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명장 서완석

2008-03-31     한국섬유신문

모델리스트와 명품의 상관관계

좋은 옷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개개인의 입장차에 따라 그 의미는 다르지만, 단순히 해외 명품 의류나 국내 유명 브랜드 의류가 좋은 옷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옷, 즉 의복이란 인간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기본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과거 단순한 의미로 기능성 지향의 복식구성은 이미 구시대 산물이 되었고, 2007년 현대인에게 옷의 의미는 개성표현의 한 수단으로 심미적인 욕구 충족과 발산의 산물로 진화되어 현재에 이른다. 하지만 불변하지 않는 진리처럼 작용하는 것도 존재하는데, 옷이란 인간이 생활 속에서 살아가며 활동하는데 있어 편안함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인체에 잘 피팅되어 활동성을 보장해야 한다.


지난 3월 21일 LG패션 본사에서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한 패턴사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이 세미나에서 나는 ‘좋은 옷이란 한마디로 몸과 옷이 하나가 되었다고 느낄 때 가능한 것으로, 기타 구성요소들은 다른 차원의 접근’이라고 이야기했다. 바로 인체와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옷이 가장 훌륭한 옷이고 바로 이런 차원에서 현대적인 의미의 패션도 출발해야 되지 않나 생각을 한다. 그 세미나에 참석했던 사람 중에는 현실적인 차원에서나 혹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제작과정에 필요한 모든 프로세스들이 완벽하게 조합되어 표출될 때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옷이 탄생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여기에서는 모델리스트 혹은 패턴너라는 직업적 역할과 옷의 상관관계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 볼까 한다.


이탈리아의 조각가 미켈란젤로의 작품, 다비드상은 인체의 아름다움을 가장 훌륭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러한 인체의 아름다운 곡선을 어떻게 옷에도 나타낼 수 있을까 하는 노력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되었고 현재에도 그렇다. 이러한 노력은 소위 말하는 해외 명품을 보면 확연히 나타난다. 물론 브랜드마다 이미지가 다르지만 내가 아는 명품은 디테일이 많지 않고 어찌 보면 단조로운 실루엣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즈음에서 모델리스트의 역할을 말하면 인체의 아름다운 라인과 실루엣이 나타나는 편안한 옷을 제작하는데 기초를 제공하는 중요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모델리스트는 어렵고 고독한 직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옷을 볼 때 시각적 비쥬얼 만을 강조해 이야기하는 경향이 팽배해 있다. 디자인이 훌륭하다고 말하지만 패턴이 잘 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보다 서양복식사가 앞선 유럽에서는 패턴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훌륭한 옷은 좋은 패턴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바로 유럽 패션 강국들은 패션을 보는 시각과 그 접근방법이 상당히 보수적이라 가장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것을 추구하는데 바로 여기에 명품의 중요한 핵심이 있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패션이나 옷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생겨 한국 국적의 명품이 탄생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