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창호 부사장
2007-02-15 한국섬유신문
“섬유산업 이젠 대수술 할 때”
정부섬유산업지원책 맹점 지적
과감한 구조조정 단행만이 살길
“정리되어야 할 기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떠날 자는 빨리 떠나도록 업계 전반에 걸쳐 대수술이 이뤄져야 한국 섬유 산업이 삽니다. 희망이 없는 기업을 연명하도록 어설프게 지원하는 건 혈세 낭비일 뿐 이예요.”
김창호 (주)코오롱 부사장이 “지금 정부는 죽어가는 업체에 모르핀 주사만 놓고 있다”며 정부의 섬유산업지원책의 맹점을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또 이달 중 국회에 상정될 ‘섬유특별법’에 대해서도 신중한 견해를 피력했다. 이유는 8천억을 투자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밀라노 프로젝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안목으로 실행할 것을 주문하기도.
“현재 섬유업체 중 경쟁력 있는 업체는 전체 50% 정도입니다. 업체 수를 반 이상 줄여야 하는 과제가 도출된 것이죠. 섬유특별법에 의해 진행될 구조조정은 정부의 선별능력에 맡겨서는 옥석구분이 힘들다고 봐요. 원사 메이커들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과 클러스트 구축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그는 “코오롱의 협력업체들만 하더라도 담보가치 상실로 채권조차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감한 업체정리 단행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 섬유업계의 돌파구로 대대적 한계기업정리와 함께 이상적인 구조의 섬유 클러스터 확립 방안을 강조했다. 그는 “이미 대구ㆍ경북지역의 클러스터와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한 클러스터는 자리잡은 상태”라며 “하지만 서로 밀집된 공간에서 부대낀다고만 되는 게 아니라 클러스터의 원천은 유대감과 협력의지”라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중국의 저가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한국 섬유산업은 이제 품질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한국의 PEF 생산이 월 6만톤, 일본이 1만5천톤인데 비해 60만톤씩 쏟아내는 중국의 압도적인 대량ㆍ저가 공세에 어중간한 가격이나 품질 정책으로 맞서다가는 한국 섬유산업은 끝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장 이상적인 한국섬유산업의 청사진은 남북한의 합작 프로젝트로 꼽았다. 여기에 다운스트림의 개발과 최적 생산량 유지와 함께 효율성을 높이고 수출 증대를 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일본의 합섬산업은 아직도 배울 점이 많은 연구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선대에게서 의지와 노하우를 이어받은 2세 섬유경영인들이 만들어가는 내일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들이 흔히 젊은 세대를 보며 말하는 ‘건방짐’이란 ‘합리적 사고’로 바꿔 부를 수도 있는 성질의 것이죠. 게다가 그들은 우리에게는 없는, 혹은 이미 상실해 버린 것들을 갖추고 있어요.”
김 부사장은 한국섬유산업은 2세 섬유경영인이 많을 수록 희망적이라고 강조하면서 새로운 세대에 기대를 높였다. “그들은 IT로 무장해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실행력을 갖췄다”며 “그들이 얼마나 액티브하게 움직여주느냐에 따라 한국 섬유 산업은 생동감을 달리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비산염색단지에 가보셨습니까? 거의 유령 공단이나 진배 없어요. 문제는 남아있는 업체들의 고충입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공단운용 비용은 원가상승을 촉발시키는 원흉이지요. 지금 염색공단 입주업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 대책이 시급합니다. 염색공단이 무너지면 섬유의 고부가가치 창출은 그림의 떡이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