은 것은 더 값진 ‘크리에이티브’. 가장 한국적이면서 이색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쌈지 컬처’의 모든 것을 들어본다. -사람들이 천사장님을 보면 저 분의 직업은 무엇일까 굉장히 궁금해 합니다. ▲(웃음) 저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영화감독 같다는 말을 많이 하고, 두번째로 예술가 같다고들 합니다. 제 느낌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면이 강해서겠죠. 제가 핸드백업체 사장이다, 1000억 이상 매출을 이룬 사장이다, 하면 믿을 수가 없는가봐요 (웃음). 쌈지 사장이다 하면 쌈지의 창의적인 면을 더 부각시켜 바라보시는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의 창의력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십니까? ▲디자인이란 여러가지 요소가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사랑을 하는 자세로 살다보면 거기서 디자이너의 창의력이 시작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새로운 것들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자세가 디자인의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최근 재미있는 관심이 생겨났는데, 바깥에 나가보면 지렁이들이 밖에 나와서 많이 말라죽어 있더라구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쟤네들이 나왔다가 들어갈 길을 자꾸 잊어버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웃음). 옛날엔 바빠서 그게 눈에 안띄였던건지 요즘에 유난히 지렁이들이 많이 말라죽는 것 같아요, 요즘엔 제가 그런 지렁이들을 눈에 보이는 족족 집어다가 습지 쪽에 갖다놓아요. 나이가 드니까 사랑하는 마음이 더 많이 생기는가 봅니다.
-천사장님의 자유로운 옷차림에 대해 일각에서는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기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타인의 드레스 코드란 따지기보다는 이해를 해야되는 문제가 아닐까요. 그러나 저는 편견에 의한 시선을 받을 때, 저 또한 그런 편견을 갖고 있는게 아닐까 반성하곤 합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한 달 동안은 저희 직원들하고 면담을 하고 저 자신을 많이 돌보게 되었지요. 우리가 영화 제작자와 영화감독을 보아도 공통된 점이 나오죠. 영화감독들은 자유롭게 하고 다니는 반면, 제작자들은 엄격하고 규율적인 모습으로 다니는 편이에요. 그러나 내부적으로 보면 영화감독들은 한 컷을 위해 밤을 새서 촬영하고 얼마나 꼼꼼한지 몰라요. 그런데 엄격한 모습의 제작자들은 내적으로 시간을 압축시키는 방법이나 경제적인 면을 더 중요시 여기는 것 같습니다. 결국 한 사람의 내면과 외면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많이 번다는 것에 대해 노력과 운이라는 측면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매출이 1000억을 넘을 것이라는 건 예측을 못했거든요. 그러나 제 노력으로 100억까지는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100억정도 갈 때 까지는 정말 열심히 혼자 거의 다 이뤄냈단 생각이 드니까요. 제 인생에 있어 군대 시절 크게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그 전까지만해도 제가 환경이나 배경적으로 그런대로 수준있는 상류사회에서 살아왔나보다 하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군대에 가니까 모두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에 들어가잖아요. 동료들과 잠도 같이 자고, 총쏘기도 같이 하고, 뛰기도 같이 하고. 그런데 보니까 다들 능력과 재주들이 너무 좋은거에요. 그 때 제 자신에 대한 생각을 처음 했을거에요. 아, 내 자신을 죽여야 되겠구나. 그리고 이 훌륭한 사람들과 도모해서 뭔가 해야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소위 리더쉽이라는게 그 때 생긴 것 같아요. 처음 일 시작하면서 제가 했던 주요한 일들이 힘으로 때우는 일들, 막일들, 다들 하기 싫어하는 일들이었어요. 그게 회사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굉장히 리더쉽의 본보기가 된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