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란 이름의 패션 외길”
“아무리 옷을 잘 만들어도 후회가 많을것 같아
상품성·예술성 겸비한 내면의 세계 담을 터”
패션협회 초창기 멤버이자 광주패션협회 초대회장, 광주 비엔날레 미술전과 패션 아트 접목등 항상 패션산업의 중심에 있었지만, 언제나 한발 물러서 있는 듯한 모습의 박재원씨가 오랜만에 인터뷰에 응했다.
스스로 “크게 활동도 안했으며, 그저 열심히 살아갈 뿐”이라고 겸손해하지만, 그것이 묘하게도 그를 주관과 소신의 귀감으로 더욱 주목하게 만든다.
최근 들어서 딸 조수경씨와 함께 또다른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서울 논현동에 신사옥 완공으로 더없이 행복해졌다.
“언제부턴가 옷을 만드는 작업이란, 아무리 잘 만들어도 후회가 남는 ‘인생’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40여년을 패션디자이너로서 보내면서 패션에도 영혼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만큼 작품에 점차 많은 애착을 느끼게 된다는 박재원씨.
어떤 의미에서 그는 크게 활동은 안하지만,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게 됐다.
그래서인지 그는 모든 것을 쓸데없이 확대하거나 과장하지 않는다.
아플리케, 플리츠 기법등으로 옷이 표현하는 생명력을 중시해 온 그는 수묵이나 화선지, 한지등 소재나 색감에서 자연적 요소를 많이 채용해 왔다.
그러나 막상 그는 가끔 작품을 만들고 나서 그 완성이 주는 기쁨에 잠시 하나의 컨셉에 심취할때도 있지만, 작품의 소재에 있어 한계를 짓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에게도 양면성이 있죠. 한국의 먹에서 나오는 은근한 힘이 좋을 때도 있고, 사이버 룩처럼 미래적인 표현을 즐기고 싶을 때도 있거든요”.
아트웨어는 토탈적인 이미지이므로, 상품성을 배제하면서 내면의 세계를 표현해야 하고, 상품을 만들때는 생각나는 소재가 각기 다르니까 반드시 동양적인 것만을 고수하면 어려워 진다는 의미다.
“사람은 매일 부활하는 것이죠.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의 새로움과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듯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아름다움을 대면할 수 있는 삶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
욕심없이 정직하게 사람들의 느낌과 생활 문화등을 패션으로 표현해 온 디자이너 외길 40년.
자신의 세계를 제시하고, 사람들이 그를 인정하고 수용해 주는 것을 확인할때마다 자신이 걸어온 삶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는 그의 표정이 유난히 빛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