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창훈 한독FnC 대표이사
2007-06-08 한국섬유신문
과거의 영광은 단지 지난 일 개혁의지 굳건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합니다”
“대표이사가 회의 자리에서 ‘맞습니까’ 라고 물어보면 직원들은 수동적으로 ‘네’라고 답변합니다. 하지만 그건 진정한 수긍과 납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의 의견을 묻는 것 이상으로 직원들의 의견과 생각을 듣는데 시간을 투자하려 합니다.”
이창훈 한독FnC 대표이사는 “한독 가족들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경영의 첫 발걸음이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구성원 모두의 생각과 의견에서 궁극적인 목표가 나타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본사 내 사원은 물론 전국 각 지역의 매장 사람들 모두의 의견이 필요하다며 전국 150여개의 모든 매장을 다 방문했었다고 밝혔다.
“처음 방문했을때 대다수의 점장들은 국한된 정보와 한정된 마인드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한독FnC 그 자체에 대한 정보와 인식마저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다른 브랜드의 상황을 물어오는 점장이 있으면 곧바로 ‘우리의 브랜드가 우선이다’라고 외쳤습니다. 많은 대화가 필요함을 느꼈고 출장도 잦아졌습니다.”
한독FnC는 30여년을 훌쩍 넘는 역사를 가진 업체다.
70년대 한독셔츠 시절부터 섬유인들의 입을 오르내리며 유서깊은 의류업체로 이름을 각인해 왔다. 그러나 이 대표는 “후발 주자라는 마인드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며 “끊임없이 변화를 꿈꾼다”고 밝힌다.
“지난 98년의 일입니다. IMF가 할퀴고 간 섬유패션업계는 정말로 만신창이였죠. 한독FnC가 운영하던 유통망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BIG3를 비롯 몇몇 백화점만 살아남았을 뿐 대다수의 백화점은 부도 사태로 하루가 멀다하고 문을 닫았죠.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던 거대 유통망과 명성을 떨치던 브랜드 사들이 거짓말처럼 쓰러져 갔습니다.”
이 대표는 이 때부터 한독FnC에도 일대 개혁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명성을 떨쳤던 업체들이 사라져 가는 걸 보며 과거의 영광에만 사로잡히면 안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걸 경영인 스스로가 깨우칠 때 비로소 진정한 ‘전통의 강자’가 탄생한다는 것을 알고 브랜드 이노베이션을 준비해 왔습니다. 지금 한독FnC가 30여년 이상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한독FnC는 수년간에 걸쳐 변화를 받아들이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전환기를 맞았다. 이 대표는 뼈를 깎는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젊은 경영인으로서 가장 마음아팠던 때가 직장 동료들을 퇴사시킬 때였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위해 구조조정은 불가피했고 가위질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회사는 공동의 목표를 위한 터전이고 수확의 열매를 함께 나누는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형평성에 맞게, 그리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나눌 수 있게 하는게 경영인의 의무니까요.”
남성복 시장이 구조조정이 끝물을 타고 있는 현재 한독FnC의 노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올 가을 한독FnC는 30여개의 매장을 추가해 전국 150개의 유통망을 확보하게 된다.
이 대표는 “내년에는 다시 50여개의 매장을 증설해 200개 매장을 전개할 계획”이라며 “제 2의 창업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브랜드 이노베이션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한 유통망 확대가 아닌 질적 향상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 핵심은 활발해진 전사원간 커뮤니케이션의 뒷받침과 구성원의 마인드라고 말했다.
“IMF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의 성향이 어떻게 변했는지 연구했습니다. 해답은 ‘소비자에겐 소비자 나름의 평가 기준이 있다’는 거였죠. 전문가와는 또다른 기준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수준 높은 고객들이 늘어났습니다. 또한 품질이 좋으면 반드시 팔린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전국적으로 펼치는 유통망의 개선과 함께 제품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에 주력했습니다. 물론 경영인과 임원만의 노력은 아닙니다. 곁의 직원이 가진 마인드가 전국 매장의 한독 가족으로 옮겨지고 또 반대로 되돌아오면서 이노베이션은 진행돼 왔습니다. 인터넷 상으로 각 지역의 대리점주들이 전하는 건의사항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다음날이면 곧바로 답변을 보냈습니다. 중요한 일이다 싶으면 새벽 4시 이후에도 직접 찾아가 실례를 무릅쓰고 문을 노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올 여름이면 드디어 브랜드 이노베이션이 완성된다”며 “고객은 물론 사원들 모두를 위한 결과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는 사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헌신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있고 내 가정이 있기에 내 회사도 있다는 사원들의 마음을 이해하니까요. 다만, 이 회사는 여러분 모두가 함께 하는 공동체임을 알아주길 바랍니다. 모두가 수확의 열매를 맛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cri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