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發行人 創刊辭]-金是中
2007-07-19 한국섬유신문
다가올 50주년을 준비하면서...
흔히 한국사람들을 평할 때 모래알 같다고 한다.
개개인의 능력과 성향으로 본다면 더할 수 없이 반짝이지만 뭉쳐 하나의 모양을 만드는데는 도무지 ‘잰뱅’이라는 비아냥이다.
너무 자기주장이 강해 비롯되는 일탈현상이 아닌가 싶다.
자기가 저지른 일은 항상 옳고 남이 하게되면 배아파하는 극단적인 이기주의 팽배가 그것이다.
지난 25년간 섬유산업은 이를 반복한 세월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들어 패션산업은 미래산업이라는 말을 많이 접한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별다른 비전 없이 뜻만 무성한 과포장 때문에 섬유산업이 만만하게 보이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패션이 21세기형 비즈니스라는 요란한 조명을 받는 한편에서 섬유가 어딘지 모르게 공허하게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국가 기간사업으로서 흘린 땀과 그에 상응하는 실속 또한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머리 좋은 모래알들은 이말이 나오기 전에 이미 각자의 길을 모색했을 것이고, 귀 얇은 사람은 또다시 이것이 옳은지 저것이 옳은지 망설이고 있는 시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25년전 한국섬유신문은 분명하게 갈길이 보였다.
“모든 불평을 멈추고 더욱 책임감 있게 행동하며 ‘근면’과 ‘신바람’이라는 전통적 가치를 살리자”는 신문으로서의 자긍심과 정신을 갖고 있었다.
모두에게 희희낙락한 시절은 아니였지만 사람들은 자신, 혹은 국가와 민족의 저력을 믿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모두를 미치도록 행복하게 했다.
지난 25년간 섬유·패션 업계의 흥망성쇄를 지켜본 한국섬유신문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와 적자생존의 원칙, 그리고 불가피한 도태와 생성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할 불협화음이 있었음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2006년 여름.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안팎의 경고가 잇따르고 이미 몰락한 남미형 경제의 문턱에 다다랐다는 위기론에 바탕을 둔 불안감은 사회전반에 걸쳐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비관주의가 투자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를 좀먹고 위협하고 있다는 이론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경제 환경이나 급변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고 비관론에 매몰돼 미래를 헤쳐 나가려는 업계인들의 자신감 결여와 의지박약 현상만큼은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지금은 자신감만 갖고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시대는 아니다.
오히려 급변하는 기업환경과 산업 패러다임의 대이동, 글로벌 경제체제하에서 고양이 눈만큼 민첩하게 변화해야 하는 기업의 현실과 그 보다 선진적이고 긍정적인 업계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전문지의 역할과 사명감을 되새길 때면 머리끝이 곤두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시스템의 구축과 미래의 번영은 어느날 갑자기 손에 쥐어지는 것이 아니다.
창간 50주년을 향하는 대장정 앞에서 한국 섬유·패션산업 비전 달성의 주역이 될 것을 창간 25주년의 세월을 빌려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