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눈] 홍재희 대표 제이케이디자인랩 대표
한국의류산업협회 패션디렉터
바이어 떠나기 전에 스스로 변화하라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바이어
의류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고, 기존의 OEM 방식의 제품수출의 경험이 있거나 진행하고 있는 업체들이 최근 가장 공감하고 있는 것은 바이어의 요구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의 OEM은 없다. 단순한 OEM의 경우는 중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인권비가 낮은 곳으로 간다. 가격협상에서 도저히 그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따라서 바이어들은 생산력은 기본, 한 단계 발전한 기획력과 업그레이드 된 시스템을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
바이어가 매시즌 기획을 할 때 내년도의 트랜드 경향을 프리젠테이션 해달라는 요청을 하며 오더 상담에 들어갈 때 스타일을 디자인해서 샘플을 준비하라고 한다.
즉, 이제 OEM에서 ODM까지의 요구는 기본이 되어 버린 것이다.
급변하는 오더시스템에 적응해야
보통 상당한 기획력을 가진 벤더의 경우 준비한 샘플의 40%이상을 바이어가 선택한다.
선택한 샘플이 모두 오더로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수정과 보완작업을 거쳐서 오더에 이른다. 일부는 과정 중에 탈락하고 가격에 따라서 원단 등의 디테일이 조정되기도 하지만 디자인을 제시하는 회사와 단순히 생산력을 앞세우는 회사는 매년 오더를 확보하는데 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 자라그룹에 프리젠테이션을 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Bershka의 사장인 PABLO는 그날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자라그룹의 경우 30%가 OEM방식이고, 나머지 70%가 벤더들이 기획해오는 샘플로 오더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기억난다.
이러한 바이어의 현황을 국내의 발 빠른 업체들은 이미 90년대부터 예측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1998년부터 산자부의 생활산업기술력 향상사업 중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주최의 ‘기획제안형 수출상품’ 프로젝트의 디자이너로 활동을 했을 당시 컨설팅 했던 업체 중 화경실업의 경우는 본인이 기획한 디자인으로 뉴욕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ZENDO’ 라는 자체 브랜드를 수출하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도 했다.
당시 산업자원부장관 ‘섬유산업 발전전략 간담회(2000. 5. 19, 대구 섬유개발연구원)’ 개최시 성공사례로 화경실업이 선정되기도 했었다.
이처럼 남들보다 시대흐름에 맞춰 변화를 실행하는 업체와 그러지 못한 업체의 성공여부는 현재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결과의 중심에는 해외 업체와 바이어들이 무엇을 원하고 그들에게 무엇을 제시하는지가 관건이다.
무엇이든 지금 당장 실행하라
지금까지의 관행으로는 바이어들의 발길을 잡기가 불가능하다. 이제는 바이어별 주력품목을 선정하고 이를 타겟으로 시장조사 및 유행경향 (칼라, 소재, 디자인)조사, 경쟁브랜드 제품분석, 디자인개발을 함으로써 업체의 기획 생산의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바이어 개발 및 기존 바이어의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로 방향전환이 필요할 때다. 생산코스트가 낮은 제품을 대량으로 수출하는 구시대적 체제로는 더 이상 주변 개발국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제는 디자인과 패턴을 앞세워 고가의 제품,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제시해야 할 때이며, 이미 국내의 유수 수출업체들은 내외부 시스템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시도를 해가며 오더를 확보함으로써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미 중국이나 타 지역으로 이동한 바이어를 되돌리기는 불가능이며 너무나 힘이 든다.
기존의 바이어가 오더를 꾸준히 주고 있다고 방심해서 OEM으로만 하고 있다면, 그 업체는 앞으로 몇 년 안에 큰 위기를 맞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현재의 바이어가 떠나기 전에 변화하라. 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