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만이 진정한 경쟁력이지요”
끼 많던 까까머리 사춘기때 진로결정
상처투성이 도전 젊은 혈기로 극복
고1때 디자이너의 길 결정해
송지오 대표는 “이미 고등학교 진학 때부터 디자이너를 지망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이미 사춘기 시절부터 멋내기를 좋아하는 등 ‘끼’가 보였다”며 “자신은 의류 사업을 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수적 성향이 강했던 당시 한국 시대상에 비춰 보면 ‘남자답지 않은’ 목표를 지향하는 별종이었죠. 하지만 제 성격이 여성적이었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바디체크가 거친 스포츠를 즐기는 등 외향적이고 남성적인 성향이 강해서 주변에선 아무도 눈치를 못 챘을 정도예요.”
그러나 곧바로 디자인 공부를 시작할 순 없었다. 송 대표는 “그 시절 한국은 디자인 공부를 할 수 있는 길이 전무하다고 할 만큼 척박한 여건”이었다고 회고한다.
“사실 대학을 다닌 것도 디자인 공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입니다. 디자인 공부를 하려면 해외 유학을 나가는 길밖엔 없었는데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에 울며 겨자먹기로 대학에 진학했죠. 그 땔 생각하면 지금도 5, 6년간 허송세월을 보낸 것 같아 안타까워요. 두고두고 아쉬워 할 일입니다.”
후배들에게 “도전하지 않는 젊음은 배신”이라고 조언
“난관에 직면했을 때 극복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현실과 타협하는 방법과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장애와 직접 부딪히는 방법이죠. 물론 전자와 후자의 가치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설령 상처투성이가 된다 하더라도 그런 도전이 얼마든지 가능한 시기이기에 젊음은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까.”
송지오 대표는 후배 디자이너들에 대해 “본인 세대보다 더 뛰어난 재능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내가 디자이너 공부를 하던 시대와 비교하면 얼마나 여건이 좋아졌는지 모릅니다. 한국에도 에스모드 등 훌륭한 배움터가 열렸으며 노력 여하에 따라 마음껏 자기의 창작 세계를 펼칠 수 있어요. 그러나 후배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너무 창의적인 디자인은 팔리지 않는다’며 대중들이 무난하게 받아들이는 디자인 제품을 지향하는 ‘현실주의자’들이 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자신의 디자인이 ‘작품’이 되느냐, ‘상품’이 되느냐는 제작의 출발점에서 결정됩니다. 정작 디자이너로서의 순수한 열정은 배제한 채 판매를 우선시하려 한다면 이미 방향부터가 어긋난 거예요. ‘얼마나 팔릴까’가 아니라 ‘얼마나 참신하고 훌륭한 디자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다른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카피하는 몰상식한 디자이너의 존재도 한국 패션계의 큰 암초임을 지적했다.
“물론 디자인을 한창 배우는 예비 디자이너들에게는 카피도 훌륭한 학습법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작품을 베껴 보기도 하고 습작하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개발한다면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일이죠. 그러나 눈앞의 수익을 위해 남의 작품을 가로채고 상품화 시킨다면 이것은 한국 패션 디자이너들에 대한 모독입니다.”
한국 패션계는 진화해야 한다
한국 패션업계에 대해서도 따끔한 지적을 잊지 않았다. 송지오 대표는 “한국의 패션이 세계 시장에서 통하려면 업계 전반적 인식과 생각부터 몇 단계 진일보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의 인적 자원은 훌륭합니다. 여기까지 한국의 패션이 발전해 올 수 있었고 또 버텨주고 있는 것은 인재들 각 개인의 뛰어난 능력 덕분이에요. 문제는 패션산업 전반에 뿌리 깊게 퍼져 있는 그릇된 관행입니다.”
송 대표는 “한국 업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디자인 카피와 브랜드네임 도용 등을 큰 죄임을 인식 못 한다”며 “마치 이것이 업계의 불가피한 관행인 양 앞으로도 지속한다면 한국은 절대 패션 선진국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패션계는 자신 고유의 디자인과 브랜드 확립에 대해 대단한 가치를 부여합니다.
조그마한 프로모션 업체의 업주들조차 언젠가는 자신만의 독창적 브랜드나 라인,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창의적 디자인과 정체성을 갖겠다는 ‘조그마한 야망’을 품에 담고 미래를 준비합니다. 한국 의류업체들은 동대문 시장의 영세한 프로모션 업체들에 대해 ‘저급한 하청업체’라고 폄하할지 모르지만 만약 이 중에 저런 ‘조그마한 야망’을 품고 있는 업체가 있다면 누가 누구를 저급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의 브랜드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타 브랜드의 디자인을 서슴지 않고 카피하기에 바쁩니다.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이젠 카피가 아니라 창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